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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안위가 아닌 학생 성장을 중심으로”
“교수의 안위가 아닌 학생 성장을 중심으로”
  • 교수신문
  • 승인 2021.04.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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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는 왜 ‘전면 자유전공제’를 선택했나

“학생을 최우선에 두는 선택을 한 것이다.
교수에게는 힘들지만 학생은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학생들이 가장 자신다운 삶을 꽃피우기를 돕는 것이
대학 본연의 기능이라고 믿는다.
한국대학 생태계에 ‘학생 중심’ 자유교육의 화두를 던지며
그 실험을 지속할 것이다.”


자유교육(Liberal Arts Education)이란 무엇인가? 학생들이 사회적, 관습적 장벽을 넘어 다양한 학문과 사상을 자유롭게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과 학문을 주체적으로 주조해가는 교육이다. 이는 종합대학(University)과 함께 미국 대학의 큰 축을 이루는 리버럴아츠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의 요체가 되는 교육이다. 또한 자유교육은 소규모 리버럴아츠칼리지뿐 아니라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같은 정원 1천~1천500명 수준의 세계 명문 종합대학의 학부교육 모델이기도 하다. 결국 세계 유수 대학이 학부교육의 전범으로 삼고 있는 교육이 자유교육인 것이다. 

한국에서 자유교육이 정착하지 못한 이유 

그렇다면 자유전공제를 중심으로 한 자유교육이 국내에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대학들이 대규모 정원의 대형 대학을 선호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대학들이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더 근원적인 이유이다. 교수 입장에서 가장 편한 것은 매년 정해진 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학과에 입학해 중도 유출 없이 졸업하는 것이다. 어항 속 잡힌 물고기처럼 크게 신경 쓸 일이 있겠는가. 이와 비교하여 자유전공제 중심의 자유교육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야기한다. 교수의 안위가 아닌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전체 대학을 재편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1년간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관점을 탐색할 자유를 부여받고 자신의 정체성과 진로를 결정해간다. 

학생 본위의 전면 자유전공제를 선택 

덕성여대는 이러한 세계 명문대의 자유전공제를 벤치마킹했다. 학생을 최우선에 두는 선택을 한 것이다. 자유전공제를 선택하면 교수들은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정체성과 진로를 형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자신의 학문이 이 시대에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변증해야 하고 부단히 강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수에게는 힘들지만 학생은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그러한 교육이라면 덕성여대는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덕성여대는 2020년 신입생을 인문사회계열, 이공계열, 예술계열로 계열별 통합 선발 후, 학생들이 2학년 진입 시 제1전공으로 (계열별 각각) 22개, 10개, 5개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하고, 제2전공은 계열의 벽을 넘어 대학 내 모든 37개 전공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총 1천269개의 전공선택 조합이 가능해졌다. 이는 입학 시 주전공이 정해져 있고 복수전공 선택조차 자유롭지 않은 타 대학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것이다. 

덕성여대의 전면 자유전공제는 학교와 교수가 진로지도 및 멘토링에 많은 자원을 할애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사진은 덕성여대 입학 환영 행사 모습.
덕성여대의 전면 자유전공제는 학교와 교수가 진로지도 및 멘토링에 많은 자원을 할애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사진은 덕성여대 입학 환영 행사 모습.

자유전공제는 미래사회 적극적 대응

이러한 자유전공제는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을 강조해 온 덕성여대의 전통과도 맞닿는다. 1920년 3·1운동을 계승하여 세워진 덕성여대는 민족과 여성의 자립을 강조했고 이는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라는 창학정신에 녹아 있다. 또한 덕성여대는 1969년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소규모 자유교육 세미나를 국내 최초로 개설한 대학이기도 하다. 자유전공은 미래사회 변화에도 탄력적이다. 사회수요가 높은 분야는 학생 수요에 반영되어 해당 분야를 성장하게 한다. 그렇다고 사회수요가 적은 학문이 경시되지는 않는다. 그 전공을 선택한 소수 학생의 선택도 존중되어야 할뿐더러 자유전공제의 근간은 다양한 학문을 중심으로 하는 다채로운 학문 공동체에 있기 때문에 당장 사회수요가 높지 않은 분야라 하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설강 기준 완화 등을 통해 보호하려 한다. 

전면 자유전공제의 가시적 성과 

전면 자유전공제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진로탐색 1년 간 학생들의 46%가 본래의 선호 전공을 변경하였다. 이들이 만약 타 대학에 진학했다면 자신들이 더 선호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2개 전공을 신청하는 비율도 늘었다. 19학번의 경우 2학년 1학기 기준 2개 전공 신청 비율이 20%였는데 자유전공제 학번인 20학번의 경우 63%로 증가하여 학생들의 융복합 역량도 강화되었다. 무엇보다 자유전공제를 처음 실시한 1학년 중도탈락 학생 수가 예년 114명에서 72명으로 37%나 하락했고 이에 학교 전체 중도탈락률도 3.8%에서 2.9%로 하락했다. 이는 수도권 중도이탈률 평균인 4.5%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어려움에도 계속되는 실험

전면 자유전공제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공은 자유전공제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하고, 특정 전공에 대한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학교와 교수가 진로지도 및 멘토링에 많은 자원을 할애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전공제를 정착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학생들이 가장 자신다운 삶을 꽃피우기를 돕는 것이 대학 본연의 기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덕성여대는 이처럼 한국대학 생태계에 학생중심 자유교육의 화두를 던지며 그 실험을 지속해갈 것이다.

박건영 덕성여대 교무처장(국제통상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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