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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당 습격, 소셜미디어가 보내는 경고
미 의사당 습격, 소셜미디어가 보내는 경고
  • 교수신문
  • 승인 2021.01.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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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언론학 박사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언론학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언론학 박사

미국 연방의사당 습격사건은 정말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일까? 충격적이긴 하지만 전혀 뜻밖이라고 할 순 없다. 상황을 복기해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몇 주 전 판세가 불리할 것으로 보이자 트위터를 통해 선거 절차의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때문에 우편투표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다. 이에 추종자들은 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분위기를 잡는다. 그 뒤 재선 실패가 현실로 드러나자 선거 강탈이라는 음모론이 삽시간에 퍼졌다.  

이 과정의 주역은 단연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이들 미디어는 큐어넌(QAnon·음모론을 믿는 극우 집단이자 극렬 트럼프 지지 세력)과 결합하면서 음모론을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곳에서 허위정보와 극단주의가 넘쳐났음은 물론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친트럼프 계정에는 지난해 12월 내내 “애국자들이여, 의사당 점령작전을 통해 우리나라를 되찾아오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사실 연방수사국(FBI)은 2019년 큐어넌을 국내 테러위협 집단으로 지목했었다. 

그런데도 왜 바나나공화국(부패한 정치·경제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사건이 일어난 것일까? 정부나 소셜미디어 플랫폼 관계자 모두 언론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들먹이며 수많은 ‘빨강 신호’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9천만 팔로워를 향해 선동적 트윗을 하면 지지세력이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생태계는 이러한 분위기 아래서 가능했다. 이를 두고 스탠포드대 인터넷 관측소의 두 학자 르네 디레스타와 알렉스 스타모스는 의사당 점거 사태를 ‘빤히 보이는 곳에 감춘 반란’이라고 불렀다(포린 어페어스 1월 14일 기고). 즉 ‘퍼펙트 스톰’은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온라인 정보가 민주주의와 공공의 안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깨닫기 시작했다. 트위터 등 플랫폼이 트럼프 계정을 폐쇄하거나 무기한 정지한 건 그 연장이다. 하지만 정치적 지향에 따른 사회적 균열은 심각한 상처로 남았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 기업이 온라인 발언권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한가, 그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은 논란거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 경우를 과연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난무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 그만이다. 특히 유튜브 매체들은 이미 치유하기 힘든 수준이다. 사실과 주장과 추측이 뒤섞인 콘텐츠로 온 국민을 보수와 진보 양극단으로 갈라놓는다. 정치인들도 입지 확보를 위해 페이스북 등을 허위조작정보를 전파하는 창구로 활용한다. 진영 논리의 포로가 된 공간에서 합리적 사고는 자리 잡을 틈이 없다. 이런 상황이 저절로 개선되긴 어렵다는 사실은 우리를 절망에 빠뜨린다. 디지털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탓이다.  

이런 환경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편향적인 신념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메아리가 울리는 방에 있는 꼴이다. 한국인의 경우 정파적 뉴스 소비가 심각하다는 건 객관적인 조사(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도 드러났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는 쉽게 가짜뉴스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디지털 세상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즉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리터러시)은 더욱 절실해졌다. 나아가 미디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은 시민의 필수 조건이 됐다. 그런 만큼 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해야 한다. 일반 성인들 대상으로도 이러한 소양을 높이는 교육이 건강한 민주사회를 위해 필요하다. 교육부 아래에 미디어교육 전담기구를 두거나(프랑스), 미디어 리터러시를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는(미국) 나라도 있다. 이 문제만큼은 정치권도 당파적 이해에 매몰돼선 안 된다.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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