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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의 철학
뉴노멀의 철학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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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 224쪽

 

김재인 교수는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서양철학을 연구해온 인문학자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과 과정을 밟아서, 미학과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과 계열의 학부에 입학하기도 했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 이 책에서는 새로운 인문학을 구성하기 위해 문사철 인문학을 없애고, 고등학교 과정에서 문과를 폐지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김재인 교수는 전작에서도, 인문학에서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개념의 오남용을 경계해왔다. 특정한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철학자들 고유의 개념을 맞지 않는 맥락에서 사용하다 보니, 부적절한 개념을 남발하게 되고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인문학이 과학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문학자들도 과학적 사고와 훈련을 해서 과학을 교양처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문학에서도 자료를 실증적으로 선별해서 다루는 법, 신뢰도 높은 자료를 서로 비교해서 평가하는 법, 가공된 자료를 자기 관점으로 해석하는 법 등을 훈련해야 한다. 그동안 인문학자들은 알게 모르게 인문학은 과학과 다른 차원, 다른 영역에서 논의된다고 믿어왔고 그러다 보니 과학적 비판이나 방법론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러한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말한다.

새로운 방향으로 인문학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한다. 첫째는 중등교육과정에서 문과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학과 자연과학을 포함한 동일한 내용을 필수 공통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 둘째로 학부 과정은 문과와 이과, 예술까지 통합하는 새로운 학문 체계인 뉴리버럴아츠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로 전문 지식과 기능은 대학원이 떠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커다란 방향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새로운 가치의 초석을 세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논의의 장을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과 과정 개편에 관한 제안이 아니라 기존의 인문학, 기존의 교육 과정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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