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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영어로만 말하는 수업
학이사: 영어로만 말하는 수업
  • 이기석 제주대
  • 승인 2004.05.2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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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석 / 제주대·영어학

"영어" 하면 누구나 할 말이 많아진다. 이는 우리 중에 영어를 안 배워본 사람이 없고, 영어로 인해서 고생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모두가 자신을 위해서든 혹은 자식을 위해서든 간에 영어에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러한 노력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지극히 미미하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몇 해 전 영어를 국어에 이어 제2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 바 있다. 당시 찬반의 열띤 공방이 있었지만 별다른 결론은 이끌어 내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소강상태로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모든 입장을 고려해 볼 때 영어를 제2공용어로 선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는 특별히 다른 이유에서라기보다도 현실적으로 그 실효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영어를 제2언어로 사용하는 국가 수는 75개 국가로서 그 대부분이 미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다. 이들 국가에서도 필리핀의 경우 약 50퍼센트, 싱가폴의 경우 약 30퍼센트 정도만이 영어가 가능하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영어를 제2공용어로 선포한다고 우리의 영어능력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1996년 영어 공용화를 선언했지만 겨우 전체 인구의 0.3퍼센트만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네델란드나 독일, 스웨덴 등의 몇몇 나라들의 경우를 보면 영어가 외국어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영어가 통용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영어는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지금보다 영어공부를 더 많이 해야하는가.     아니다. 영어공부는 그만해도 된다. 아니, 어쩌면 영어를 공부의 대상으로만 놓고 있는 한 아무리 공부해도 소용이 없다고 본다. 우리의 영어문제는 영어의 학습에 있다기보다는 영어의 사용에 있다고 본다. 사용할 수 없는 영어라면 그 영어는 죽은 영어이고 따라서 그 영어는 지식에 불과한 영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영어를 사용하란 말인가. 영어는 더 이상 남의 언어가 아니고 우리의 언어다. 그렇다면 이제는 영어사용을 위한 환경의 확대에 보다 더 큰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영어사용을 위한 공간이 제한적일 필요는 없다. 어디서든 배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장이 돼야한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모든 학습현장에서는 영어만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로 필리핀이나 싱가폴과 같이 영어를 제2언어로 하고 있는 나라를 보면 기본적으로 영어는 학교 교육의 도구어 기능을 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특히 대학에서는 그렇다. 대학의 모든 강의가 영어로 이뤄진다면 영어 사용에 관한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며 자연스럽게 고등학교와 중학교, 초등학교의 순서로 확산돼 갈 것으로 본다. 이 때 한 가지 더 고려할 것이 있다면 영어강의의 대상 과목에 있어서의 순서가 아닐까 한다. 필리핀의 경우를 참고로 한다면 여러 학과목들 중에서도 인문사회 관련 과목보다는 수학이나 과학 계통의 과목에서 먼저 실시하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이고 또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써 영어사용에 관한 정책을 상위개념으로 두고 지금까지 쏟아왔던 영어교육에 관련된 정책을 오히려 하위개념에 둘 때 우리의 영어문제 해결에 보다 현실적 접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것이 '영어?' 하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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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객 2004-06-06 20:19:40
실천, 실천, 무언가 실천한 후에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