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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회
  • 교수신문
  • 승인 2020.09.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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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유창모 포스텍 명예교수·물리학

 

유창모 포스텍 명예교수·물리학
유창모 포스텍 명예교수·물리학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미·중 갈등, 미국 대선의 난타전과 겹쳐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는 미증유의 상황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은 비대면·비접촉 업무 형태를 유도하고 재택근무를 회사의 운영방식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수업이나 대학수업은 상당 부분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대체됐다.

반면에 코로나19가 야기한 거리두기는 소상공인 중심의 서민 경제를 마비시켜 죽어가게 하고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매출에 직격탄을 맞으며 문을 닫고, 청년 고용상황이 악화되면서 사회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유흥시설이나 주점·음식점, 스포츠센터 이용에 제한을 받으면서 업무가 끝나고 어울려 커피 한잔하던 서민의 낙도 사라지고,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함께 소리치고 응원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것도 사라지고, 체육관에서 땀 흘려 가며 몸을 단련시키던 운동도 못하게 되니,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만 쌓여간다. 이에 더해 배달 폭증으로 인한 재활용 플라스틱 증가로 폐기물 처리 대란까지 오고 있다. 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은 학생들을 학교나 학원에 제대로 못 보내는 상황에서 집에서 하루 종일 돌보아야 하는 처지도 싫을 것이고, 아이들도 친구들과 밖에서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하고 컴퓨터와 지내는 것도 힘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인터넷의 세계에서 머물며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폐쇄적인  매트릭스의 세계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맞벌이 부부는 언제까지 이 고난을 감내하며 애들을 키워가며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사회에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증폭 시키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실제적 거리뿐만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멀게 하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누적돼 상당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이렇게 모두에게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세력은 종교와 집회의 자유를 주장하며 국가 방역 대책을 무시하고, 집단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일으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간신히 유지돼온 방역 노력을 뿌리부터 흔들면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기고 있다.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에 반대하여 시작된 개업의와 전임의·전공의 파업은 대형 병원의 진료 체계를 마비시키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동맹과 의사 국가고시 거부로 이어져 내년도 의료인력 수급이 제대로 될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겨울철 독감과 함께 창궐하지 않고 유효한 백신이 곧 상용화되지 않으면 이런 의료진 공백이 또 어떤 의료 문제를 가져올지 예측이 불가하다. 방역 당국과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인내력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다.

학교나 학원을 갈 수 없는 올해 고3 수험생은 제대로 된 수업도 듣지 못한 채 수능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가히 현 상황은 이곳 저곳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간신히 버텨주고 있는 혼란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런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국민의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 국가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려는 자세를 보이기보다는 구태의연한 파벌주의나 정리 정략에 몰두하는 개탄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진왜란 때나 지금이나 한국 정치 세력이 보여주는 집단 이기주의와 분열의 모습은, 역사의 뼈아픈 교훈에도 불구하고 결코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회적 진통을 겪어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이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하고 한 연설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한국사회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바이러스에 의해 상당히 왜곡된 새로운 사회로 급격히 진입하는 것 같다. 당장 겨울 독감 유행을 앞둔 상황 속에서, 독감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시에 확산세를 펼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모든 것들이 추스려지려면 내년 가을까지 어떻게든 견뎌봐야 할 것 같다.

유창모 포스텍 명예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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