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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중국의 공격적 선전 전략, 먹히고 있나?
[대학정론] 중국의 공격적 선전 전략, 먹히고 있나?
  • 교수신문
  • 승인 2020.06.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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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지난 2월 3일,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렇게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늑장 대응을 놓고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향한 책임론이 비등할 때였다. 여론전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심은 미디어에 대한 통제와 이의 적절한 활용이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신뢰를 잃기도 했고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도, 국제적으로도 그랬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이달 초순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서는 중국공산당의 조직적 선전 전략의 결정판이다. 백서는 A4 용지 34장 분량으로 크게 세 가지를 담고 있다. 즉 시진핑 중심의 통일된 지휘 체계가 방역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역사와 국제사회에 책임지는 자세로 공개적이고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다, 중국은 150여개 국가와 국제조직에 코로나 퇴치를 위한 원조를 제공하는 등 국제 협력을 위해 기여했다는 내용이다. 앞의 두 가지는 사실과 주장이 섞여있고 다만 세 번째는 사실에 가깝다.

두드러진 점은 시진핑이 주재한 각종 회의와 현장 시찰을 빠지지 않고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인터넷 통제와 여론전을 강조했다거나 초기에 사회 혼란을 우려하며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또 중국이 지난 1월 11일부터 매일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세계보건기구(WHO)에 통보했다고 밝히면서도 사람 간 전염 사실을 은폐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던 내부고발자 의사 리원량은 물론 싣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도 코로나19 피해국이라면서 다른 나라가 이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주장은 빠뜨리지 않았다.

이러한 백서는 조지 오웰이 쓴 ‘1984년’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진리성에서 역사를 새로 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중국 책임론’을 ‘중국 공헌론’으로 바꿔 버린 건 시간이 흐르면 역사가 그렇게 기록될 것이란 기대에 기초하고 있다. 1930년대 일본의 한국과 중국 점령을 ‘침략’ 대신 ‘진출’로 고친 일본 문부성의 역사 왜곡과 다를 것도 없다. 역사적 무게와 맥락이 서로 차이가 있을 뿐. 

중국은 지난 3월부터는 적극적인 대외 선전 캠페인에 착수했다. 국내 확진자는 한 자리 수로 줄어들었으나 외국에서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기에 맞춘 것이다. 초점은 두 가지였다. 중국을 향했던 비난의 화살이 방향을 바꿔 코로나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다른 나라들을 겨냥하도록 만드는 게 그 첫째였다. 둘째는 ‘통제’와 ‘동원’을 수단으로 하는 ‘중국 모델’을 전파하면서 위기 때 미국보다는 중국이 협력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인식시키는 거였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유럽 등에서 꽤 먹혀들었다.

이런 상황이 하루아침에 가능했던 건 아니다. 중국은 외부 세계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파하고자 미디어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이미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를 통해 국제적인 담론권을 확보함으로써 지정학적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교관들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유리한 서사를 전파하거나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활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슈의 핵심을 흐려 놓아 책임을 다른 나라로 돌려버리기 위한 것이다.

정원교 언론학 박사(성균관대 초빙교수)
정원교(성균관대 초빙교수ㆍ언론학박사)

민주주의 국가는 미디어를 통제하고 활용하는 권위주의 체제와 벌이는 선전전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미·중 간 선전전에서 중국이 우위를 차지한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목할 건 또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이 최근 트위터에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다)라는 글을 올려 조지 플로이드를 죽인 미국을 조롱하자 일부 네티즌은 “I can’t tweet.”(트윗을 할 수 없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언론 통제는 중국의 체제 선전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신뢰를 떨어뜨리는 아킬레스건이다.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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