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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단-대학통합, 기업간 M&A와는 다르다
교수논단-대학통합, 기업간 M&A와는 다르다
  • 이금배 공주대
  • 승인 2003.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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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은 지금 입학자의 급격한 감소, 취업난, 재정난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입학자의 감소로 이어지는 고졸자의 숫자 변화 추이를 보면, 2003년도 대학입학정원은 약 66만명이나 고졸자는 63만명 정도이며, 2010년에 일시적으로 고졸자가 약간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후부터는 다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1년에 43만 여명, 2050년에 28만 여명 정도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도에만 전문대학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체 3백56개 대학 중에서 67개 대학이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학자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학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국내외에서 대학간의 통폐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2년 이후 공주대와 예산농업전문대학간의 통합 이외에도 7건의 대학간 통합사례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입학자의 감소로 인해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학 미충원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2009년도에는 대학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2년 문부과학성에 의하면 3년제인 단기대학을 포함한 101개 국립대학 중 80%가 대학 M&A를 검토했고, 그 중 36개 대학이 실제 통합을 목표로 움직였다.

중국에서는 입학자의 감소보다는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대학간 통폐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전문대학 포함 1천5백17개의 대학이 있는데, 1992년 이후 2002년까지 총 7백33개의 대학을 2백88개로 통합해 평균 2.55개의 대학이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했다.

기업간의 M&A는 ‘경영권 혹은 영업권’의 매매를 통한 기업간 결합을 의미하나, 현행법 하에서는 대학 또는 학교법인의 매매는 불가능하다. 이는 학교법인이 비영리재단으로서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간 M&A 방식보다는 대학간 통합이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고 타당한 구조조정의 방식일 수 있다.

 대학통합은 두개 이상의 대학이 결합해 법률적ㆍ실질적으로 하나의 대학이 되는 것이다. 법적으로 상이한 주체에 의해 운영되는 대학들이 매체를 전제로 해 인수합병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대학으로 되는 기업식 M&A와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간 통합은 대학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해당대학은 상호 보완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서, 정부입장에서는 과다한 대학정원을 감축해 고등교육의 질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합 시 고려해야 할 점들 중 첫 번째는 유사분야의 통폐합 및 조직개편 등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학 경쟁력의 향상 여부다. 이에는 학생들의 질적 향상, 교직원 및 시설, 설비 등의 활용율 제고, 재무구조의 개선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로는 신입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통합으로 인한 대학 구성원 간의 불협화음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며, 그 대상은 교직원, 학생, 동창회, 지역주민들이 되겠다. 예를 들면 1992년에 공주대학교가 예산농업전문대학을 흡수통합해 산업과학대학으로 개편했는데, 대학의 양적인 팽창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예산지역 대학이 공주지역 대학에 흡수통합됐다는 점에서 전문대학 출신 동창 및 지역주민들의 반발,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산업과학대학 재학생들의 소외감, 1개 단과대학이 독립 캠퍼스 형태로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인적 및 물적 비용의 과다소요, 농업분야의 비인기로 인한 신입생 미충원 증가 등이 앞으로 해결하여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같이 대학간 통합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및 교육부 등의 적극적인 협조 하에 추진돼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국가 경쟁력 제고차원에서 대학통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법률적ㆍ행재정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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