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코로나와 ‘언택트’ 대학
【딸깍발이】코로나와 ‘언택트’ 대학
  • 교수신문
  • 승인 2020.03.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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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대규모 대학 캠퍼스는 유물이 될 것이다.” 1997년에 피터 드러커가 했던 말이다. 2020년 3월 한국의 모든 대학들이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면서 사이버대학이 되었다. 비상상황에서 학기가 시작되었고 온라인 수업이 필수가 되면서 캠퍼스는 텅 비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학당국은 물론이고 교수와 학생들 모두 어수선한 상태에서 이 봄을 맞고 있다. 이른 바 ‘언택트(Untact)’ 대학이 되어버린 요즘, 온라인 수업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온라인 교육이 대세라며, 대학도 테크놀로지와 강의를 접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사태가 한국 대학의 미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 외에도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는 비대면 사이버교육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대학의 미래』를 쓴 케빈 캐리가 언급한 것처럼, 앞으로의 대학은 특정 장소에 있지 않고 ‘어디서나 닿을 수 있는’ 대학이라는 것이다. 양질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미네르바 스쿨처럼, 전통적인 대학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향후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LMS, 콘텐츠 메이커, 줌(ZOOM)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등을 활용한 수업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버의 크기와 첨단 기자재의 성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화 되는 비상사태에 각 대학들은 서버가 다운되지 않도록 시스템과 관련 기자재를 보완하느라 노심초사하였고, 준비가 미흡했던 대학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교수와 학생들에게도 시련이자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교수들은 수업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 외에도 디지털 도구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K-MOOC 강의를 했거나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경험이 있는 경우는 덜했지만, 속성으로 온라인 교육을 위한 작동법을 익혀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는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학생참여형 토론수업도 온라인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 처지는 더 딱하게 되었다. 개강이 연기되더니 담당 교수를 만나지도 못한 채 온라인 수업만 듣게 된 것이다. 실험, 실습, 실기형 수업조차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대학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청원마저 제기될 정도로 학습권이 침해되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이른 바 언택트 교육의 사각지대다. 인터넷과 디지털로만 이루어지는 수업의 피로감과 무력감이 그것이다. 대학은 EBS 특강이나 학원처럼 필요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학교육의 존재 의미를 묻게 된다. 컴퓨터 모니터를 앞에 놓고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화상강의조차 면대면 수업과 질적인 차이가 있다. 시스템에 접속해 만나는 공간에서 생생하고 섬세한 의사소통과정은 누락될 수밖에 없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온기를 나누는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대면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교수와 학생간의 교감과 교육적 영향력이 실종될 수 있다.

특히 대학교육의 온라인화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부담이 크다. 속도와 성능이 탁월한 노트북을 통해 매끄럽게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경우와, 데이터 부담으로 무료 와이파이를 찾고 혹은 좁은 방에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경우, 그들의 학습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강의실도 도서관도 모두 문이 닫혀, 수업을 듣기 위해 캠퍼스 대신 카페나 PC방을 가는 학생들 상황이 난감하다. 디지털 접근의 차이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노출시키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온라인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사는 기우와 기정이가 변기 위에 올라가 와이파이를 잡느라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일부 학생은 학교와 격리된 불편한 상황을 감수하고 있는지 모른다. 필요한 학생에게 노트북을 모두 대여해 줄 수 없는 여건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수업을 보며, 윌리엄 깁슨의 말이 떠오른다. “미래가 도착했다. 하지만 그것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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