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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이슈] "시대의 생각을 바꾸자" 최진석 현상의 뒤안길
[커런트 이슈] "시대의 생각을 바꾸자" 최진석 현상의 뒤안길
  • 교수신문
  • 승인 2020.03.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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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2015년말 '교수신문'에서 그해의 4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채택해 화제가 된 적 있었다. 이 말은 충격적이었다. 혼용(昏庸)은, 생각이 어두운 리더인 혼군(昏君)과 행동과 처신이 못난 용군(庸君)을 합친 말로 당시 대통령(박근혜)을 겨냥한 거침없는 비판이었기 때문이다. 뒷말로 붙어있는 무도(無道)는, 국가 리더십의 실종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법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심각한 상황인식을 표현한 것이다. 2017년 3월 당시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으로 헌재 파면 결정을 받으면서 '혼용무도'의 진단과 예언은 현실이 되었고 역사적 심판을 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5년째 되어가는 지금, 어둡고 못난 리더십과 법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해결되었는가. 과거사와 내분에 휘말려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뒷걸음만 치던 상황에서 벗어났는가. 비록 그때의 혼용(昏庸)과는 다른 성격일지도 모르지만, 어두운 미궁을 헤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이 나라를 무겁게 덮고 있다. 법도는 흔들리고 정치적인 욕망들은 기승을 부리는 듯 하다. 자기 편을 살리자고, 자기 세력을 키우자고, 나라 전체가 가라앉는 위기조차 아랑곳 않는 단견과 이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설 명절 민심마저 저마다 자기 편의대로 들은 말을 확성기로 되뿜어 헷갈리는 이명(耳鳴)들만 키울 뿐이다.

한 철학가가 대한민국의 '시대적 어둠'을 걷어내는 고독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대학원 도가철학 박사인 최진석(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서강대 명예교수, 건명원 초대원장) 교수다. 그는 내달 11일부터 6월30일까지 넉달에 걸쳐 매주 화요일 3시간 남짓한 강연과 토론을 진행(장소는 북쌔즈 복합문화공간)할 계획이다. KMA 한국능률협회와 함께 여는 이 강의는 '국가 가치와 경영 가치를 새롭게 모색하는 경영자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2018년 11월에 시작되어 이번이 세 번째로, '혜명원(慧明苑)'이란 이름의 강좌토론 프로그램이다. 우선 혜명원에는 최 교수의 의지가 담겨 있다.

"혜명은 충남 관촉사의 불상을 조각한 스님의 이름입니다. 그 뜻으로 보자면 슬기롭게 밝힌다는 의미로 조선시대 월인석보에 "혜명으로 비취여 알외요리다(지혜의 빛으로 비춰 알게 하오리다)"라는 구절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그는 혜명이란 이름에서 부처상을 조각하는 스님의 깊은 뜻과 굳은 의지를 담았고, '혼용'의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지혜를 키우는 일을 자임하여, 그것을 이 시대 스스로의 소명(召命)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경영자의 생각은 기업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개인과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깊고 탁월한 시선으로 함께 세상을 바꾸고자 합니다." 이른바 혜명(慧明)의 실천적 면모다. 

혜명원의 '리드멘토(LEAD MENTOR)'를 자임하는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부분이 답답하게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한 사회가 질적으로 큰 변화를 하려면 사회의 구성요소 중 한 부분이라도 살아있는 의식으로 깨어있어야 가능하지만 문제는 그런 구성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도전의식이 살아남아 있는 곳이 기업입니다. 기업인을 만날 때 가장 진취적이고 강한 도전의식을 아직도 가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나라는 희망이 그나마 기업인들에게 있습니다. 저는 혜명원 강의를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는 자세로 임합니다. 선도력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지고, 선진적으로 기업을 잘 하는 일이 나라를 살리는 일입니다. 기업도 탁월한 시선을 가지고 탁월성에 대한 강한 집착을 기반으로 운용되어야 합니다. 기업 경영 활동으로 자신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사람인지 증명하는 것입니다. 기업인들이 크고 굵고 멋지게 살다 가는 일이 탁월한 활동입니다. 자기가 자기로 살고 있다는 존재적 자부심과 생기 충만한 행복감을 기업인들이 누리기를 원합니다."

그의 강좌는 3단계의 섹터로 나눠져 있다. 3차례의 강좌 프로그램 동안 일관되게 진행되어온 내용이다. '시선을 높이다 - 사유를 나누다 - 선도력을 꿈꾸다'라는 일련의 과정은 기업 현실 속에 매몰되거나 세계와 국가의 경제상황 속에서 일희일비하면서 놓고 있었던 '기업의 생각'을 살려내고 키워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각이 있는 기업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며 그것에 부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이런 자신의 일들을 '생각혁명'이라고 부른다.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또 하나의 혁명이 아니라, 지난 산업혁명들의 노하우와 전략들을 내려놓고 전혀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하는 난제를 던지는 상황이다. 과거의 경험과 축적된 사고들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는 아직도 '기회'라기 보다는 리스크들로 가득 차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과 선도력을 갖추는 일은, 지금껏 없었던 어떤 혁명을 요구하는 일에 가깝다. 가치와 비전과 기업문화 전체의 혁명이 필요한 때이다. 국가나 사회가 이것을 제대로 지원해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다중적인 과제들을 해결하는, 자기 성찰과 문명 성찰, 그리고 새로운 밀레니얼의 방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이것을 돕는 '생각혁명가'의 멘토로 나선 셈이다.

그가 벌이는 이 운동은, 향후 기업을 넘어 이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 확산되어야 할 '국가 선진화 작업'의 전위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진영논란으로 첨예해진 정치적 갈등과, 국가간의 심각한 이익충돌로 빚어진 외교적 난맥상, 경제정책들의 운용 미숙과 글로벌경제의 둔화가 겹치면서 그래프들이 주저앉는 불황조짐들. 이런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느 진영의 승리나 정치적 기술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주저앉히고 있는 전반적인 가치들의 퇴락과 타락을 일신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시선과 사유를 갖추는 것뿐이라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혼용무도론이 나오던 2015년 겨울을 기억하는가. 그해 연초엔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 민심이 흉흉했고,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무능함을 드러냈다.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가 훼손되었다며 들끓었다. 후반에는 교과서 국정화로 좌우가 극한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2020년 봄이 오고 있는 지금, 우리의 상황과 얼마나 다른가. 어두운 세상을 밝히려는 철학자의 고투가 하나의 진귀한 '현상'처럼 여겨지는 까닭은, 5년의 뼈저린 경험들에서도 아무런 미립을 얻지 못한 못난 사회를 바라보는 답답함과 갈증이 너무 큰 탓이 아닐까. 

/이상국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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