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40 (금)
교수와 직원
교수와 직원
  • 정용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3.10.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깍발이

학생 시절을 포함해 20년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을 대학 언저리에 몸담으면서 이제 어지간히 대학의 내적 생리를 터득한 것 같다. 더군다나 학생, 조교, 시간강사, 본부보직자 등 각기 다른 위치의 눈높이를 두루 경험하면서, 역시 대학도 알고 느끼는 만큼 인식하게 되는 복잡한 조직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아직 계룡산 점쟁이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각 단과대학과 본부, 그리고 그 속에 있는 개별사무실의 위치만 보아도 어렴풋이 권력관계를 읽을 수 있다. 가령 단과대학에서 가장 많은 공간과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학과와 교수가 힘센 권력자라고 보면 된다. 가장 힘이 없는 학과와 신임교수 연구실, 학생회 사무실은 구석진 장소에 배치된다. 시간강사가 목소리를 드높이던 80년대 말에는 강사휴게실도 제법 그럴듯하게 있었지만, 지금은 대개 없어지거나 구석진 곳으로 밀려나 있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무실 배치만으로 대학구성원들의 권력관계를 보면 직원,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 그리고 시간강사의 순이 아닌가하는 주관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교수들은 상징적으로만 ‘존경받는’ 존재들이고, 대학의 실권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오랫동안 쌓인 업무의 전문성을 토대로 신임교수의 경력 산정, 보직수당 및 회의비, 시설 및 기자재 배치 등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교수가 대학의 수장인 총장과 처장직을 차지하지만, 이들이 막상 대학보직자가 되면 사무국장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직원들의 단결심에 가로막혀 형식적인 결제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대학을 학생과 교수 그리고 직원이 함께 어울리는 학문공동체라고 말하지만, 대학교수와 직원의 관계는 공동체라고 표현하기에는 미묘한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는 마치 ‘같은 배를 제각기 운전하는 조타수’와 같아서 배가 침몰한다는 느낌을 가질 정도다. 평생을 사회와 유리된 채 좁은 연구실에서 만 지낸 교수의 ‘이기심’과 관료적 타성에 젖은 직원들의 ‘철밥통’ 정신이 조화하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교수와 직원들의 갈등 속에서 정작 이들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이나 학생들의 존재는 잊혀진지 오래이다. 또한 대학교육의 과반수이상을 담당하는 시간강사들의 고단한 처지와 땀방울도 잊혀지고 말았다. 교수는 존경받기만을 원하는 존재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존재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보다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직원들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학생과 교수들을 위한 행정서비스 전문인이라는 인식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학생, 시간강사와 교수, 직원의 순으로 위상이 잡힐 때, 명실상부한 학문적 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