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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 우리의 생계는 왜 불행한가
[통찰의 재미] 우리의 생계는 왜 불행한가
  • 이진영
  • 승인 2020.02.14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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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의 미래 | 이원재 저 | 어크로스 | 페이지 404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마태복음 6:26-27)

작가 김훈이 자신의 수필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역설했다시피 산다는 건 본질적으로 밥벌이와 같다. 위 성경구절은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는 살기 위해 일하지 않지만 인간은 일해야 살 수 있는 운명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인간에게 밥벌이의 노동은 필연적으로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우리의 생계는 운명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나는 『재미의 본질』이라는 학술서를 쓴 재미 연구자다. 재미를 연구하면서 가진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생계 수단으로 삼을 수 없을까. 소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버는 ‘덕업일치’의 삶은 일부 마니아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일 수밖에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좋아하는 일이 돈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설사 돈을 벌어도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일보다 싫어도 안정적인 생계 수단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 가지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만약 사람들에게 생계유지의 걱정과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모든 개인들에게 최소한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가정을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제시한 책이 바로 이원재 저자의 『소득의 미래』다.

그동안 이런 ‘기본소득’ 얘기는 최근 복지 선진국인 일부 북유럽 국가들이 도입을 고민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같은 테크 셀럽들이 지지 발언을 하면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사회적 제도로 제안하고 관련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실행 가능성을 타진한 책은 드물었다. 기본소득 자체가 최신의 화두라 다루기 어려웠을 법도 한데,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다음 세대 정책실험실 LAB2050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심도깊은 실증적 실험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 믿음이 간다. 저자는 이런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제 정치적으로 구현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최근 ‘시대전환’이라는 정당을 설립하기도 한 바 있다.

저자는 ‘인구의 절반이 월급 없이 살아야 한다’는 도발적인 사실을 들며 근로 소득으로 먹고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실제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이 되고 있다. 기업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도 같은 생산성을 유지할 대안들을 갖기 시작했다. LG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인공지능이 대체할 고위험군 일자리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의 43%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은 특히 G20 국가들 가운데서도 유독 산업용 로봇의 도입 비중이 높은 나라로,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로봇 밀도가 자동차 강국인 독일, 일본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인간의 노동 대체는 이와 같은 제조업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도매, 소매, 음식, 숙박 등 서비스 부문에서도 빠르게 자동화 솔루션들이 도입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문 자동화 기기들이 이젠 웬만한 소규모 음식점에도 진입한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된 게 좋은 예다. 

근로소득에 의존한 삶의 방식에 대한 또 다른 근본적인 도전은 자동화만 있는 게 아니다. 기업에 근로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하는 방식이 아닌 필요한 요구가 있을 때만 일하는 자유노동을 전제로 하는 소위 플랫폼 기업의 등장도 중요한 위협이다. 에어비앤비, 우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소위 유휴 자원을 재활용하는 ‘공유 경제’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며 세상의 노동을 재편하고 있다. 플랫폼 의존 노동은 피상적으로 보면 인간을 고정된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나타난 현실은 소득 양극화와 불안정한 소득이라는 반대급부였다.

저자는 노동과 소득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면서 일자리와 소득이 사라지는 전환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국가와 사회가 사회보장, 복지제도와 같은 과거의 해법과 다른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사회복지 체계는 20세기 산업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더 이상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4차 산업혁명의 21세기에 필요한 새로운 규칙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야 함을 역설한다. 혹자는 이와 같은 기본소득제를 좌파들이 주장하는 공산주의, 사회주의적인 제도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시대 변화가 초래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저자는 모든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 준다면, 그에 따라 모험을 하고 실패해도 생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해준다면, 더 많은 사람이 모험가가 되고 혁신가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결국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개인들이 자신의 삶뿐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책을 읽은 소감을 요약하자면 기본소득은 단지 추락하는 개인들을 위한 또 하나의 사회복지 제도나 사회안전망에 불과하지 않다. 하루 하루의 생계에 목을 매고 월급과 노동을 교환하던 삶의 패턴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와 자녀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근로소득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선진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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