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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45) - 마스크의 좋은 점
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45) - 마스크의 좋은 점
  • 교수신문
  • 승인 2020.02.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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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너무 엉뚱한가. 마스크가 좋다니.
당연히 방한용 마스크를 예전에도 썼다. 군대는 아직도 방한용 마스크를 지급한다. 미세먼지나 황사를 막는, 그러니까 방한(防寒)이 아니라 방진(防塵) 마스크도 주지만 야외활동이 많은 군인에게 마스크는 필수보급품이다. 근래 들어 마스크의 용도도 세밀하게 분류되고 멋도 가미되면서, 별의별 마스크가 다 있다. 액수도 차이가 크다. 

폐렴이 돌면서 마스크 가격이 8백 원짜리가 3천 원으로 뛰고, 중국에서 들어온 폐렴환자 수용시설 주위의 주민에게 지방정부에서 마스크를 14일 치를 나누어주었더니 22억이 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데 좋은 마스크가 아니라고 또 욕먹었단다. 

안경 때문에 마스크를 못 쓴다. 갑갑한 것도 있지만, 안경에 입김이 올라가서 불편하다. 위생에 별 신경 쓰지 않는 성격도 한몫한다. 내가 건강한 것이 우선이라는 건방진 생각에, 위생이란 퍼센티지일 뿐 절대란 없다는 비과학적 판단도 들어간다. 위생이란 정도껏이지 100%란 없다는 믿음이다. 화장실이 절대적으로 깨끗할 수도 없고, 바닥이 절대적으로 더러울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마스크를 쓰면 내 손이 얼마나 자주 입 근처로 가는가를 알 수 있다. 별일 없이 우리는 코와 입을 만지고 닦고 문댄다. 마스크로 입과 코 주변이 막히면 손의 오염물이 호흡기로 덜 들어갈 것임은 분명하다. 공기와 같은 바깥의 오염물이 아니라 내 손에 묻은 오염물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다. 
검정 마스크는 패션일 것이다. 어린아이들 사이에 빨간 마스크 괴담이 있었는데, 검은 마스크가 등장하면서 색깔로는 평정했다. 대체로 흰 것 아니면 검다. 검으면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덜 더럽혀질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내 행태의 한 부분이 달라진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굳이 행태(behavior)라는 어려운 말을 쓰는 까닭은 문화마다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 다른데, 마스크가 그 행태를 일시적으로라도 변화시킨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부모가 다 한국인인데도 미국서 태어난 동포들에게서 서양적인 느낌을 받는 것이 무엇 때문일까 곰곰이 관찰해본 적이 있다. 내 첫 번째 탐구대상은 어머니 친구분의 아들이었다. 이민을 했다 고국방문을 하면서 아들을 데려왔는데, 열 살짜리 그놈이 아무리 봐도 한국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모는 한국인의 형태인데, 뭔가 달랐다. 

결론은 눈을 뜨는 방식이었다. 사람을 바라볼 때 그 녀석은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디라고 눈을 치켜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의 눈을 바라보는 것을 금기 아닌 금기시한다. ‘눈 깔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깊은 눈 마주침’(deep eye contact)이 한국인과 달랐던 것이다. 

부르카 속의 눈, 그것도 살짝 파란 눈이 가져다주는 신비함을 회교도 여성을 만날 때 느낀 적이 있다. 그렇게 입고 공원에서 데이트하는 모습도 신기했는데, 남자는 그녀의 눈만을 통해 감정을 읽어내고 있었다. 마치 그것처럼 나도 마스크를 쓴 사람의 눈을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달리 볼 때가 없으니까, 사람들의 눈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스크 덕분에 세상 사람들의 눈이 그렇게 예쁘고 맑은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아, 마스크에도 이런 효용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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