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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나려하는가
왜 한국을 떠나려하는가
  • 임현진/논설위원
  • 승인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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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제아무리 세계화된 세상이라도 외지에 나가서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이와 소득과 무관하게 최근 한국을 떠나려는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TV의 이민상품이 삽시간에 동나고, 교육이민과 원정출산 등이 붐을 이루는 것에서 脫한국바람을 감지할 수 있다.

근래의 사회조사에 의하면, 우리 2030세대의 과반수가 가능하면 이민을 가겠다고 한다. 이들은 또한 한국사회가 너무 부패해 있고 자신들도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부정한 수단에 호소할 것이라고 한다. 가장 썩은 사람이 정치인이고 가장 깨끗한 사람이 청소부라는 그들이 의식에서 한국사회의 부조리의 단면을 엿본다.

원정출산이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교육이민의 경우 도시의 부유층은 미국이나 카나다로 지방의 중산층은 필리핀이나 인도로 아이들을 보낸다. 미국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는 한국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와서 “네 나라에 ‘난리'라도 일어났느냐”라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싸움질의 정치, 바닥기는 경제, 희망없는 공교육, 엄청난 사교육비, 청년실업의 증가 등 한국을 떠나게 만드는 원인들이 매우 복합적이다. 이중 교육을 보기로 들자. 사교육비가 일년 교육예산의 거의 절반인 십수조원을 넘는 나라. 공교육은 이미 空洞化돼 있다. 학생들은 방과후 주로 학원에서 지내야 한다. 어린이들은 점수와 석차를 올리기 위해 공부 아닌 공부를 강요당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조화된 인성과 학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들이 과연 한국의 미래 동량으로서 자라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우리 교육제도의 취약점중 하나로 대학입시에 종속된 초중등교육이 있다. 일렬횡대의 평준화교육을 시켜놓고 일렬종대의 입시선발을 하는 격이다. 대학마다 우수학생을 유치하려고 내신과 수능 위주의 점수중심 선발제도를 고집한다. 대학졸업장이 취업과 출세를 결정하는 학력과 학벌사회에서 대학이 점수제 시험만능주의를 이겨내지 못하는 한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유학생경비로 50여억불을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 작년 무역흑자액의 반이다. 외국유학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 대학은 교육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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