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커넥션
교수 커넥션
  • 교수신문
  • 승인 2019.12.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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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인 부산대 교수
정신과전문의

“대학 동창인 교수, 초등학교 동창인 박사, 딸 친구 아버지인 교수.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를 위해 동원한 인맥이다. 정 교수는 자녀가 대학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스펙을 쌓을 수 있도록 ‘교수 커넥션’을 이용했다.” 한 주요 일간지의 기사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범죄영화 ‘프렌치 커넥션’이 생각났다. 프랑스 마르세이유를 무대로 뉴욕시로 마약을 반입하려는 마약밀매조직을 그린 영화다. 서로를 이어주고 연결하는 접속 또는 인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커넥션이 때로는 암흑세계의 비리를 가리키는데 사용된다. ‘교수 커넥션’은 암암리에 자행되는 대학사회 끼리끼리의 비위 행위들이 더 이상 사회의 사각지대에 머물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용어가 되었다.  

대학의 목적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교육의 제공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순전히 정신적인 것으로부터 완전히 물질적인 것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보전하고, 물려받은 지식을 기반으로 탐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며, 물려받은 지식과 새로운 지식의 결합체를 교육을 통해 전수한다. 대학은  바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규정하는 담론을 생산하는 최고의 학문기관이자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대학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사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학들은 이러한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해왔다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의 병폐적 요소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했다는 게 더 타당한 지적이다. 

한국사회는 짧은 기간에 매우 압축적으로 근대화가 이루어지면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군사문화적 성과지상주의에 깊게 배여 있다.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고도의 압축성장에서 배태된 과도한 자신감과 자만심은 스스로를 성찰하는 데는 독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전통과 근대화가 혼재하면서 근대화에 상응하는 사회적 가치가 착근하지 못했다. 오늘날 경제적 수준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거기에 걸맞은 성숙한 사회적 가치관은 내재화되지 못해 아노미적이다. 가치의 혼돈에서 촉발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통한 사회개혁을 국정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한국사회의 개혁은 대학의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에 상응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최고의 교육기관이자 학문기관인 대학이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갑질 행태, 세습과 서열의식, 특권의식과 반칙 행위, 패거리 문화, 물신주의와 같은 온갖 사회적 모순과 허위의식으로 도배된 적폐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교수들의 자녀 스펙 품앗이를 뜻하는 ‘교수 커넥션’이 이제는 대학사회의 적폐를 상징하는 말로도 손색이 없다. 조국사태에서 드러난 대학사회의 민낯은 대학개혁이 없는 사회개혁이 얼마나 무망하고 신기루에 가까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학개혁은 진솔한 자기반성과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깊은 자기성찰 없이 구호로만 변화와 개혁의 진보적 가치를 주장했던 조국 교수가 단군 이래 최고의 이중인격자로 비아냥거림을 받으며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이야말로 사회개혁이 얼마나 지난하고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조국사태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교수들의 행위는 잡범 수준의 범죄적 행위다. 신념이나 이상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실정법과 충돌해서 일어난 사상범이나 양심범의 행위가 아니다. 대학사회가 잡범 수준의 범죄적 행위를 검찰개혁과 관련지어 진보와 보수로 분열되어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서로를 비난한다. 한국 대학의 몰지성적, 몰가치적 행태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보여준 적이 또 있었던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라는 문재인 정부의 꿈의 실현은 대학개혁에서 그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모든 불평등과 특권과 반칙을 정당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바로 그 교육의 정점에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적폐는 한국사회의 아킬레스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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