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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간강사법을 생각한다
다시 시간강사법을 생각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12.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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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교수,덕성여대 영문학 명예교수
윤지관 교수
덕성여대 영문학 명예교수

지난 8월 1일 우여곡절 끝에 제정된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찬반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강사의 신분안정과 처우개선을 목표로 제정되고 시행된 강사법이 과연 그 목표에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사법 시행 이후  한국대학신문과 하이브레인넷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그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1004명의 강사들이 설문에 응답한 이 조사에서 답변자의 대다수(77.3%)가 강사법에 만족하지 않고 있고 그 중에서도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답변의 절반(50.9%)을 넘었다. 반면 만족한다는 답변은 6.5%에 불과하였다. 이 설문결과로 상황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해도, 강사사회의 이같은 압도적인 여론은 시간강사법의 유효성과 정당성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강사법의 목표인 신분안정과 처우개선 가운데 강사에게 교원자격을 인정하는 전자와 방학 중 임금지급이라는 후자는 명분에 있어서 그릇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신분안정도 일시적인 것일뿐더러 강사로 선발된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처우개선도 주 6시간이라는 강의시수 제한으로 생계조건으로는 더 나아졌다고 하기 어렵다. 실제로 교육부 통계에서도 강사법 시행이 예고된 지난 학기에 이미 전국적으로 7834명(13.4%)이 강의기회를 박탈당했고, 강사법이 시행된 이번 학기의 경우까지 합치면 강사법이 강사지원법이 아니라 학살법이라는 세간의 자조섞인 한탄이 지나치다고 볼 수만도 없다. 과연 강사법 제정을 주도한 강사단체와 교육부가 이 국면에서도 원래의 명분에 의미를 두면서 강사법을 ‘정착’시키는 방향을 고수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설문조사의 응답에서 제기된 것처럼 ‘폐지’나 ‘재개정’이 논의되어야 하는지 질문할 시점이다. 

강사법이 대학사회에 미친 영향의 핵심은 대학의 연구 및 교육인력을 정비하는 구조조정의 성격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강사법은 학문후속세대와 비전임교원의 주축을 이루는 강사들을 교원자격을 가지는 법적 그룹과 거기서 배제되는 연구자 그룹으로 분리하는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근래 들어 대학에서 전임교원의 비율을 축소하고 비전임의 비율을 높여오는 과정이 꾸준히 지속되어 왔고 이같은 대학 교수사회의 재편과 맞물려 대학 전체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도 전임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그나마 강사직을 통해 대학과 연계를 맺어오다가 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오히려 대학에서부터 배제되고 연결고리조차 단절되고 있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고 있다. 젊은 연구자들은 이제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는 명목으로 더 긴밀하게 학교조직 속에 통합되거나 아니면 아예 배제되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게 된 것이다. 

현재 강사법에 대한 교수 및 강사사회의 입장 가운데는 운동론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강사법을 교두보로 삼아 애초의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는 방향을 추구하자는 것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점에 서는 사람들은 강사법의 목적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탓을 기재부의 예산배정의 미흡이나 대학들의 비교육적 태도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물론 충분한 예산확보와 대학들의 적극 협조가 있다면 설문조사의 결과는 좀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왜 기재부는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대학들은 협조가 아니라 오히려 편법을 통해 강사수를 줄이겠는가? 대학의 존립에 관건이 되는 정부의 상호경쟁적인 구조조정의 방향이 그같은 대응을 불가피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강사법 제정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교육부 스스로가 그같은 현실구조를 몰랐던 것일까? 
필자는 교육부가 비정규교수의 비중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본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그 역방향으로 대학 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하면서 강사법 제정과 시행을 앞세우는 모순적 처사를 비판해왔다. 강사법이 제 목적을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 기재부와 대학들의 탓이라기보다 교육부의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당사자들인 강사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현재의 강사법에 불만이고 기대도 없는 상황에서 강사의 법적 교원자격 부여라는 명분에 매달리기에는 대학의 현실은 너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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