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6 14:14 (금)
전공 불일치의 삶
전공 불일치의 삶
  • 교수신문
  • 승인 2019.11.25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거일 우석대학교 스포츠기억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부산대학교에서 체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올림픽 유치 및 유산 활용, 메가 스포츠이벤트 레거시의 스토리텔링과 문화 콘텐츠화를 연구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영득한 지 9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다시 돌아봐도 박사과정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졸업과 함께 영광스러운 대학원학술상도 받았고, 학술연구교수가 되어 원하는 연구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전공사를 보면 그리 평탄치 않았기에 더욱 값진 성취라 느낀다.

대학교에는 철학 전공으로 입학했고 국제관계학을 복수전공 했다. 졸업 후에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포츠분야 창업자로 일하다가 체육학박사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전공 불일치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대학이나 사회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까지 모두 다른 전공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진로에 관한 조언이나 공감을 해줄 사람도 마땅히 없었다.

때로는 외로웠고 실질적인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다. 가령, 전공 불일치라는 이유로 무작정 전문성을 의심받거나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예 원서조차 넣을 수 없던 적도 있다. 그럴 때면 나의 선택이 옳았는지 불안감이 엄습했고, ‘나는 융·복합형 연구자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바야흐로 통섭(consilience)의 시대 아니겠는가! 통섭은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로 지식 혹은 학문간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들어 대학에서 강조하는 ‘융·복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복잡하고 급속한 변화를 일으키는 4차산업혁명 사회에서 단편적인 지식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융·복합형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덕분에 유연한 사고와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과제인 ‘메가 스포츠이벤트 레거시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 콘텐츠화’도 융·복합형 지식과 시각이 필요하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메가 스포츠이벤트는 체육/스포츠 분야를 넘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메가 스포츠이벤트가 창출하는 다양한 유산(레거시)은 활용하기에 따라 ‘하얀 코끼리’가 될 수도 ‘화수분’이 될 수도 있다. 화수분처럼 부가적인 가치를 계속 만들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레거시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 콘텐츠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연구가 가능하려면 체육학 토대에 인문학적 상상력과 경영학 기법이 잘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사실 언급한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지 않았다. 여러 학문적 스승과 조력자가 곁에 있었다. 특히, 박사과정에서 지도교수로 만난 조송현 교수님은 평생의 연구주제를 찾는데 도움을 준 은사이다. 만약 지도교수님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스포츠기억문화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천호준 교수님을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조송현 교수님은 스포츠경영학, 천호준 교수님은 체육사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석학이다. 두 분을 통해 많이 배우고 체육학 안에서도 또 다른 융·복합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이다. 지면을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한국연구재단에도 같은 마음이다. 학문후속세대지원이 있기에 자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 전공 불일치가 오히려 힘이 되리라는 믿음과 함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