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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34) - 무신론학과
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34) - 무신론학과
  • 교수신문
  • 승인 2019.11.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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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퇴장한 새로운 세상의 탄생
정세근 교수
정세근 교수

미국에서 무신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부가 생긴 것이 2016년이다. 마이애미 대학에 은퇴사업가가 220만 달러를 기부하며 시작된 일이다.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무신론학부를 만들고 학부장 교수를 초빙하기로 했단다(포커스뉴스). 미국은 전공 프로그램(여러 학과를 섞어 만드는 연계전공, 독립된 학과에서 관련 전공자들이 모여 만드는 새로운 전공, 예: Chinese Studies)이 많으니 우리식 고정된 학과보다는 학부라는 이름이 어울릴 듯한데, 어째든 우리식으로는 무신론학과가 생긴 것이다.  

여든이 넘은 루이 아피냐니라는 사업가는 자기 이름을 딴 야피냐니 재단(The Appignani Foundation)을 만들어 무신론과 인간애 그리고 세속의 윤리를 연구토록 하고 있는데, 단순한 연구를 뛰어넘어 교육도 하겠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아피냐니는 ‘무신론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무신론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도 학계에서 까놓고 떠드는 무신론자다. 그가 지지발언을 했다. 뉴욕타임즈는 이어, 아피냐니의 친구인 도킨스가 같은 날 ‘이성과 과학을 위한 리처드 도킨스 재단(The Richard Dawkins Foundation for Reason and Science)’과 합병과정에 있는 ‘미국탐구센터(Center for Inquiry)’의 성명에서 ‘루이 아피냐니의 무신론 학부를 위한 기부에 마이애미 대학이 동의한 것을 축하’했으며, 신문사와의 대담에서 ‘도덕 연구가 종교의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게 할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한다. 물론 마이애미 대학 측에서는 ‘우리가 가톨릭이나 이슬람을 가르친다고 해서 그 입장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무신론과 세속윤리를 가르친다고 그 입장을 선택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처음에는 무신론(atheism)이라는 강좌 명에 망설였지만, 종교를 떠나는 미국인이 증가하는 풍조를 반영했다’고 한다. 미국인 23%가 종교가 없다(The Pew Research Center, 2015.5. 젊은이는 35%). 

2018년 3월 23일의 뉴스다(국민일보). 유럽의 젊은이 56%가 무종교란다. 그래서 100년 내 그리스도교가 사라질 수 있단다. 그 기사가 인용한 것은 영국 일간 가디언(3.21)이고 신문이 근거로 삼은 것은 영국 세인트메리대 스티븐 불리번트 교수의 자료다. 체코 91%, 에스토니아 80%, 스웨덴 75%, 네덜란드 72%가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답했단다. 성공회와 감리교의 본산인 영국도 70%가 그렇다고 했으며, 프랑스는 63%, 독일은 40%가 그렇다고 했다. 오직 폴란드만이 젊은이들 가운데 그리스도교인 비율이 80%로 나타났지만, 주일 예배에는 참석하는 사람은 30%에 그쳤다. 무종교는 아니지만 ‘냉담’ 중인 것이다. 분석자료는 EU가 2014년에서 2016년까지 유럽 21개국 16~29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폴란드는 95%가 가톨릭이라서 신교운동이 영향을 안 미쳤고 전통적인 종교문화를 지니고 있음에도 교회는 셋 가운데 둘이 나가지 않는 셈이다. 젊은이를 대상으로 했으니 나이 들면 회귀할 수 있으니 이 예상은 그릇될 수도 있다. 체코야 공산권이었으니 무신론이 우세할 수 있고 북유럽이야 프로테스탄트의 본거지라서 그럴 수 있다지만, 개신교가 새롭게 들어온 우리로서는 놀랄 일이다.  

도킨스 식으로 말하면 이제 DNA가 신을 대신한다. 우리는 유전자의 명령을 받아 진화를 이끌어나가는 하나의 생명체(그것이 주체적이건, 필연적이건, 타의적이건 간에)로 자리매김한다. 그것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그것이 눈이 멀었던(도킨스, ‘눈먼 시계공’) 눈을 부릅뜨고 있던, 삶의 결정요소 가운데 신이 빠져버림을 뜻한다. 새로운 세상의 탄생이다. 

생각하는 기업가가 없으므로 그럴 일도 없겠지만, 우리의 대학에 대기업에서 투자해서 무신론학과를 만든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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