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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이후, 다시 사립대 공영화를 생각한다
조국 사태 이후, 다시 사립대 공영화를 생각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11.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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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

이른바 ‘조국 사태’는 그 당사자인 조국 전 장관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국 개인과 가족의 비리혐의에 초점을 맞춘 검찰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한편으로 검찰에 부여된 과도한 권력이 낳은 폐해를 시정하는 일이 긴박한 사회적 정치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 사태는 우리 사회에 불평등구조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검찰개혁이 문재인 정권이 역점을 두어온 정치민주화의 관건임은 분명하지만, 아울러 교육을 비롯한 문화의 차원과 결합되어 있는 기득권 구조를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가 사회개혁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문대통령이 직접 대학입시의 공정성 문제에 개입하고 나선 것도 그런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대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 9월20일자 대학정론([‘조국 사태’ 문제, 입시제도 개선은 미봉책이다])에서 지적한 것처럼 “학벌중심의 사회풍토와 그와 결합된 대학서열구조 완화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없이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성과 기회균등을 도모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애초부터 실패를 예비”하고 있다. 수능의 비중을 조정해서 공정성을 보장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일류대 중심의 서열구조와 거기서 파생된 학부모들의 욕망에 바탕을 둔다. 대학서열구조상의 상위권대 진학이 교육의 지상목표인 환경에서는 입시에서 수능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든 사교육에 유리한 상위층의 상위권대 진학률이 떨어지지 않을 것임은 여러 통계자료가 말해준다. 문제의 핵심은 입시제도 변경이 아니라 일류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서열구조에 대한 개혁이다.

공영형 사립대라는 기획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대학이 사회불평등의 재생산기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혁파하는 데에 그것이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일정한 운영비를 지원하고 운영을 공적으로 하는 유형의 사립대를 말하며, 영미를 비롯한 해외 선진국의 사립대들이 취하고 있는 형태다. 한국의 대학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80퍼센트가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고 공적 기구인 대학을 개인이나 가족의 ‘소유물’로 여기는 악습으로 인해 고질적인 비리의 온상이 되어왔다. 공영형 사립대 기획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축소나 폐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역에서 필요한 대학들을 공적인 투여를 통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으로, 지역의 대학들을 살리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공영형 사립대를 순차적으로 늘려나가서 한국의 대학들 가운데 50퍼센트를 국공립대 및 공영형 사립대로 바꾸어나간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이 기획은 그 취지가 왜곡되어 시범사업 정도로 격하되고 그나마 전액 예산이 삭감되어 연구비 10억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예산의 부족이 주된 이유로 내세워지지만 실제로 결핍된 것은 정책의지이며 더 근본에는 바로 대학서열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대학구조조정 국면에서 사립대를 공영화한다는 것은 결국 서열구조 상의 하위대학들, 이를테면 중하위권 지방대나 전문대 등에 국가예산을 더 투입한다는 말이며 이같은 조치는 일류대나 상위권 대학에 재정지원이 집중되는 일종의 기득권질서에 변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대학의 공영화를 말할 때마다 “왜 부실대학에 국고를 낭비해야 하느냐”는 여론을 들먹이는 것도 이와 유관하다.

공영형 사립대의 문제가 조국 사태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아니나, 이 사태로 드러난 불공정과 불평등의 상당부분은 이처럼 일류대에 편중된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정책에 기인하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상위층 출신 학생들은 유리한 환경에서 상위대에 진학하여 대학에서 더 많은 국가 재정지원을 받음으로써 더 큰 경쟁력을 가지고 사회에 들어서는 혜택을 누리는 반면, 그 상대적인 불이익은 중하위권 대학이나 전문대에 주로 진학하는 대다수 중하위계층에게 집중된다. 현재의 대학재정지원정책이 지속되는 한 대학이 사회 불평등구조를 재생산하는 거점이 되고 있는 현실은 더 악화될 뿐이다.

조국 사태로 사회 불평등구조가 대학의 서열체계와 연동되어 있음이 분명해진 이상 교육정책의 핵심은 이를 개혁하는 방향이 되어야 하고, 이는 상위권 대학에 집중된 국가의 재정지원을 조정하여 중하위권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재분배를 요구한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하위 지방대와 전문대를 공영화하여 살리는 공영형 사립대 기획이 제자리를 잡는가의 여부는 이같은 재정재배분의 공정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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