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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31)-중국탄생 70년
정세근 교수의 ‘철학자의 가벼움’(31)-중국탄생 70년
  • 교수신문
  • 승인 2019.1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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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엇이 무서운가? 정세근 교수/충북대 철학과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0주년이라 중국이 시끄럽다. 길거리에는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모든 버스는 앞 유리창에 오성기(五星旗)를 마주하게 해놓고 달리고 있다. 

홍기(紅旗), 자랑할 만하다. 달에도 펄럭였고, 심해에도 꽂혔다. 우주선과 잠수함은 오성기와 함께 등장하고, 고속철도는 이국적인 경관을 가르며 대륙을 횡단한다. 

다민족을 강조하듯 중국의 여러 민족이 각각의 민족의상을 입고 조국을 찬양한다. 여기에 속해 있으면 강하고 안정적이며 평화로울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화면을 배경으로 나라사랑 노래가 연이어 나온다. 

모택동이 천안문에 올라가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했다’고 선언한지 70년, 2019년 10월 1일을 앞두고 풍경 몇 가지를 그린다. 

풍경1. 전전날(9.29)에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훈장과 국가영예 칭호 수여 의식이 있었다. 앞의 것은 우리도 있지만 뒤의 것은 생소한데, 북한에 있는 ‘인민배우’의 칭호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야 ‘무형문화재’ 정도의 가벼운 호칭이 난무하지만, 공산권에서는 칭호를 받는 것이 대단한 일이다. 우리식으로는 ‘의사’, ‘열사’의 칭호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지사’를 칭호로 듣기보다는 보편명사로 생각하기 쉬워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의식을 국경일 전전날부터 한다는 데 있다. 20명 내외의 노인들에게 명예로운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죽음이 가까워졌지만 나라가 그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후배들에게 더욱 애국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수여자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미 죽어 가족이 대신 받기도 한다. 

서울남부터미널 지하도 입구에서 어떤 할머니가 구걸을 하면서 ‘애국지사의 후손은 이렇게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라는 진위를 알 수 없는 팻말을 보았는데, 중국은 우리와는 뭔가 다르다.  

중국도 새로 시작한 일 같다. 인민배우도 있지만 핵잠수함 개발자도 있다. 눈에 띄는 훈장수여자는 홍콩행정장관을 했던 인물인 동진엔화(董建華)다.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공헌자란다. 요즘 홍콩이 시위로 시끄러운 것과 견줘진다. 

풍경2. 전날(9.30)은 열사기념일이다. 천안문 광장 건너편의 인민영웅기념탑 앞에서 시진핑을 꼭지점으로 8명 정도가 삼각형으로 도열을 하고 그 뒤에 어제 국가영예 칭호를 받은 사람들이 서있다. 휠체어를 탄 사람도 있다. 우리는 왜 훈장수여식을 대대적인 국가행사로 치루지 않을까? 그들끼리 해먹는 전통 때문인가, 단순히 재미없는 프로그램이라서 그런가? 

5공화국 대통령 퇴임식 때 내각이 전원 훈장을 받는 것을 보고 창피했다. 그리고 재미없다고 국영방송이 중계 안 해도 되는 것인가? 기념 날짜보다 중요한 것이 기념될 사람 아닌가? 목숨 바친 사람을 기억해줘야 또 다른 사람이 목숨을 바칠 것 아닌가? 늙어서라도 상찬해줘야 젊어서 죽도록 일할 것 아닌가? 

풍경3. 국경일을 앞두고 7일 동안 노니, 조차지가 있던 황포강 옆 상해탄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비행기 시간이 두어 시간 남아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잠깐 바람 쐬고 왔다. 그런데 경찰이 인파보다 많다고 느껴지는 까닭은 왜일까? 무장경찰(武警)만이 아니라 특수경찰(特警) 차가 곳곳에 배치되었고, 경찰병력은 거리에 차 있다. 좌우가 다 막힌 횡단보도라도 중앙으로 걸으니 놀라자빠진다. 천안문보다 경계를 하지 않는 상해탄이 이렇다. 중국, 무엇이 무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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