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8 16:53 (금)
[기고] 교육으로 성공한 나라, 교육으로 망하려는가
[기고] 교육으로 성공한 나라, 교육으로 망하려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19.09.23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국 교수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특히, 대학사회를 중심으로 한 교육계는 차마 얼굴을 들기 힘들 정도로 참담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입시지옥’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시험 한 번 치르지 않고 외고, 명문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더구나 부정한 방법과 온갖 편법들을 총동원하면서 모든 입학 과정에 필요한 스펙들을 만들어준 당사자와 이에 관련된 인사들 다수가 현직 대학교수라는 점에서 무슨 말을 더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SCI급 논문의 제1 저자로 만들어 주고 눈감아주는 것에서는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포기한 초라한 지식인의 몰골만 남아 있다. 대학총장까지 지낸 현역 교육감이 SCI급 논문을 에세이라고 평가하며 조국 교수를 두둔하는 것은 스스로 학계를 조롱하고 모멸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이 배운 자들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보통 사람들이 교수, 의사, 박사를 비롯한 소위 전문가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자녀 ‘스펙 만들어 주기’ 품앗이에 동참하면서 어떻게 대학 강단에 서서 제자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이른바 ‘조국장관 사태’는 이념, 진영, 정치논리를 떠나 교육자와 공직자, 아니 일반인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적 판단과 관련된 문제다. 그럼에도 불과 하루만 지나가면 드러날 거짓말을 언론매체들을 총동원해 거의 온종일 국민을 상대로 생중계하는 모습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떠나 마치 코미디프로나 개그콘서트를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국가의 모든 법 운영을 책임져야 할 책임자가 이 사람밖에 없는지 임명을 밀어붙인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 정도인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평이 무엇인지, 현행 입시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논할 만큼의 논쟁적인 이슈가 아닐뿐더러 조국교수가 말한 ‘앙가주망’이라는 현학적인 용어를 쓸 사안도 아니다. 법을 준수하며 열심히 일상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능력을 채우기 위해 ‘정직한 땀’을 흘리는 대다수 국민들과 다음 세대에 지을 수 없는 불신과 좌절을 안겨주었다. 조국교수 부부처럼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없어 자녀들의 진학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모들에게는 한없는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 당사자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상식적인 판단을 벗어난 채 계속 정치적 계산만을 한다면 그럴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질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편’이라는 진영논리에 갇혀서 온라인에서 무리를 지어 여론을 만들면서 괴변으로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조국장관 사태’의 본질적인 성격과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나 호불호는 별개다. 정치적 해석으로 조국교수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려 해서는 안 된다. 법적인 문제점과 사법적 판단은 현재 수사를 하는 사법 당국이 밝히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 보더라도 늦었지만 조국장관은 즉시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공의 뿌리는 교육이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교육과 관련된 잘못된 탐욕과 사욕으로 인해 나라가 흔들리고 사회가 정치적으로 분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시간에도 묵묵히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대다수 교수와 연구자들, 젊은 세대에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대한민국이 바로 서고 지식인이 올바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국장관 사태’를 계기로 교육계, 그중에서도 대학사회가 지금 바로 서야 할 것이다.

남광규 교수(고려대학교 북한통일연구센터)
남광규 교수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