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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특별기고] 신임 강사들에겐 '사다리'없는 새 강사법
[강사법 특별기고] 신임 강사들에겐 '사다리'없는 새 강사법
  • 허정윤
  • 승인 2019.09.20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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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녕 동의대 음악학과 교수

필자는 강사법을 다루기에 앞서 한국 대학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일단 대학이 너무 많다. 또한 이 중에도 사립대학이 너무 많다. 기본적으로 사립대학은 수입이 지출보다 적으면 운영할 수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상대적으로 싼값에 쓸 수 있는 강사를 양산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예전의 강사들은 교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었고, 따라서 강사로서의 기간을 어차피 거쳐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처우에 대한 고민을 지금처럼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점 대학이 어려워지는 시점인 10년 전 정도부터 교수가 되는 길이 매우 좁아지면서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절박하게 나오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2011년부터는 등록금이 동결되어서 오늘까지 등록금은 인상되지 않았다. 여기에 입학정원은 계속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은 대학을 손익분기점까지 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졸업학점을 축소하거나 사이버 강좌를 늘리고 전임교수에게 더 많은 시수를 떠넘기는 등 편법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은 대학에서 가장 약자인 강사들의 지위를 위협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강사들이 자신을 스스로 구제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또 한 가지 강사법이 발효되게 된 이유는 강사들의 처우가 너무 열악해서이다. 대학에서 강사는 유령인간이나 다름없다. 선생이지만 사실상 선생취급을 받지 못한다. 신분보장이 안 되어 있어 아무 때나 해고당할 수 있고, 전임교수의 부당한 요구도 들어줘야 한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조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강사들에게 행정 일까지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생활하기에 부족한 강사비도 문제이다.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교수를 꿈꿀 수 없게 되어버린 강사라는 계층이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일어나게 된 것은 당연하다. 
2010년에 발의된 강사법이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에 발효되었다. 이번 강사법의 가장 중요한 요체는 강사의 교원지위 확보이다. 즉, 강사도 이제는 공채를 해야 하고 임용된 다음에는 3년이라는 임기가 보장된다. 또한 아주 적은 양이지만 방학 동안에도 2주만큼의 임금은 지급된다. 또한 복수의 학교에서 강사로 채용되는 것이 가능하다. 건강보험료를 학교에서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라면 대학에서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사법이 시행될 것이라는 공포는 대학들로 하여금 지레 겁을 먹고 강사 수를 줄이는 결과를 낳았고, 필자의 견지에서 이는 오히려 대학들에 시간강사를 줄이게 하는 꼬투리로 사용되었다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정도로 할 것 같으면 왜 진작 실행하지 못했나 라는 아쉬움이 크다. 결국 강사법을 시행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들은 강사 수를 줄이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

그 사이 대학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핑계 삼아 위에 언급한 사이버 강좌 및 전임교수의 주당 시수를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교수들에게 전공과 상관없는 과목까지 가르치도록 유도해왔다. 이는 결국 학생들의 학습의 질을 저하시키게 되었고, 시간강사의 해고로 이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대학 교육의 질저하로 이어졌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비전임교원대비 강사담당 학점비율 및 강사보수수준을  2021년 대학평가지표에 넣어서 강사법에 해당하는 강사들의 지위 및 처우를 개선하도록 했다. 물론 교육부의 노력이 가상하지만, 좀 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술대 특히 음악 분야의 입장에서 총 강좌수와 강의규모의 적절성 항목을 넣어서 실기 과목 강사들의 해고를 막게 한 것도 좋게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오직 원가절감을 위한, 사이버 강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고 전임교수의 주당 강의시간에 대한 대학평가의 지표도 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 대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립학교는 등록금 동결 및 입학정원의 감소로 인해 운영상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강사법으로 인해 소요되게 되는 예산은 어떻게 보충하게 될 것인지, 즉 언제까지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가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새로운 강사법이 시행되며 마주치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이 강사법에 의하면 신규 강사를 채용할 때 공채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대학에서 강의경력에 많은 배점을 주게 되어있다. 이미 좁아진 시간강사 자리에 더해 강의경력이 없으면 강사 채용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유능한 신진 학자들의 대학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 새로운 강사채용에 있어 강의경력 부분의 배점은 지금보다 많이 축소되어야 하고, 3년의 임기 만료 후 바로 이어서 같은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은 규제되어야 신진학자들이 좀 더 쉽게 강사 채용의 문턱을 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사 채용에 있어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악부분에서는 특이한 점이 1:1 레슨이 있다. 오케스트라에는 수많은 악기가 있고 우리나라의 특성상, 이 악기 하나하나에 교수를 채용할 수 없다. 이들을 모두 강사법의 울타리 안에 넣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다. 강사법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도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이미 시작된 강사법은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교육부 대학 강사가 계속 지혜를 모아 더 좋은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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