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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수정, 시계를 거꾸로 돌리진 말자
‘학생부종합전형’ 수정, 시계를 거꾸로 돌리진 말자
  • 교수신문
  • 승인 2019.09.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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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동완 경남교육청 교사, 오늘과내일의학교 회장

이른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가 연일 신문사마다 대서특필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 성적만으로 나타나지 않은 잠재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조기 발견해서 그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줄 대학에 보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2019년 기준 24.3%가 이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장점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과 진로탐색활동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의 가치와 그 역량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데 부합하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학종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인재라는 점이 드러나는 활동을 하고 그것이 학생부에 잘 기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입학사정관전형(학종 초기 모델)에서 이미 문제가 되어 수정과 보완을 거친 것이 현재 학생부 종합 전형의 모습이다. 하지만 10년 전의 일을 들추며 이렇게 학종에 문제가 있으니 과거 수능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러니까 하지 말자’라는 것은 극단적 흑백논리이고 그것은 이제껏 열심히 학종을 준비한 학생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미 그러한 문제 인식으로 대대적인 수정이 완료된 것을 가지고, 다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누더기 입시정책을 심화시킬 따름이다.

지금의 학종 전형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보완할 점을 찾아 논의해야 한다. 미시적 시각이 아닌 거시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사회가 어떤 미래를 보여줄 것인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의 변천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이다. 사회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하는 속도가 과거보다 더 빠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교육과정을 대폭 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우리의 2015개정교육과정은 일명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다. 또는 학생활동 중심, 과정 중심이라는 낱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학종은 바로 이에 부합하는 것일까, 아닐까에 논의의 핵심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수능 초기 세대인데, 학창시절 강제 야자에, 오로지 수능에 맞춰졌던 교육과정을 경험했다. 학교 수업에서 수능 점수 1점이라도 높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단 하루의 시험점수에 내 인생이 걸려 있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반항할 생각도 못하고 따라갔다.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더 행복한가?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더 잘 되었는가? 지금 동창들을 만나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나보다 수능 점수가 한참 모자랐던 친구인데도 외국 유학을 다녀와서 교수 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고, 유명 벤쳐 회사에서 잘 나가는 이도 있다. 어떤 친구는 수능 성적도 높고 내신 등급도 높아 공부를 무척 잘 한다 했는데 변변한 직업 없이 살기도 한다. 물론 대학 시절 이후의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학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시험점수 하나로 학생의 잠재능력을 한정 지어 그들의 미래도 그렇다고 판정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된 세대에게 앞으로의 잠재능력을 그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이나 할지, 대안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물론 학종도 문제가 있으나 현존하는 시스템 중 일반 학생들이 성장할 기회를 가장 많이 주는 제도이다.  

사실, 늦게 꽃을 피우는 대기만성형 인재도 있다. 대학만이 인재를 받아 기르는 것도 아니며 꼭 대학만이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 더 좋은 대학’ 한다. 대학 입시에서 바로 선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입시는 학생의 성장에 두어야 한다. 대학 생활과 직장, 창업을 위해서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줘야 하는데. 그동안 너무나 점수 위주로만 되어왔다.

대학이 보험이 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지금 세대들이 대학에 가면, 학과 공부보다 더 큰 일에 힘들어한다.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자기주도적 삶, 도전적인 삶에 내몰리고,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이것도 포기. 저것도 포기하는 것으로 접어드는 건 아닌지.

학생들은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 넘어지는 연습과 자기를 만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작은 진로 목표를 세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연습을 하게 하고, 고입의 자기주도전형을 통해, 진로 설계, 학업역량. 리더십과 배려심. 소통력 등을 경험하고 조금씩 키울 기회를 줘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본인의 진로를 좀 더 이해하고, 그걸 바탕으로 학업과 진로 관련 활동을, 그리고 혼자보다 협력을 통해, 실수나 실패도 적극적으로 할 기회를 가지고 학교 생활을 하면 그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폭풍우 속에 피하는 삶이 아니라. 폭우 속에서 춤추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교육과정의 로드맵이 필자의 꿈인데 이미 제도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고, 학교도 사회도 그런 변화와 함께 움직이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입제도를 왜 또 흔드는지? 지난해 엄청난 세금을 써가며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만든 합의안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교실이 다시 입시 학원화의 길로 들어설 것 같은 안타까움이 엄습한다. 대학 입시를 재고하라는 대통령님의 한 마디에 한 입시학원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 

게다가 수시 학종에 최저를 모두 걸면 사실상 수능이 대입을 지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학생의 진로에 맞춰 선택 과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대도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수능이 입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 지방 학생들의 대입 문턱은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나마 학종이 있어 지방에서도 상위권 대학에 척척 들어가지 않았는지? 잠잠하던 고교서열화도 불을 지필 것이다. 학원에서 수능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자는 아이들도 속출할 것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비롯한 진로교육도 입시 위주로 바뀔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지금 또다시 글로벌 교육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시험대에 놓여있다. 그나마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의 교육 각계에서 대입개편 단기 처방 말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자고 하는 것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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