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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무역분쟁은 한국에 “단기 악재 장기 호재”
한일무역분쟁은 한국에 “단기 악재 장기 호재”
  • 김범진
  • 승인 2019.07.22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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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전문가에 들어본 ‘반전의 희망’
포토 레지스트 日과 기술격차 10년? “2~3년이면 따라잡는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1~2년차? 일각선 “우리가 앞섰다”
소재·부품 日수입 의존도 2001년 28.1%에서 작년 16.3%로
기술 융복합·소재부품업체 대형화·정부 지원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최근 불거진 한·일 무역분쟁에 관한 관련분야 교수들의 전망은 영화 ‘인터스텔라’로 유명해진 위의 대사를 인용해 요약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지난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일본에 다녀온 이유로 “조인트 벤처(합작회사) 설립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회사가 한국에 10나노급 포토레지스트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짓게끔 하고, 삼성이 일부분 자본에 참여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 것이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반도체장비업체인 삼성 자회사 세메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 일본과 합작으로 반도체 장비 회사(세메스)를 만든 바 있어 이번에도 조인트 벤처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기술이 단절됐고, 우리도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데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수년간을 기다릴 수 없다는 삼성전자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일본의 다이닛폰스크린(DNS)과 합작해 반도체 장비 계열 회사 한국DNS(현 세메스)를 설립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안정된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나섰고, 그 방식으로 합작을 택한 것. 삼성전자는 이어 2010년께 일본 DNS의 지분을 인수하며 세메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이 교수는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따라잡으려면 10년 가까운 기간이 걸릴 것”이라 말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데 대해 “포토 레지스트의 경우 기술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2~3년, 길어도 4~5년 정도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 전까지 한국의 포토 레지스트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었다며 “다만 삼성이 필요로 하는 10나노급 기술은 수요가 워낙 적어 우리 기업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삼성에서도 포토 레지스트를 만드는 자회사를 소유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선택과 집중 전략 등의 이유로 일본 것을 사서 쓰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일본이 규제 대상으로 삼은 또 다른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도 기술격차가 그리 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름의 특성을 평가하는 삼성전자 측에서 무엇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만일 10년씩이나 차이가 났다면 우리 기업들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양산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지적할 수 있는 문제나 자체적으로 파악한 문제점들은 1~2년이나 그보다 더 빨리 해결될 것”이라며 “10년 기술격차는 말도 안되는 소리다. 업계 내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더 앞섰다는 의견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수의 관련분야 교수들은 대체로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쓰는 건 최정상급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란 업계의 시각에 동의하면서도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불거진 만큼 앞으로는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업계의 표현에서도 소재·부품산업에 대한 인식변화는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을 다녀온 후인 13일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를 위해 매년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관계자들이 이번 무역분쟁을 “단기적 악재, 장기적 호재”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이 비교대상이 되다 보니 과소평가되는 면이 있지만, 우리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은 그리 떨어지는 편도 아니다. 2017년 기준 세계 소재·부품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는 6위를 차지했다. 홍콩을 중국에 포함시킨다면 세계 5위다.

소재·부품 산업의 육성에는 정부 역시 큰 몫을 해왔다고 학계는 평가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핵심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고 중장기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소재 전문기업등의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을 제정한 이후, 우리 정부는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지속했다. 이는 당시 세계 시장에서 13위를 차지했던 한국이 지난 20년 동안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을 통해 빠른 외형적 성장을 해온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이에 따라 국내 소재·부품산업은 전 산업 수출의 약 50.2%, 무역흑자의 약 27% 비중을 점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대 세계 무역흑자 규모 1079억 달러를 달성해 처음으로 10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2015년에도 1095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흑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소재·부품산업이 한국의 대일본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조립가공형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핵심 소재와 부품을 주로 일본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산업이 고도화하고 수출이 증대할수록, 대일본 무역불균형 현상은 더욱 고착화되는 상황이었다.

반면 소재·부품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2010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2001년 105억 달러였던 대일 적자는 2010년 243억 달러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축소되기 시작해 2018년에는 적자 규모가 151억 달러까지 줄었다. 대일본 소재·부품 수입의존도도 꾸준히 하락했다. 2001년 28.1%에 달하던 대일본 수입의존도는 2018년에 16.3%까지 하락했다.

핵심·고부가가치 소재·부품은 원천기술 부족으로 여전히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등 생산기술의 경쟁력 열위에 따른 구조적 취약성은 한계와 개선점으로 지목된다.

특히 약 99%의 소재·부품 관련 업체가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규모의 영세성과 연구개발 투자 부진 등으로 인한 생산성 둔화(저부가가치)와 수입유발(해외 단순기술 도입) 촉진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수 업체를 제외하면 상당 부문 중급기술 위주의 개발에 편중해, 소재·부품산업 기술의 융·복합화, 대형화, 시스템화 추세에서 국제적 경쟁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빠른 외형적 성장을 해왔지만, 아직 중국,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 선도국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미흡하다. 게다가 부품과 완제품은 상당 부분 중국과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소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지 않고서는 제조업의 경쟁력이 저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진단 하에 향후 정책을 부가 가치가 높은 소재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워왔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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