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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25)-괭이밥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25)-괭이밥
  • 교수신문
  • 승인 2019.07.1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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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에 봉숭아물 들이던 추억의 풀

‘사람의 목숨앗이(天敵)는 벌레(곤충)와 잡초’라는 말이 몸에 와 닿는 요즘이다. 요새 장마가 들기 전이라 벌레들이 채소란 채소는 온통 다 갉아먹어 성한 것이 없다. 또 가뭄에 허덕이던 잡초는 소낙비를 맞고 하도 설쳐대서 잡느라 애를 먹는다. 농약과 제초제를 확 뿌려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지만, 그래도 필자는 벌레를 훑어 잡고 김을 열심히 매어서 약 없이 남새를 가꿔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지금 밭고랑에는 참비름, 개비름, 바랭이, 방동사니, 강아지풀, 괭이밥들이 한창 우거졌다. 그중 괭이밥이 가장 무성하다. 이 풀은 우리나라 각처의 마을근처 빈터, 길가언덕, 밭둑에서 흔히 나는 잡초이다. 필자는 자드락밭에 난 성가신 요놈 괭이밥풀을 뽑아버리느라 허리가 빠지고 다리가 퉁퉁 붓는다. 특히나 당근포기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놈을 골라 빼느라 애를 먹는다. 

괭이밥(Oxalis corniculata)은 괭이밥과에 드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원줄기가 아주 가늘고, 줄기의 마디에서는 쉽게 새 뿌리를 내리며, 뿌리는 아주 깊게 박혀 잘 뽑히지 않는다. 5~8월에 피는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곧고 길게 달리는데, 지름 8mm 정도로 작고 샛노랗다. 괭이밥은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배추를 먹듯이 부전나비 유충의 먹이식물이다. 

키는 10~30㎝가량이고, 잎은 3장의 녹색 소엽(小葉,leaflet)으로 된 겹잎(복엽)인데 토끼풀잎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클로버 잎은 둥그스름한 것이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괭이밥 잎은 천생 심장모양이다. 괭이밥을‘사랑초(love plant)’라고도 부르니 이는 괭이밥의 소엽들이 완전한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소엽의 길이와 폭이 1~2.5㎝쯤 이고, 그름이 끼거나 저녁에는 잎을 오므리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운동을 수면운동이라고 하는데, 비가 오는 날이나 흐린 날은 낮인데도 잔뜩 이파리를 웅그린다. 꽃잎은 5장이고, 지름이 8mm쯤 되며, 꽃의 빛깔은 샛노랗고, 역시 햇빛이 비치지 않을 때에는 오므린다. 

열매는 삭과(익으면 꼬투리가 말라 쪼개지면서 씨가 툭 튀는 열매)이고, 열매는 1~2cm로 좁은 원통캡슐모양으로 1mm크기의 씨앗이 여럿 들었는데, 꼬투리가 마르거나 외부 자극을 받으면, 봉숭아열매가 터져 비틀어지면서 씨앗을 멀리 튕기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터진다. 그래서 괭이밥풀을 뽑다보면 튀긴 씨앗들이 이마나 눈두덩을 탁탁 때리니 제법 따끔거린다. 

괭이는 고양이의 준말로‘괭이밥’은 다름 아닌‘고양이밥’이다. 괭이밥을 초장초, 괴싱이, 시금초라고 한다. 옛말에“고양이는 소화불량에 걸리면 괭이밥을 뜯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그래서‘괭이밥’이란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괭이밥은 세계적으로 900여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괭이밥, 큰괭이밥, 자주괭이밥, 덩이괭이밥, 애기괭이밥 따위가 있다. 그 중 자주괭이밥(Oxalis corymbosa)은 우리나라전역의 인가부근의 밭둑이나 길가에, 또는 화단이나 화분에서도 자란다. 우리 집 화분에도 그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언뜻 보아 토끼풀의 일종인 줄로 알았었다. 남아메리카 원산인 귀화식물로 키가 10∼30cm나 되고, 잎은 자주색으로 괭이밥보다 훨씬 크며, 역시 3개의 소엽으로 된 복엽이고, 잎자루가 길며, 소엽은 심장모양이다.

괭이밥을 떠올리면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괭이밥에는 옥살산(蓚酸,oxalic acid)과 타닌(tannin)이 들었고, 괭이밥 잎을 따서 씹어보면 시큼한 맛이 나는 것은 옥살산(수산) 탓이다. 그리고 요즘은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일 때 백반을 쓰지만 옛날에는 괭이밥을 사용했다. 이는 괭이밥에 들어있는 옥살산이 백반효과를 내어서 꽃물이 더 잘 들게 하기 때문이다. 

옥살산(수산)의 신맛을 즐길만하므로 생잎을 따서 심심풀이로 먹기도 한다. 또 어린것은 캐다가 한소끔 데쳐 헹궈내어 나물로 해먹는다. 맛은 톡 쏘는 신 레몬 맛을 내고, 옹근 풀포기(全草)에 비타민 C가 많으며, 소량은 먹어도 좋으나 오랫동안 많은 양을 먹는 날에는 칼슘흡수가 안 된다. 

그리고 류머티즘(rheumatism), 관절염(arthritis), 통풍(gout), 신장결석(kidney stone)이 있는 사람은 수산이 많이 든 괭이밥을 먹지 말아야 한다. 역시나 소량은 문제되지 않으나 많으면 당뇨병, 간장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7~8월에 전초를 캐서 햇볕에 말리거나 생풀을 약으로 쓰는데, 갈증, 이질, 간염, 황달, 인후염 등과 옴, 백선, 마른버짐, 부스럼, 치질 등에도 효과가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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