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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찌르는 가시고기 부성애
마음을 찌르는 가시고기 부성애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 승인 2019.03.2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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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18. 가시고기

가시고기는 종에 따라 등짝에 난 가시(spine)의 수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배 앞뒤에 뾰족한 가시가 한 개씩 나고, 비늘이 없는 대신에 온몸을 감싸는 딱딱한 비늘판(인판,鱗板)으로 둘러싸였다. 전 세계에 250여종이 살고 있는데 민물(淡水)에 사는 것이 19여종이고,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汽水)에 40여종, 나머지는 아예 바다에 살면서 기수를 들락거린다.

우리나라에는 큰가시고기(Gasterosteus aculeatus) · 잔가시고기 · 가시고기 등 3종이 있고, 이 중에서 큰가시고기(three-spined stickleback)는 세계적인 분포를 하고, 큰가시고기는 3 개의 등가시를 갖는데 비해 나머지 가시고기들은 모두 9개의 등가시를 갖는다.

등지느러미 앞부분에 예리한은 가시가 삐죽삐죽 난다고 ‘가시고기(stickleback)’로 불리는 이 물고기는 북방계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동해안으로 흐르는 속초 쌍천, 강릉 남대천, 옥계 주수천에 서식한다. 강원도가 남한계선인 물고기들로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온 세계에 널리 퍼져 사는 큰가시고기(G. aculeatus)를 알아본다. 큰가시고기는 몸길이 9cm 내외이고, 몸빛은 검은 청색에 배는 은백색이며, 등에 뾰족하게 우뚝 선 세 개의 가시와 아래 배 쪽의 가슴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바로 앞에 또 가시 하나씩을 가진다.

3,4월 산란기가 되면 바다에서 얕은 강가로 이동하여 산란장을 만드는데 특별히 산란기에는 수컷들이 휙휙 몸을 날려 예리한 이빨로 내쫓는 텃세부리기가 심해진다. 그리고 번식시기에는 수컷 눈이 푸르스름해지고, 목 아래와 배가 아주 진한 붉은색으로 변하며, 암컷도 목과 배 아래가 약간 붉어지니 발정기를 알리는 婚姻色이다. 배가 붉은 수컷일수록 유전적으로 건강한 놈이라 암놈가시고가 혹해서 성적유혹을 더 느낀다.

드디어 큰가시고기 수놈은 죽을힘을 다해 아담하고 오붓한 집을 짓기 시작한다. 먼저 주둥이와 가슴지느러미로 바닥모래나 진흙을 파내 10cm2의 넓이에 3~5cm 깊이의 집터를 닦는다. 그 자리에 연신 보드레한 수초나 가랑잎, 물풀의 뿌리나 지푸라기를 물어와 콩팥에서 분비한 점액물질인 스피진(spiggin)이라는 접착제를 묻혀 얼기설기 엮어가면서 번듯한 집을 짓는다. 꼬박 5~6시간이면 뚝딱, 거뜬히 마무리한다.

이들이 지은 집을 멀리서 보면 드넓은 강바닥 여기저기에 몽골 집‘게르(Ger)’닮은 봉긋봉긋한 둥지들이 즐비하게(1m2에 두세 개씩) 널려있다. 게르는 입구가 하나이지만 이 집은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고, 큰가시고는 집을 땅바닥에다 짓지만 잔가시고기 등은 큰 수초줄기를 기둥 삼아 바닥에서 50cm 되는 자리에다 덩그러니 지으니 말 그대로‘수중 새집’이다.

집이 완성되었기에 이제 수컷은 암놈을 꺼당겨 모셔 와야 할 차례다. 날렵하게 몸을 날려 알밴 암놈들을 둥지로 유인하고 있으니, 집 입구까지 갈지(之)로 춤추면서 안내를 한다. 암놈들이 요모조모 기웃거리다가 집이 통 마음에 차지 않으면 시큰둥하며 비껴가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암놈 한 마리가 드디어 아늑한 알 터에 주둥이를 치켜 밀고 들어앉았다.

수놈이 눈을 부라리고 산란장에 든 암놈꼬리지느러미를 잇따라 자꾸 콕콕 쪼아댄다. 일종의 산란촉진을 위한 구애행위인 것이다. 마침내 알은 다 낳았다 싶으면 수놈이 암놈을 쫓아버리고, 알 위에다 제 씨를 확 뿌린다. 알을 다 낳은 창백하고 훌쭉해진 어미는 마냥 진이 다 빠져버려 맥을 못 춘다. 딱하게도 얼마 안 가 기어이 벌러덩 나자빠지고 만다. 참 부러운 너무나 깨끗한 죽음이다!

그런데 암컷 한 마리가 보통 400여 개의 알(지름 1.7mm)을 무더기로 낳는다. 알이 깨일 때까지 애비는 날밤을 새워가며 주둥이로 알에 묻은 불순물을 떼어내고, 가슴지느러미를 흔들어서(fanning) 수류를 흘려 해맑은 산소를 공급한다. 새끼들이 깨어 나올 즈음이면 수놈의 몸은 삼대같이 앙상하게 여위어 기운도 달린다. 혼인색도 퇴색하여 형편없는 몰골로 산란장 근방에서 그만 생을 마감한다.

아무튼 어미아비 살 발라먹고 자란 새끼들은 7월 이전에 바다로 내려가야 하기에 길 떠날 준비에 바빠진다. 먹을 것이 무진장인 바다에서 3~4년을 지내면서 성어가 되면 드디어 제가 태어난 강으로 다시 올라와서 알을 낳는다. 큰가시고기도 연어처럼 母川回歸(homing migration)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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