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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교수채용
미국의 교수채용
  • 정세근 충북대·철학과
  • 승인 2019.01.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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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정세근 충북대·철학과

‘교수초빙’이라는 미사여구를 아직도 쓰지만 이미 초빙(招聘)이 아니라 채용(採用)이 된지 오래다. 초빙이라는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이다. 이제는 ‘상시초빙’이라는 말만큼이나 ‘상시채용’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을 보면, 더이상 교수임용은 ‘찾아가서 모셔오는 것’이 아니고 ‘오면 뽑아주는 것’이 됐다. 

미국에서 경험한 교수채용방식을 소개하며 우리도 그럴 수 없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같은 대학출신을 둘을 뽑았으면 세 번째는 안 되게 하는 등 여러 법률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것 같아 경험한 바를 적는다. 

내가 속한 철학과의 경우겠지만,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원자가 적체돼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철학회에 공고를 올리면 기본 응시자가 100명가량 몰려온다. 그 가운데에서 30명 정도에게 서류를 내게 해, 3명 정도로 압축한다. 우리도 채용 분야를 넓게 내는 경우 30여 명씩 몰려와서 10명 정도를 예비심사대상으로 삼고 3명 정도가 공개강의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지만, 미국의 대학은 크게 다른 점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세 명 정도의 후보를 3박 4일 정도로 불러 심층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있다는 점이다. 오고 가는 날 공항을 마중 나가는 것은 만년 학과장의 일이지만, 아침과 저녁을 학과 교수들이 각자 나눠 대접한다. 6번 정도의 기회가 있으니 개별적으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점심은 대체로 여러 명이 함께 한다.

지원자는 세 번 정도 자기표현의 기회를 갖는다. 인문대 교수 등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강연, 대학원생이나 학부생들과 함께 하는 토론, 그리고 학과 교수가 참석하는 대담이다. 강연은 일찍부터 주제를 고지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를테면 중국철학 쪽 초빙이면 중국역사 전공자도 참여하는 식이다. 

세 사람이 3주에 걸쳐 발표하니, 그 한 달은 일정 분야와 관련해 학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비슷한 듯 다른 주제가 펼쳐지니 여러모로 흥미롭다. 연사초청을 겸한 교수채용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대학은 대학 간의 거리가 지역적으로 원거리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지만, 강연회가 적지 않게 열린다. 달리 말하면, 어차피 강연비용으로 쓸 비용으로 교수초빙을 하는 셈이다. 

교수는 지원자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니 교육과 연구에 대한 가치관을 엿보는 기회가 되고, 지원자는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에 대한 책무감을 증진 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과거 우리도 교수채용을 위한 공개강의 때 학생들을 참석하도록 한 적도 있지만, 행정적으로 엄격해지면서 학생의 참여는 오히려 제한된 듯하다. 아무리 학생들이 결정권이 없다지만 그들의 반응은 좋은 참고가 된다. 아무리 엉뚱한 질문이라도 자기식으로 소화해서 설명해내는 능력,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기술이야말로 교수자의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이야기지만, 미국의 대학에서 총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면서도 3개월이나 걸리는 것을 보며 그 정도의 기간이라면 볼 것 다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우리는 정부 주도로 간선제를 강제하기도 했는데, 이런 식으로만 운영된다면 단점만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우리는 교수채용을 이렇게 급하게 할까? 왜 서로가 서로를 못 믿을까? 지원자는 교수를, 교수는 지원자를, 하다못해 교수끼리도 이런 ‘상식의 대화’를 오랫동안 갖지 못할까? 교수는 우리대학에는 이러저러한 까닭으로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원자는 내가 이런 사람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지 못할까? 우리 모두 과거와 미래의 동료(colleague)일 텐데 말이다.
 

 

정세근 충북대·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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