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코너에 글을 기고하며 전문대학에서 근무했던 지난 18년을 되돌아봤다. 그동안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은 바뀌었을까, 아니면 바뀌지 않았을까? 짧은 소견으로는 전자도 맞고 후자도 맞다. 둘 다 맞다니 이상하게 들릴 것 같아 ‘전문대학 인식변화’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전문대학은 과거 일반대학을 진학하고 싶었으나 진학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라는 인식이 있던 때도 있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등학교에서 전문대학에 개별적으로 입시설명회를 요청하는 일은 없었다. 혹여 날짜를 지정해 많은 전문대학을 한자리에 불러 입시설명회를 하더라도, 그 시점은 수험생이 일반대학에 진학을 어느 정도 이룬 시점에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취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전문대학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반대학과는 다른 단기 고등교육을 받으며 취업이 가능한 직업교육 대학이라는, 수험생들의 인식변화가 시작이었다. 이어서 교사,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은 모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의 결과, 지금은 수험생들이 먼저 궁금증 해소를 원하고 있으며, 진학을 위한 입시설명회가 연중 진행된다. 일반대학과 같이 진행되는 전문대학의 입시박람회를 봐도 각자 원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성적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수험생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리고 빠른 취업의 길로 들어서는 방안으로 전문대학을 생각하고 있다. 전문대학 구성원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문대학을 일반대학의 하위 개념이 아닌 대학의 한 종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변화에 큰 영향을 줬다. 이러한 모든 긍정적 인식의 변화는 전문대학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길러준다.

이제 인식의 변화는 진정 필요한 부분이다.
그때 전문대학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전문대학은 많은 변화를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측면에서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일까? 바로 정부의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일반대학에는 있고 전문대학에는 없는 것이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 중 ‘우수인재’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다. 교육부가 전문대학의 몫으로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 중 국가우수장학금 지원사업에 ‘전문대학 우수장학금 지원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전문대학에 우수인재가 정말 없어서 일까? 아니다. 전문대학에도 훌륭한 인재는 많다. 단지 전문대학 재학생이어서 국가 우수장학금 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차별이다. 말로는 차별을 없애고 전문대학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학생들은 차별받고 있다.

전문대학 정책을 논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일반대학의 하위 대학으로 바라보며 자신이 속해 있는 전문대학을 낮추는 일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학창시절 속 자리 잡은 인식으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구분한다.

이제 인식의 변화는 진정 필요한 부분이다. 그때 전문대학은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전문대학은 많은 변화를 거쳐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 4차산업혁명 등 다양한 외부 요인들을 견뎌내야 한다. 이를 잘 견뎌내기 위해 전문대학은 인식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직업교육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야 한다. 

전문대학을 다시 생각하며 어느 전문대학 총장님의 말씀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전문대학이 할 일은 우리 학생들에게 최고의 직업교육을 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은 전문대학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

이영우 인하공전 평가홍보팀 / 전국전문대학홍보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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