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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과 소와 사자 이야기
저출산 대책과 소와 사자 이야기
  •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 승인 2018.12.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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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대학생들과 요새 얘기하면서 체감하는 것은 우리 여성 1명당 올 2분기 평균 출산율이 1명 미만이고, 연간 총 출생아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져 인구절벽이 닥칠 것이라는 언론보도의 현실성이다. 상당수 학생들이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교수님처럼 독신으로 멋있게 살고 싶다든가, 백세시대이니 앞으로 육칠십년에 거쳐서 결혼을 두세 번 해보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독신이나 무자녀의 인생설계에 대한 실제적 이유를 나열한다.

얘기를 듣다보면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의 한국 별외편을 펴내거나, ‘유전자의 전달과 보전’보다는 ‘자기 현세의 생존권을 위해 유전자 전달을 포기하는 이기적 유전자’를 좀 더 강조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출산율이 최저치 기록을 거듭 갱신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고 있는, 액수가 갈수록 커지는 저출산 대책들이 무색해진다. 정책 수립자들이 왜 우리 젊은이들이 2세 낳기를 거부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라에서 준다는 돈 때문에 무자녀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는 드문 듯하다. 한 자녀 가정에서 망설이다가 둘째 낳기를 결정하는데 도움 줄 수는 있겠지만. 속내를 털어놓는 일부 학생은 기득권 세력, 곧 특정 대학출신과 사회계층이 현대판 음서제로 세습해서 잘 사는 대한민국에서 자기 같은 서민 계층은 흙수저 신분을 물려받거나 아니면 신분상승을 위해 막대한 수고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번 뿐인 인생의 시간, 에너지, 돈을 애 낳아 키우고, 결국 본인처럼 힘든 인생을 물려줄 각오를 하면서 구태여 희생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란다. 결혼하더라도 자식은 포기하고 ‘소확행’이나 ‘워라밸’의 삶을 선호한단다.

초식동물 소와 육식동물 사자가 사랑에 빠져서 함께 살며 각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풀과 고기를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먹이려다가 끝내 헤어졌다는 우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출산대책을 접하면서 이 우화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젊은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단기적 해결책인 돈, 곧 자신의 근본적 필요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고기가 아니다. 삶의 보람을 찾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푸른 초장이다.

문제는 제도권 내에서 최소한의 변화로 인구절벽 타계방안을 모색하다보니, 우화 속 소와 사자처럼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 갑은 자기 몫을 고스란히 지키는 임시방편 해결책을 을에게 내놓는 양상이다. 가장 쉬운 정책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때우는 것이다. 나눠줄 돈이 모자라면 세금을 더 걷으면 그만이다. 기득권 체제 내에서 거의 아무것도 내줄 필요가 없는 가장 손쉽고 간편한 방안이다. 출산율 증진의 기미가 안보이면 지원액을 매번 늘리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된다.

푸른 초장을 보장하는 체제 개혁이 없다면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 젊은이는 말한다. “누구 좋으라고 애를 낳아요?” “흙수저들이 없어진 나라에서 금이야 은이야 하면서 잘 살아보라지요.” 평민 없는 양반놀음 해보라는 식의 말투에서 음서제 사회에 대한 뼈아픈 슬픔과 한이 느껴진다. 특히 출산의 산술적 수단으로 계산되는 여성들은 겪어야 할 너무 많은 희생에 대해 토로한다. 결혼 후 현실인 ‘독박육아’와 ‘독박부양’의 이중고 속에서 취업과 경력 등을 병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사회제도를 지적한다.

그래서 자녀 있는 미래를 설계하는 여성 취업준비생들은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한다. 자칫 여성 ‘취준생의 공시생화’가 될까 우려된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체제를 수십 년에 거쳐 정착시켜 놓고 이제 갑작스레 체제수선 없이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을 십수년 정규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덥석 물기를 기대하는 것인가.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진정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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