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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회의 기초
사랑, 사회의 기초
  • 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 승인 2018.12.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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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공부를 하다 수십 년 만에 깨달을 바를 전하고 싶다. 왜 나는 이것을 몰랐을까? 왜 우리의 선생님들은 이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교과서나 대학 교재 어디에서도 이 사실을 가르치지 않는다. 사랑이 사회의 기초라는 사실을. 이것은 감정적 추론이 아니라 논리적 추론이다. 책을 한 권 정도 정리해야 풀리는 문제이기도 한데 복잡한 이론들을 간단하게 처리한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사회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사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또는 ‘사회질서는 어떻게 가능한가’이다. 홉스적 질문은 사회 질서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사회과학에서 항상 등장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또는 ‘사회가 구성될 수 없는 싸움이나 전쟁’은 어떻게 극복되는가? 홉스의 대답은 이기적인 인간들은 자신의 권리를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에 양도하고 평화를 유지하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개인들은 자신의 이해와 욕망을 자기고 있고 그것을 위해 타인을 기만하고 속일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는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을 만들고 이 앞에서 계약을 하고 사회를 이루자.   

사회 질서에 대한 질문은 또한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 인간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관점은 물론 이기적 인간과 이타적 인간이다. 홉스의 인간관은 당연히 이기적 존재다. 우리는 이 전형적인 두 인간관 속에 갇혀 인간을 평가하고 사회를 이해하고 행위를 이끌어나간다. 사회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전혀 상반된 두 가지 인간관의 공통점은 인간을 ‘이(利)’로 해석한다는 것, 곧 누구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라는 계산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존을 위해 자원이 필요한 인간에게 이해관계 모델 또는 공리적 모델은 설득력이 있고 따라서 지배적인 사회과학 이론들은 이에 따라 이뤄져 왔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존 로크의 『통치론』부터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거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에 이르기까지 사회과학에서 이 모델에 기초하지 않는 이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로 인간을 이해하는 생물학도 마찬가지다.

사회학은, 합리적 선택이론과 같은 학파가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공리적 모델을 싫어한다. 우리가 사회를 만들 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계약을 했는가? 우리는 계약을 하지 않았다. 자연상태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고 우리는 사회를 ‘물려받았다.’ 물려받은 사회에서 우리는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배우고 타인을 존중하며 살아간다. 사회가 우리에게 깔아준 플랫폼 소프트웨어인 사회적 규범이 우리에게 있기에 사회가 가능하다. 막스와 베버와 더불어 규범적 모델의 창시자인 뒤르켐이 왜 3대 사회학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드(Mead)는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규범이 사회적으로 형성됨을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밝혔다. 부모는 일종의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s)로 아이의 사회화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은 언어를 통해 매개되며 아이는 사회적 자아인 ‘me’를 형성한다. 

이들의 논변과 나의 논변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각설하고 간단하게 말하자. 타인에 대한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이해관계 또는 규범으로부터 오는가?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포함해 모두가 이기적이라고 말하는데 왜 계산적인 인간들을 본능적으로 혐오하는가? 우리는 왜 수 많은 재벌이나 권력을 가진 왕들보다 예수나 이태석 신부와 같은 사람들을 더 존경하는가? 어째서 드라마, 영화, 소설은 사랑이 나오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어째서 우리는 규범이나 가치가 다른 타국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가? 규범이 사회의 기초라면 어떻게 해서 규범이 다른 사람들과 글로벌 사회를 이룰 수 있는가? 이런 간단하고 핵심적인 질문들만으로도 우리는 이해관계에 기반한 공리적 모델과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규범적 모델이 사회를 이루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핵심은 사랑이 사회의 기초라는 것. 사랑은 사회를 이루는 1차적 연대 또는 ‘깊은 연대’(deep solidarity)의 뿌리이며 규범과 이해관계에 의한 계약은 ‘2차적 연대’의 소스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의 고아 원숭이 실험에서 아기 원숭이는 철사 덩어리에 매달린 젖병보다 엄마를 닮은 인형에 매달린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는 포유류에게 생존보다 사랑이 우선인 것을 잘 웅변한다. 미드는 중요한 타자인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무조건적(利를 생각지 않고 몰입하는) 사랑’이 사회적 유대의 기본이라는 점을 보지 못했다. 사랑이 왜 사회의 기초냐 하면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도록 길러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뚤어진 행동이나 인성을 가진 사람을 평가할 때 애정결핍을 이유로 대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개독교’라고 비아냥을 받는 종교가 여전히 건재한 것은 그것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설파하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의 통계조사를 거쳐 긍정심리학이 밝혀낸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만이 빈곤층의 유아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또한 사회의 정서적 불평등을 교정하고 사회적 연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랑이 사회의 기초라면 이것이 사회과학의 핵심 연구질문 중 하나가 되어야 하며 우리는 ‘사랑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동적 전환(affective turn)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 때 ‘사랑’은 인문학뿐 아니라 사회과학의 핵심문제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 한 마디. 동성애 결혼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다원민주주의에서 타자의 규범과 가치는 인정되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어느 누구도 서로 사랑할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도록 길러졌기에.

 

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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