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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낙인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 박순진 편집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 승인 2018.11.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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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요즈음 인터넷 보기가 겁난다. 믿고 싶지 않은 사건도 많고 어떤 일들은 대단히 흉측하다. 포털 사이트의 댓글은 정말 가관이다. 사건 나기를 기다렸던 듯이 댓글이 벌떼처럼 달린다. 편을 가르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배제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낙인찍고 수치 주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사이버 공간은 편견이 횡행하고 혐오가 배출되는 거대한 심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만 문제가 아니다. 언론기사의 논조가 한 방향으로 경도되는 사례도 다반사다. 기사 내용이 무척 편향될 뿐 아니라 기자의 주장이 천편일률적이다.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균형 있게 듣거나 깊이 있게 분석한 기사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다. 일방적인 몰아가기 분위기에서 비난 받는 상대의 목소리는 염치없는 변명으로 치부될 따름이다.

대중의 비난과 혐오는 교육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에는 교육계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과 혐오가 넘쳐난다. 최근에는 정치인이 교육계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거나 정부 관료가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데 앞장서는 경우마저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 교육계의 부정비리를 들춰내 이슈를 만들면 익명의 다수가 사이버 공간에서 한마디씩 보탠다. 극단적 비리 사례가 일반화된 관행이란 식으로 낙인찍혀 공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어제는 대학이 오늘은 유치원이 비리덩어리로 지목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전국의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차례씩 번갈아 가며 비리집단으로 내몰린 경험이 있다. 대학은 더 엄격한 잣대에 견주어 한층 가혹한 비난이 퍼부어진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론을 주도하는 대학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정부 주도 평가에 내몰려 해를 거듭하는 사이 타율적으로 매겨지는 등급과 순위에 순응하면서 대학 관련 이슈에서조차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이 대학이 처한 상황이다. 정부 평가에 따라 어제의 우수대학이 오늘은 부실대학으로 추락하기도 하고 한때의 부실대학이 단기간에 우수대학으로 발돋움하기도 한다.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선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전국적 평판을 얻은 대학이 몇 년 사이 평균 이하의 수준으로 진단돼 부실대학이란 오명을 덮어쓰기도 한다. 그 사이 대학의 자율성은 훼손되고 대학 여건은 좋아질 기미가 없다. 오명을 뒤집어쓴 대학의 피로감과 반발심만 커진다.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을 속상하게 하는 것은 대학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적 공분 앞에서는 혹은 개인적 사명감을 가진 교육자가, 혹은 사업적 관심을 가진 독지가가 지난 시절 정부의 관심이 미처 닿지 않은 영역에서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한 임무를 감당하면서 헌신해왔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지난 반세기 이상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한 고등교육 영역에서 정부 지원과 기여가 민간 부문에 견주어 충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련 정책에서도 다른 시급한 국가적 이슈들에 비해 뒷전으로 밀렸던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거두절미하고 대학이 오명을 뒤집어쓰고 매도당하는 일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교육 현장에서 부정과 비리가 횡행하는 일은 결단코 경계할 일이다. 고의적인 부정과 비리가 있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사안의 경중을 살피고 합리적인 공론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국가와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는데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데 헌신해온 것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몇몇 일탈적인 사례를 근거로 교육계 모두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세워 국민적 공분의 대상으로 내모는 것은 정부 관료나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막연한 혐오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치인과 관료의 말은 신중해야 한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를 다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박순진 편집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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