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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만으로도 친근한 향의 나무
쓰임새만으로도 친근한 향의 나무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10.2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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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09. 향나무

향나무는 겉씨식물(裸子植物), 측백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常綠喬木)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기부터 해보자. 단골 택배 아저씨가 이 향나무(香--)는 너무 커서 곤란하다고 퉁긴다. 돈을 더 찔러주고 억지로 떠밀다시피 하여 물 건너 먼 울릉도로 보냈다. 길이, 높이가 80cm 가까운‘ㄴ’자 모양의 향나무 고목으로 울릉도채집을 하러 간 김에 나름대로 비싸게 사 와서 40년을 함께했던 나무다. 

만물은 다 제자리가 있고 이름이 있는 법(萬物皆有位 萬物皆有名)이라 했다. 울릉도 도동 읍사무소 직원에게 전화하여 그 향나무를 제 安胎本(태어난 자리)에 보내고 나니 큰 시름을 던 듯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짐 싸면서 무심코 나무 밑을 들춰보니 굵은 매직펜으로“1978년 4월 1일, 結婚十周年記念”이라 써 놨다. 달팽이채집이나 할 일이지, 무엇 하려 무거운 향나무를 비싼 돈 주고 사서, 그 먼 길을 울러 메고 온단 말인가? 향나무처럼 변치 않는 향을 풍기면서 오래오래 살자고 그랬을까?   

이제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배우자를 잃는 것(喪配) 다음으로 스트레스받는다”는 이사를 하게 생겼다. 이사를 할 적마다 살림살이를 참 많이도 내다 버렸는데도 아직 무진장이다. 이제 인생 끝장 마감을 해야 하니 더하다.

자식들에게 짐 되지 않게 깡그리 버리자니 결국 평생 모아온 책들도 왕창왕창 다 없애야 할 판이다. 끝마무리하는 판에 그까짓 향나무쯤이야. 버리고 또 버리면서 이 몸 또한 곧 버려질 몸인 것을. 허무하고, 덧없고, 부질없다는 생각에 젖어 사는 요즘이다. 사실 향나무도 자식에게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될 것이라 제자리 울릉도로 보냈던 것. 그런데 향나무는 제 갈 곳이라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죄다 쓰레기통 행이다. 모든 것이 다 사는 동안 잠깐 보관하는 것이라 했는데 그걸 모르고 탐심에 젖어서···.

그렇다. 울릉도 도동항 주변해안 야산 절벽에는 세계 최고령 향나무로 추정되는 수령 2,500년의 향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물론 내가 40년 전 처음 갔을 때도 있었고,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단다. 향나무(Juniperus chinensis)는 측백나뭇과에 드는 상록침엽수(evergreen needle leaf tree)로 약 20m까지 자란다. 온몸에서 향냄새를 풍기면서 꽤 오래 사는 축에 드는 나무이다. 어린나무는 원추형으로 자라면서 줄기가 곧지만, 나이가 들면서 비틀어지고, 구부러지며,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나 흑갈색, 적갈색으로 늙으면 세로로 얕게 갈라진다. 

잎은 두 종류가 있어서, 어릴 때는 만지면 따가운 송곳/바늘(needle-like) 닮은 바늘잎이고, 묵으면 비늘 모양(鱗狀,scale-like)의 부드러운 비늘잎이 난다. 바늘잎은 돌려나거나 마주나고, 부드러운 비늘잎은 마름모형이다. 

향나무.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향나무(Chinese juniper)는 동북아시아(한국·중국·일본·몽골·히말라야) 원산이고, 우리나라 북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개 해발 800m이하에서 자란다. 공해에도 강하고, 아주 볕 바른 곳에서만 자라는, 햇빛을 아주 많이 받아야 사는 극양수(極陽樹)이다.

암수딴그루(雌雄異株)로 4월에 꽃이 피는데, 노란 타원형인 수꽃은 수나무 가지 끝에 달리고, 동그란 암꽃은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열린다. 다시 말해서 수나무는 버드나무나 자작나무 따위의 이삭(꽃) 닮은, 아래로 축 처지는 꼬리꽃차례(尾狀花序)를 한 꽃을 피우고, 암나무는 보라색인 솔방울 모양의 암꽃을 피운다. 열매는 이듬해 10월에 열리는데, 처음엔 초록색이다가 나중에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자주색으로 변하고, 솔방울이나 잣송이 모양으로 여물면서 벌어진다. 

제사분향에는 향나무를 깎은 나무 향과 향료 가루를 가늘고 긴 줄 모양으로 만들어 풀로 굳힌 막대 향(線香)이 있는데 옛날에는 향나무 원줄기를 자잘하게 삐져(깎아) 불에 태워서 향냄새를 냈다. 그 때문에 향나무라 했고, 좋은 향기에 붉은색이 나는 것이 윤이 나고, 결이 좋아서 고급가구재로나 장식재에 사용된다. 또 나무가 매우 야물고 향이 나므로 묵주나 염주를 만드는 재료로도 인기가 있다. 나무도 열매도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특히 1930년경에 미국에서 도입된 연필향나무는 연필 재료나 비누·화장품·향료로 쓰인다. 

또한 향나무 가지와 잎은 잘라 말렸다가 약으로 쓰니 살갗에 난 상처나 피부병에 잘 듣고, 뱃병(배앓이)이 났을 때 먹기도 한다. 향나무 잎줄기에는 알파 피넨(α-pinene)이나 리모넨(limonene) 등의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고혈압·심한 복통·토사곽란 등의 치료제로도 쓰인다. 그리고 옛날 시골 동네 우물가에는 꼭 향나무가 있었으니 우리 동네도 커다란 큰 측백나무 하나가 샘을 지켰었다. 물론 두레박으로 물을 퍼던 그 샘은 이제 영영 묵혀지고 말았다.

그리고 향나무는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특성에 따라서 목재나 조경수로 이용된다. 한국특산종으로‘뚝향나무’가 있고, 일본에서 원예품종으로 개발하여 들여온‘가이스카 향나무’는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향나무 씨앗은 발아가 잘 안 된다. 그러나 새가 열매를 따 먹어 과육은 모두 소화되고, 딱딱한 종자 껍질을 싼 물질이 새 위액 속의 강산에 녹음으로 씨앗은 휴면(잠)에서 깨어 싹트게 된다. 또한 새가 멀리 날아가서 배설하는 덕에 향나무는 자손을 널리 손쉽게 퍼트릴 수 있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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