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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로 영어 공교육 더 무너졌다"
"영어 절대평가로 영어 공교육 더 무너졌다"
  • 양도웅
  • 승인 2018.08.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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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종 한국영어영문학회장 인터뷰
지난 6월 22일, 총 24개 학회가 모여 ‘한국 영어교육의 위기: 학교 영어교육과 국가 경쟁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를 출범했다. 사진 제공=한국영어영문학회

“영어 절대평가로 영어 공교육은 더 무너졌습니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학생들은 결국 사교육으로 영어를 배울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될 경우, 계급에 따른 ‘영어 격차(English Divide)’는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현 정부의 철학과도 맞지 않고, 과거 교육부가 절대평가를 도입하며 내세운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지난 22일 숙명여대 수련교수회관에서 만난 여건종 한국영어영문학회장(숙명여대 영문과)은 지난 17일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김상곤)가 발표한 수능개편안이 갖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갔다. 수능개편안에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유지가 명시돼 있었다. 

교육부가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밝힌 건 지난 2014년 12월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취지로 △사교육비 부담 완화 △불필요한 학습 부담 완화 △상대적 서열에 따른 경쟁 완화 △문제 풀이 위주 수업에서 벗어나 실질적 영어 능력 향상 등을 꼽았다. 교육부 발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학생들과 고등학교 교육 현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공교육이 힘을 잃어가는 게 보여요. 우선 영어 교사 수가 점점 줄고 있어요.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기초과목인 국어, 수학보다 눈에 띌 정도입니다. 또한, 영어 수업 시수가 줄기 시작했어요. 학생들 또한, 수능에서 영어의 변별력이 약해지다 보니, 영어를 덜 선택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사교육비에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영어영문학회가 소속된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가 제공한 자료와 인용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23만원이던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23.6만원, 26.2만원, 28.4만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2014년 대비 영어 교사 임용 비율은 37.1%다. 다른 기초과목인 국어가 59.9%, 수학이 56.8%인 점을 감안하면, 영어 교사 임용수가 유독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은 기초과목인 국·영·수 가운데 자신이 추가로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최대 3시간의 수업을 더 듣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2018학년도 수능에서 변별력이 약화된 영어 과목을 학생들이 선택해 추가로 들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교육부가 최초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며 밝힌 취지가 전혀 달성되지 않았다는 통계다. 

또 다른 문제는 교육부가 영어 관련 전문가 집단(영단협)의 우려와 지적에 대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위원장님과는 몇 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말씀드렸지만, 국가교육회의는 사실 힘이 강하지 않습니다. 결국, 교육부와 이야기해야 해요. 그런데 교육부는 저희가 몇 번이나 위와 같은 의견을 전달했지만 어떤 말도, 어떤 반응도 없습니다.”

그럼 여건종 회장과 함께 영단협이 교육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여 회장은 “과목 이기주의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운을 떼며 덧붙였다. “절대평가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궁극적으로 교육의 이상은 절대평가와 부합해요. 옆에 있는 사람을 이기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영어 혹은 특정 과목만 절대평가를 해선 현재 교육부가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기는 힘들어요. 특정 과목에만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요. 적어도 기초과목군은 동일한 제도로 평가해야 합니다.”

인터뷰에서 여건종 회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학생’이었다. 이는 여 회장과 영단협의 입장이 영어 학계를 위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좋든 싫든, 우리는 영어가 매우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꼭 정보를 다루는 분야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세계화는 미래가 아닌 현재라는 증거다. 특히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중요한 나라다. 그럼 교육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학습부담 완화, 사교육비 부담 완화 등도 있겠지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영어 실력(외국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일 것이다. 교육부가 영단협과 대화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난 6월 22일, 총 24개 학회가 모여 ‘한국 영어교육의 위기: 학교 영어교육과 국가 경쟁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를 출범했다.  사진 제공=한국영어영문학회
지난 6월 22일, 한국 영어 관련 24개 학회장들이 모여 '한국 영어교육의 위기: 학교 영어교육과 국가 경쟁력'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제공=한국영어영문학회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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