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문학 위기'...인문사회系, “전체 R&D 예산의 5%를 배정해 달라” 
다시 '인문학 위기'...인문사회系, “전체 R&D 예산의 5%를 배정해 달라” 
  • 양도웅
  • 승인 2018.07.02 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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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의원 주최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 진흥·발전을 위한 토론회」

“아마 ‘다급’하고 ‘긴급’하기 때문에 이렇게 아침 일찍(오전 9시 30분)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 진흥·발전을 위한 토론회」(유은혜 국회의원 주최)에 토론자로 참석한 심민철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의 말이다. 그런데 무엇이 다급하고 긴급했기 때문일까? 그것은 지난 10년 동안 진행됐던 ‘인문한국(HK)사업’이 지난해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전국 인문대학장들이 모여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한 뒤, 이 선언에 공감한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07년부터 ‘인문한국(HK)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을 통해 10년간 정부지원금을 받은 43개 대학의 연구소들은, 2017년 6월 기준으로 229명의 HK교수를 포함해 총 1천233명의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했다. 또한 8천525건의 논문과 저·역서 등을 펴냈고, 총 2천234회의 국내·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해 여러 연구 성과들을 대내외적으로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대중과 괴리됐다’는 지적을 수용해 사회적 약자, 청소년, 일반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대중강좌를 총 2만6천282회 개최해 46만1천938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이런 성과를 내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예산’이 끊기게 된 것이다.

김성민 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 회장은 HK사업의 성과(인문학)가 비로소 ‘도약’하기 위한 시점에 와 있다며,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문한국(HK)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발표한 김성민 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 회장(건국대)은 “HK사업은 10년 동안 3년의 유아기, 3년의 청소년기, 4년의 청년기를 거치며 이제야 전방위적인 어젠다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지금이야말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김성민 회장은 2018년 HK사업 예산보다 약 30% 이상 증액된 약 44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는 “연구도 사람이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10년간의 연구 성과인 연구자들의 대량 실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10년간 어렵사리 발을 뗀 HK사업이 더욱 빛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2016년 메이어 구글 부사장이 밝혔던, “올해 구글은 6천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데, 4천명~5천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뽑을 예정"을 인용한 김양현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은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사업 현황과 예산편성 원칙」에서 “2016년 기준으로 국가 전체 R&D 예산에서 인문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4.2%밖에 되지 않으며, 2018년 기준으로 한국연구재단 전체 예산 5조 59억원 중 인문사회연구본부 예산은 2천671억원으로 5.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양현 회장은 “향후 5년 내에 국가 전체 R&D 예산에서 인문사회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을 5%로 높여줄 것을 ‘원칙’으로 요구”한 뒤, “그래야지만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HK사업과 별개로 2016년에 시작된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도 올해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보다 많은 예산을 집행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국가가 인문학을 망가뜨려놓았는데 국가에게 다시 손벌리는 게 적절한가'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한 여러 대학의 HK사업단은 '교내 인문학'을 '교외 인문학'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위는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 발간한 대상별 맞춤형 통일교육 교재. 2015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진행한 시민과 청소년 대상의 통일인문학 교육의 성과를 묶은 것이다. 사진 출처=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홈페이지
이번 토론회에서는 '보다 많은 예산을 집행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국가가 인문학을 망가뜨려놓았는데 국가에게 다시 손벌리는 게 적절한가'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한 여러 대학의 HK사업단은 '교내 인문학'을 '교외 인문학'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위는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 발간한 대상별 맞춤형 통일교육 교재. 2015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진행한 시민과 청소년 대상의 통일인문학 교육의 성과를 묶은 것이다. 사진 출처=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홈페이지

돈을 갖고 지식을 만드는 학문의 숙명

하지만 인문학이 이공계에 비해 R&D 예산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이유는 ‘대중성과 상업성’ 때문이다. 소위 말해 인문학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의 마지막 일정인 주제토론에 참여한 이인철 동아일보 문화사업본부장은 “김도연 포항공대 총장의 말을 빌리면, 학문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돈을 갖고 지식을 만드는 학문과 지식을 갖고 돈을 만드는 학문이 있다. 그런데 인문학은 돈을 갖고 지식을 만드는 학문이라, 실적과 효율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부(기획재정부) 입장에선 몇 천억원을 투자해주면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문학의 본질적인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학과가 부지기수”라고 비판했다. 

돌이켜보면 ‘인문학의 위기’라는 일성은 2006년, 그리고 올해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인문학 제주선언’에서도, 2001년 ‘인문학 선언’에서도 반복됐던 것이다. 그리고 이 위기 담론은 그 이면에 항상 ‘연구비 문제(돈 문제)’를 갖고 있다. 지식을 갖고 돈을 만들지 못하는 학문의 숙명인 걸까? 주제토론이 끝난 뒤, 한 인문학자의 “우리를 망친 정부(제도)에게 구원해달라고 말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말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정부(제도)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방법은 ‘자체적’으로 연구를 가능케 하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인문학이 오랫동안 불편하게 여긴 혹은 암묵적으로 깎아내린 ‘대중성과 상업성’을 적극 수용하는 길이다. 

글·사진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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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탁 2018-07-03 08:15:11
고만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