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0-05 17:07 (수)
나의 삶은 덕분에 안녕합니다
나의 삶은 덕분에 안녕합니다
  • 박진선 이화여대·조직손상방어센터 연구교수
  • 승인 2018.06.25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내 인생에서 가장 폭풍 같았던 시기를 꼽으라면 2010년 학위 논문 발표부터 2013년 리서치펠로우를 시작하기 전까지라고 말할 수 있다.

2010년 12월 학위 논문을 발표할 때엔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임신부였고 출산을 하고 50여일 만에 졸업, 동시에 박사 후 과정을 시작했었다. 박사 후 과정에 돌입하자마자 박사 학위 논문을 다듬어 논문 투고 준비에 들어갔는데, 실험과 논문 작성 또 그 와중에 잠시 짬을 내어 유축을 해야 하는 그런 숨 쉴 틈도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투지와 모성이 적절히 조합돼 버텨나갔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2012년에 호기롭게 도전했던 우수여성과제 공모에서 떨어지고는 약간의 공백기를 가지며 새로운 약물 연구 진행을 시작했고 2013년이 돼서야 진지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실에서 긴 시기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여러 고민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나 역시 장기간 苦樂했던 교수님과 연구실에서 나의 존재가 보탬이 되는지 혹은 다른 곳으로 이직하여 터를 잘 잡을 수 있을지, 그간 익숙해진 생활 패턴에 대한 무료함과 변화에 대한 갈망들 그리고 아직 어린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이 시기에 환경의 변화가 득인지 독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파생된 부담들로 점철된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마침 그 시기에 나는 베타라파촌이라는 약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베타라파촌은 라파초 나무에서 얻어진 물질로 당시 타 연구자들에 의해 항암효과가 밝혀졌고 실제 임상시험도 진행 중에 있던 약물이었는데, 나는 그 약물로 소교세포와 성상세포에서 항염증 항산화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해 새로운 결과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해 여름 2013년 한국연구재단의 신규과제 공고문을 확인하게 됐고, 중추신경계 염증반응에서 베타라파촌의 효과 및 교세포간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주제로 리서치펠로우 지원사업에 도전하게 됐다. 

그러나 10월 말 과제 발표에서 나는 또 다시 고배를 맛봐야만 했다.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도 컸고 거취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마침 그 전에 발령 받았던 연구교수 보직 기간이 남아있었고 좀 더 길게 생각해보자고 마음을 다잡던 그 때, 리서치펠로우 지원사업의 추가 합격 소식을 듣게 됐다. 사실 학위를 처음 받고 교수님께서 과제 공모를 하실 때마다 보좌를 해 봤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부담과 책임이 막중함을 봐왔던지라 막상 과제가 됐다니 참 많이도 얼떨떨했다. 그래도 도전은 시작됐고, 연구를 처음 할 때의 그 마음으로 2013년 11월부터 리서치팰로우 과제를 수행했다.
 
과제를 수행하는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덕분에 생활은 많이 안정됐고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 와중에도 연구는 차곡차곡 진행돼 과제 선정 후 2년차가 되던 시점에는 성상세포에서 베타라파촌의 항산화효과에 대한 연구로 논문을 투고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연구실에는 그간 진행해오던 분자생물학 실험 외에 동물 실험으로 발을 넓혀 새로운 연구 방법들에 대한 도약도 더불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3년차가 되던 2016년에 캠토테신이라는 항암제를 이용한 뇌 소교세포의 염증 억제 기전을 사전 연구했고, 이 연구로 연구자로서의 재도약이 가능해졌다. 현재는 기 진행했던 베타라파촌에 대한 추가 실험이 완성 단계에 있고 캠토테신에 대한 연구도 2년차 연구 진행 중이며 실험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동물 모델도 관찰하고 있다. 

올해로 1학년 학부모가 된 나는 낮에는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밤에는 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의 엄마로 다른 의미에서 여러 학문을 수행해야 하지만 적어도 과제가 진행 중인 이 기간만큼은 보다 안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음에 내 삶은 오늘도 안녕하다. 
 

 

박진선 이화여대·조직손상방어센터 연구교수
이화여대에서 교세포의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에 대한 기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뇌질환 모델에서 교세포 작용 연구 및 염증 억제 기전을 연구 중이며, 뇌염증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기전 연구로 다수의 논문을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