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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초심, 지금의 원동력
그때의 초심, 지금의 원동력
  • 임건일 가톨릭대·중개의학분자영상연구소
  • 승인 2018.06.1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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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이 각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마다 여러 가지의 원동력이 있겠지만 그중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 한 분야에 대한 치열한 공부와 이를 통한 최신 과학기술의 습득, 그리고 실험을 통한 가설 검증 등의 연구 과정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결과를 도출했을 때의 그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짜릿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실험의 결과는 예측할 수도 없거니와 아주 작은 오류만으로도 그 결과는 그동안의 노력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본인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필자 역시 연구가 잘돼 행복한 때도 있었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결과를 얻은 때도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가톨릭대 의과대학 중개의학분자영상연구소(소장 조석구)는 난치성질환 환자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되는 중개연구를 하는 것이 확고한 목표다. 필자는 이곳에서 환자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의사의 역할은 아니지만 의생명과학자로서 신약개발에 참여하며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대학원에 입학한 후 이곳에서 설렘과 기대감을 품고 시작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장기 이식을 위해 면역 부작용을 줄이는 기법 개발에 대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겪는 만성적 이식거부 반응을 감소시키고, 면역억제제를 복용했을 때 겪는 중증 부작용과 이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비록 선배 연구자의 공백으로 떠맡은 프로젝트였지만, ‘꼭 성공시킬 것‘이라는 포부로 당돌하게 지도교수님의 이목을 끌었다. 

첫 프로젝트였던 것만큼 의욕에 불타 연구소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누구나 경험하듯 많은 실험을 실패하기도 했으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교수님 및 동료들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또 가설을 다듬으며 진행한 추가 실험으로, 결과물을 도출해내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난치성 질환인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신약(NexroX-7)의 효능 및 작용기전을 밝혀내 학계에 발표했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신약에 관한 특허를 LG생명과학과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당시의 모습을 회상해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가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학위과정 때 보다 우수한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던 것일까?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박사 졸업 후 연구에 대한 초심을 잠시 망각했던 적이 있었다. 연구 진행의 어려움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계속된 불안감으로 자신감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그때쯤 ‘위험신호분자(HMGB1) 신호전달 체계의 제어를 통한 이식편대숙주질환 조절’을 주제로 한 연구지원 사업에 지원하게 됐다. 사실 타 사업과제의 낙방으로 아픔을 겪은 뒤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 소식은 잠시 잊고 있었던 연구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했고, 잃어버렸던 초심을 깨우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덕분에 독립적인 연구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학문후속세대에게 말하고 싶다.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오게 되고 그렇게 약해진 마음으로 걷는 연구자의 길은 매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잊었던 초심을 되새기며 도전하다보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To keep your balance you must keep moving)”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초심을 잊지 말고 도전하자는 말처럼 일상적이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이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이 순간 필자 역시 스스로를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임건일 가톨릭대·중개의학분자영상연구소 연구교수
가톨릭대에서 면역·미생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식면역질환 및 세포치료제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현재 가톨릭대 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 연구교수로, 항암·방사선 치료 중 발생하는 점막염 예방신약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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