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은 과연 천재였을까?
앨런 튜링은 과연 천재였을까?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8.06.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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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봄 카오스강연_ 「세상 속의 수(數)다-수학크로스」
이광근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부)는 앨런 튜링의 천재성은 미디어로 포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원천아이디어는 노력하는 학생들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유튜브 강연 장면 캡처. 

2018 봄 카오스강연 ‘모든 것의 수다’가 성황리에 끝났다. 지난 3월 14일부터 시작한 이번 강연은 수학에서 수학크로스로 영역을 넓혀 매주 수요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대중들과 만나 수학의 경이로움을 논했다. 

지금껏 진행된 카오스 강연들은 제목만 보아도 얼마나 수학이 풍성하고 우리 삶을 이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고계원 고등과학원 난제연구센터 연구교수의 「세상 속의 수다」부터, 하승열 서울대 교수(수리과학부)의 「자연에 숨어있는 질서를 찾아서」, 기하서 연세대 교수(수학과)의 「수학역사상 가장 유명한 난제 리만가설」, 장원철 서울대 교수(통계학과)의 「디지털인문학과 데이터과학: 셰익스피어에서 예송논쟁까지」,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수학부)의 「고차원 비유클리드 공간으로의 초대」,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과)의 「게임이론-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다」, 김재경 KAIST 교수(수리과학과)의 「수학과 생물학의 아름다운 만남, 수리생물학」(김재경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 이준엽 이화여대 교수(수학과)의 「세상을 바꾼 알고리즘-알파고와 블록체인을 넘어 미래로」, 신석우 버클리대 교수(수학과)의 「수학의 대통일 이론 랭랜즈 프로그램에 대하여」까지.

이광근 교수, "컴퓨터는 마음의 도구"

마지막 강연은 지난달 23일 이광근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부)의 「컴퓨터과학의 원천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였다. 이 교수는 튜링이 미디어에 의해 천재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며 원천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광근 교수는 “대학에 냉장고학과는 없지만 컴퓨터학과는 있다”면서 “컴퓨터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만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냉장고는 한 가지 기능만 있지만 컴퓨터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한다. 그는 “칼을 쓰는 방법은 팔, 다리 근육 즉 힘을 쓰지만 컴퓨터는 사람의 마음, 지혜를 통과한 글을 쓴다”면서 “컴퓨터가 글을 쓰도록 하는 게 바로 소프트웨어이며, 컴퓨터는 마음의 도구”라고 말했다. 그런데 컴퓨터의 원천 아이디어는 20세기 수학의 좌절을 재확인하는 데 동원된 소품에서 나타나게 된다.

컴퓨터의 원천지식 탄생, 대단하진 않다

수학사적으로 보면 컴퓨터라는 수학자들의 꿈으로부터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28년, 국제 수학자대회에서 힐베르트는 수리명제 자동판결 문제를 제시한다. 즉, 모든 사실을 '기계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한다. 자연수에 대한 단순(first-order) 사실들을 빠뜨리지 않고 자동적으로, 기계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1931년, 괴델은 기계적인 방식으로 모든 사실을 만들 수 없다고 증명한다.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는 다음과 같다. ‘X는 증명불가=X’. 위의 방정식을 만족하는 X가 자연수에 대한 단순 명제 중에 있는가? X가 거짓이면, X는 증명가능 하므로 따져볼 필요도 없다. X가 참이면 X는 증명불가이므로 이것만 살펴보면 된다. 괴델은 그렇다고 보인 것이다. 1935년 앨런 튜링은 괴델의 불완전성을 공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증명한다. 1936년, 튜링은 증명을 논문으로 작성해 발표한다. 

앨런 튜링의 증명 방식은 첫째, ‘기계적’을 과감히 정의한다. 둘째, 기계적인 작업의 한계를 보인다. ‘기계적’은 튜링기계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즉 정해진 네 가지 부품만으로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한히 쓸 수 있는, 칸으로 구성된 테이프, 기계 상태를 뜻하는 장치, 테이프에 쓰는 기호, 튜링기계의 작동 규칙 표만으로 덧셈하는 기계를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메시지 앱 튜링기계, 유튜브를 구현하는 튜링기계 등이 탄생한다. 그런데 튜링은 만능기계인 튜링기계로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증명한다. 첫 번째 사실, 참인 명제를 모두 술술 만드는 튜링기계가 존재한다면 그 기계로 멈춤 문제를 풀 수 있다. 두 번째 사실, 멈춤 문제를 푸는 튜링기계는 존재할 수 없다.

애플리케이션과 인공지능, 그리고 튜링의 아이디어

한마디로 튜링은 기계적으로는 모든 참인 명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튜링의 증명에서 나온 5개 아이디어들은 다음과 같다. △튜링기계 △튜링기계를 글로 표현하기 △글로 입력된 튜링기계를 돌리는 만능 튜링기계(컴퓨터) △글로 입력된 튜링기계가 끝날지 미리 판단하는 문제 △대각선논법(‘그것 말고 더 있어요’ 설득기술). 

이광근 교수는 ‘천재’라는 수식어를 무심히 반복하는 매스컴을 비판하며, 컴퓨터의 원천 설계도는 하늘이 낸 천재만의 범접 못할 성과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쓸데없는 아우라를 만들지 말자는 직언이다. 한편, 이광근 교수는 코딩 교육의 유행에 대해 디지털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튜링의 물음을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내 기계세계에서 뭔가 무한한 게 불가능해야 한다. 내 기계세계에서 무한한 것은 뭔가? 무한히 도는 기계에 대해서 불가능한 게 뭘까? 기계가 기계를 입력으로 받을 수 있을까? 기계가 입력으로 받은 기계를 보고 무한히 돌지 안돌지를 결정하는 게 불가능할까? 

튜링의 업적이 나올 수 있는 교육문화에 대해 이광근 교수는 △괴델증명을 자세히 강의해준 선생 △자의식 넘친 우등생 △그 학생의 줏대 있는 행보 △고비마다 방향을 잡아준 괴델증명 강의노트 △색다른 증명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도운 선생님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이 교수는 앨런 튜링이 해낸 “비슷한 성과는 우리 주변에서도 싹틀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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