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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지능
AI라는 거울에 비친 인간지능
  • 박강수
  • 승인 2020.11.24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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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재단 ‘AI 크로스’ 강연 ⑦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인가?

카오스재단(이사장 이기형)이 인공지능(AI)을 주제로 2020 가을 카오스강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오는 12월 9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총 10회에 걸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강연을 한다. ‘AI 크로스’를 주제로 의학, 기후, 음악, 수학, 로봇 공학 등 각 학문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최첨단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번 7강에서는 장병탁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부)가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에 대해 강연했다.

 

카오스재단 ‘AI 크로스’ 강연 및 연재 순서

1 브레인 3.0 AI와 뇌공학이 바꿀 인류의 미래

2 수학을 통하여 세상을 3차원으로 보는 법

3 게놈데이터를 이용한 정밀의료

4 딥러닝으로 엘니뇨 예측하기

5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의 현재와 미래

6 AI의 사고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7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인가?

8 바이오메디컬 인공지능

9 헬로 딥러닝: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딥러닝을 이해하기

10 음악과 인공지능의 만남

 

인간의 학습법을 모사한 머신러닝

단순한 기계와 특별한 인간

슈퍼인공지능 출현 가능성은?

 

"기계의 지능은 단순합니다" 강의 중인 장병탁 교수. 사진=유튜브 강연 캡처
"기계의 지능은 단순합니다" 강의 중인 장병탁 교수.
사진=유튜브 강연 캡처

 

인지과학자 존 맥카시(1927∼2011)는 1956년 여름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생각하는 기계 연구’에 대한 두 달짜리 학회를 개최했다. 학회에는 훗날 거장의 자리에 오를 컴퓨터공학자 마빈 민스키와 전기공학자 슬로드 섀넌 등이 참여했다. 여기서 “인간의 학습능력과 지능을 모사하는 기계 개발을 연구 목표로 한다”라는 내용의 선언이 나왔다. 당시 공지글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여름 연구 프로젝트”라는 제목이 달렸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의 탄생이다.

2006년 인공지능 학계에서는 용어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향후 50년의 지향점을 재확인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한다”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저녁 온라인 생중계된 카오스재단 ‘AI크로스’ 일곱 번째 강연에서 장병탁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과)가 이러한 AI 연구의 역사와 본질을 총괄했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는 결국 인간지능에 대한 연구”라고 강조한다. 인간을 초월한 슈퍼 인공지능의 가능성, 현대 기계학습의 한계 등이 논의됐다.

 

지능을 만들어가는 지능, 머신러닝

“인공지능 연구사는 머신러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장 교수의 요약이다. 머신러닝 이전의 인공지능을 고전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기술은 인간의 지식을 기계에 주입해 전문적 추론과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원리였다. 따라서 고전 AI는 사람이 가르친 만큼 배우고 사람이 가르치는 대로 배웠다. 사람이 의도한 만큼만 학습하는 지능이다. 하지만 머신러닝, 특히 딥러닝 이후의 AI는 데이터만 주어지면 알아서 학습한다. 학습 방법을 스스로 설정하고 피드백을 되먹이며 자체적으로 강화한다. 인간의 신경망을 모사한 결과다.

사람이 알고리즘을 짜주는 것이 아니고 기계가 스스로 알고리즘을 발견해 짜나가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일의 일부를 기계에게 맡긴 셈”이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지능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머신러닝 연구의 본격적 성과는 2005년경부터 가시화됐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가 주최한 자율주행차 대회에서 다섯 대가 132마일(약 132킬로미터)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전년도에는 7마일(약 11킬로미터)을 이동한 팀조차 없었다. 당시 대회 우승팀 스탠포드팀 AI랩 책임자였던 세바스찬 스탠 교수는 2011년 ‘구글 셀프 드라이빙 카’ 개발에 참여한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머신러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머신러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 무렵을 기점으로 인공지능 연구의 봄이 찾아왔다. 2010년 무렵 시작된 컴퓨터 물체 인식 대회 경과를 보면 뚜렷하게 확인된다. 120만장의 사진이 주어지고 100가지 사물을 구별하도록 하는 대회인데 초창기에는 컴퓨터 영상처리 연구팀이 우승을 가져갔으나 2012년부터 머신러닝 연구팀이 석권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아이폰에는 음성인식비서 ‘시리(Siri)’가 탑재됐고 IBM에서는 ‘왓슨’을 개발해 티비 퀴즈쇼에서 우승을 시켰다. 이후 2016년에는 우리 모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는 장면을 지켜봤다.

 

AI는 못하고 사람은 잘하는 일

알파고와 함께 사회 전반에 AI라는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공포와 경외가 뒤섞이며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의 저변을 채워 넣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아직 인공지능은 갈 길이 멀다”고 단언한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AI는 입출력이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만 잘 푼다. 그것도 아주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고사양의 컴퓨팅 파워도 요구된다. 그런데 사람의 지능은 모호한 문제도 잘 적응하며 학습하는데 그 정도 자원과 정보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가령 바둑은 계산 복잡도가 우주적으로 높은 문제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닫힌 세계’다. 규칙이 정해져 있는, 복잡하지만 정교하게 정의된 문제다. 반면 인간과 동물의 뇌가 적응해 살아가는 실제 세계는 ‘열린 세계’다. 온갖 감각 기관을 통해서 실시간 접수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변화에 반응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공포, 불안 등 감정이 그렇다. 장 교수는 “컴퓨터공학자 입장에서 보자면 감정은 굉장히 신속한 계산 시스템”이라며 “인공지능이 구현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AI는 사람의 감독을 통해 학습하던 시절부터 데이터만 제공되면 스스로 감독하며 학습하는 수준까지 왔다. 인간의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열린세계에서 자율적으로 학습, 반응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AI는 사람의 감독을 통해 학습하던 시절부터 데이터만 제공되면 스스로 감독하며 학습하는 수준까지 왔다. 인간의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열린세계에서 자율적으로 학습, 반응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돌고 돌아, 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한계는 곧장 지능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열린 세계에 대한 인지 능력과 자율적인 학습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하는 과제가 많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를 연구하다 보니 뇌과학과 인지과학, 철학으로까지 공부 영역을 넓혀야 했다”라고 장 교수는 말한다. “사람이 데이터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 대상을 찾고 끊임없이 지능을 개선시키는 인공지능을 위한 ‘목표함수’를 설정하는 일이 현재의 과제”라는 진단이다.

일단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지 이 문제만 해결되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슈퍼 인공지능의 출현은 시간문제”라고 장 교수는 말한다. 인간의 유연하고 안정적인 사고 능력에 기계의 정확함과 속도, 메모리 용량이 결합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수능시험을 예로 든다면 인공지능에게는 “문제의 답을 찾는 일보다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 일이 어렵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다. 장 교수는 “다음 ‘특이점’은 다음 세대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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