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9:50 (토)
남북평화시대 철도의 미래
남북평화시대 철도의 미래
  • 민인기 우송정보대 철도토목과 
  • 승인 2018.05.28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합의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해, 철도와 도로를 중심으로 한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재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한국의 건설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경기의 둔화와 해외수주의 감소로 인한 위기 타개 및 극복을 위해 남북경제협력사업 재추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의 사업 진행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과거 대북사업에 참여했던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대북 사회간접자본(SOC)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이광수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남북 인프라 관련 투자는 약 112조원”이며 “철도사업에 필요한 프로젝트 투자액만 57조원으로 가장 많다”고 예상한다. 참고로 112조원은 남한에서 발주되는 연간 토목공사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현재 북한은 여객운송 60%, 화물운송 90%로 육로 수송의 대부분을 철도가 담당하고 있어 철도는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의 최우선 추진과제에 해당한다.

현재 철도의 연결 현황을 살펴보면, 경의선(서울-신의주)은 이미 연결돼 있고, 동해선(강릉-나진)은 강릉-제진(140km) 구간이 끊겨 있다. 경원선(서울-원산) 철도복원 사업은 강원도 철원 백마고원지역에서 북측 군사분계선까지의 11.7㎞ 단절구간에 대해 2015년 철원에서 남방한계선까지 9.3㎞의 복원에 착수했지만 2016년 중단된 바 있고, 금강산선(철원-금강산)도 끊겨있는 상태이다. 특히, 북한의 철도는 운행속도가 50km/h이하 이므로 우선 궤도를 개량하고 장기계획으로 선형을 개량하는 데 수 조에서 수십 조가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제3차 철도망구축계획에서 통일시대를 대비한 한반도 통합철도망 구축의 일환으로 경원선, 동해선 등 남북철도 단절구간 연결과 남북 및 대륙철도 운송 준비를 6대 추진과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김상균 이사장은 남북경제공동체의 견인차로써 남북철도의 단계별 추진 전략을 ‘남북철도 최소개보수 → 물류사업에 따른 수익창출/재투자 → 개량개념의 북한철도현대화 → 물류사업확대/국제콘소시엄 구성→ 신선개념의 북한철도현대화 → 유라시아랜드브리지 완성’으로 제시해 남북경제특구와 남북 철도인프라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남북경제공동체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도시계획,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사업 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국토의 새로운 20년을 설계하는 계획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에서 최막중 서울대 교수(환경계획과)는 “현재 건설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A노선은 신의주까지, C노선은 나진·선봉까지 연결”을, 김갑성 연세대 교수(도시공학과)는 “한반도 남북 교류 확대 및 통일을 대비한 광역 교통망을 확충하고 유라시아 철도 등 초국경 교통 물류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인구감소, 물류비 증가, 최저임금 상승 등 구조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시점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 연결되는 철도 개설은 남한 경제의 약점을 보완하고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 기회가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철도를 개설하는 문제,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는가에만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연결돼 있던 철도가 왜 끊기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열강의 야심에 항시 노출돼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러했다.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서 68년을 보낸 마당에는 태평양 연안으로 뻗어가고 싶어 한 러시아, 중국의 야심과 유라시아로 진출하고 싶어 한 미국과 일본의 야심이 자리한다.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국과 일본을 잇는 징검다리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열강의 교두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우리의 입지를 주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도 국제정세는 한반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끊임없이 위기의 국면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철도산업에 관련된 공학자의 시각으로 보면, 아시아의 평원을 넘어 유럽 대륙까지 철도는 달려갈 길이 까마득히 멀다. 무한가능성의 지대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인만 탓할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장 먼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국토설계를 기반으로 한반도 전체를 고려한 철로 계획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부고속철도를 기반으로 고속화에 따른 설계속도에 대한 선로등급의 차이, 남북한의 전력공급 방식의 차이, 통신 및 신호 방식의 차이, 각종 용어나 규정의 차이 등을 선결과제로 해결해야 한다. 남북한의 기술적 상이함 역시 다양한 방식의 협업과 논의를 통해 최소화해야 한다. 물은 자연히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우리가 기술적, 공학적으로 상위에 있다면, 한반도가 철도로 하나가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민인기 우송정보대 철도토목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