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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방법
성장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방법
  • 이지선 서울시립대 연구교수·공간정보공학과
  • 승인 2018.03.19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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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학부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입학할 때는 20대 초반의 공학도로서 아직 배움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현장의 실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석사과정을 시작했던 것 같다. 박사과정 초반까지는 실험 결과를 보고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는 과정들로 인해 ‘내가 진짜 연구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돼 설레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박사과정 후반부가 되면서 원하는 만큼 잘 풀리지 않았던 실험 결과들 때문인지,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많이 의기소침해졌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다 현장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나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괜히 겁도 났었다. 

그 때 큰 도움이 줬던 말이 있다. 새벽에 퇴근하면서 남긴 카톡에 엄마가 전화로 해주신 말씀이었다. “누구나 100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일을 추진하지만 보통은 50을 달성하기도 힘든 경우가 많아. 그런데 네가 50을 달성했다면 이미 평균이고, 70이면 다른 이들보다 노력한 거니까 조급할 거 없이 너를 한번 칭찬해주면 되는 거야." 새삼 조급했던 마음이 안정되면서 오랜만에 잠도 푹 잤던 것 같다. 아마 많은 학위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는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한 번 칭찬해주고, 한 숨 쉬어가는 게 지치지 않는 길이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물론 이러한 고민이 학위를 받았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막상 학위를 받고 나면 새로운 관문에 봉착하게 된다. “독립적인 연구자”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학위과정 초반에는 보조의 역할로 중반 이후부터는 실무의 책임자로 과제를 진행하고 연구를 수행해야 하지만, 학위수여 이후에는 오롯이 홀로 주제를 정하고 자신만의 연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남들과 차별된 주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요구되며 질적으로 우수하면서도 양적으로도 많은 편수의 논문이 요구된다.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렵고 가끔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이제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잘 하고 있어!”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지나갈 만큼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이러한 ‘성장통’ 또한 자신의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리서치펠로우) 과제는 필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스스로 주제를 정한 뒤 추진하고 명확한 답이 없는 주제에 나름의 답을 찾아가면서 또 다시 연구실에서 쪽잠을 자야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새로운 방향도 찾았고 연구가 다시 즐거워졌음에 보람을 느낀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많은 이공계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고 논문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없냐고. 아마 쳇바퀴처럼 도는 생활에 지쳐가면서도 스스로를 다독일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 또한 포기했기 때문은 아닐까. 

독창적이고 탁월한 연구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꾸준히 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씩 오를 때마다 찾아오는 성장통을 담담히 이겨내는 게 답일 것이다. 누구든 100을 원하고 달려 나간다. 하지만 당장에 100을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용기를 내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연구자들이 갖고 있길 바란다.

 

 

이지선 서울시립대 연구교수·공간정보공학과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항법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 연구로 박사를 했다. 측량 측지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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