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으로 독립연구를 수행하기까지
주체적으로 독립연구를 수행하기까지
  • 윤지혜 연세대 연구교수
  • 승인 2018.02.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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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윤지혜 연세대 연구교수·생화학과

성공이란 무엇일까. 스스로가 선택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만족하고 그를 발판 삼아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고 행복이지 않을까? 성공의 방정식은 열정과 선택, 그리고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필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원래 고등학교 시절 옷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 의류디자인학과로 진학을 원했으나 과학도가 되길 원하시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생화학과에 진학을 하게 된 일명 ‘수동적 과학도’였다. 필자는 그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선택이 본인의 평생의 운명을 바꿀지는 그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반은 억지로 들어왔던 생화학과였음으로 처음엔 열성을 다해 공부하지 않았으나 다행히 과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전공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종국엔 실험하게 해달라고 학부 교수님을 쫓아다니며 설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험실에 입성해 총 3년 여간 단백질(proteomics) 관련 실험을 배우며 ‘연구’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됐다. 솔직히 단순한 전공공부와 현실연구는 성질이 매우 다르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게 됐다.

졸업 후 주변의 많은 동기생들과 선후배들이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는 것을 봤고 필자 또한 ‘과학자’라는 타이틀을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가 반문하며 많은 시간 진로 고민을 했다. 결국 필자에게는 과학자가 될 자질과 열정이 있는가 스스로를 테스트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학부 졸업 후 약 2년 반 동안 대사공학 실험실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며 스스로의 연구자적 가능성에 대해 확신의 시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 약 3-4년의 시간을 허비했으나 학부 졸업 후 떠밀려가듯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은 것을 필자는 다행으로 여긴다. 실제 석박사 과정을 들어오니 솔직히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연구생활이 고되고 연구결과가 생각처럼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수많은 밤을 고뇌하고 또 고뇌하는 고통의 날들이 지속되었으므로 스스로 선택한 ‘과학자’의 길에 확신이 없었다면 그 힘든 날들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무거웠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처음 박사과정을 들어올 때의 초심과 열정을 마음에 되뇌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했다.

박사과정 동안 필자의 연구 열정을 유지하게 한 철학은 하나였다. ‘나에게 주어진 연구 프로젝트가 크든 작든 꼭 논문화 시켜보자!’ 결국 그 노력과 열정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외국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공동연구 팀에 합류해 1년 여간 현지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이는 필자에게 더 큰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주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외 연구 환경의 큰 간극을 처음으로 몸소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사과정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힘들었던 박사과정이 끝나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부분의 박사 동기생들은 힘든 국내 대학 기초 연구를 떠나 회사로 취직을 하는 게 현실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난후 대다수의 박사인력들은 향후 회사에 취직을 할지 아카데믹한 레벨에 남아 연구를 수행할지 결정하게 되며 많은 경우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취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 또한 졸업 후 취업과 박사 후 연구원의 갈림길에서 많은 심적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보다도 연구에 대한 열정이 더 컸으므로 결국 취업 대신 박사 후 연구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열정은 늘 하나의 선택으로 또 그 선택은 다른 기회의 문으로 나를 안내했다. 현재까지의 필자의 연구적 성과보다도 앞으로의 연구적 가능성과 나의 열정을 높게 본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대통령포닥펠로우십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또한 열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과거 ‘수동적 과학도’였던 본인이 이제는 ‘능동적 과학도’로서 주체적으로 독립된 연구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국내 많은 과학인들이 열정, 선택 그리고 기회라는 이 성공의 방정식을 기억하고 최선의 노력과 올바른 선택, 그리고 찾아오는 기회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진정한 연구자의 길’을 갈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과학도’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미래의 학문후속세대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연구적 열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적으로 연구 지원 사업이 확대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연구결과(high impact journal) 만으로 연구과정의 노력과 열정들을 폄하하지 않는 성숙한 연구자 의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정이 있는 꽃은 시간이 늦더라도 결국 피지만, 열정이 없는 꽃은 피지 않고 시들기 마련임으로….

 

 

윤지혜 연세대 연구교수·생화학과

연세대에서 핵자기공명분광법을 이용한 생체 분자 삼차원 구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G-단백질 결합 수용체에 대해 X-선 결정법을 이용하여 구조분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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