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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한 다문화가정 소년은 어떻게 지낼까?
실명한 다문화가정 소년은 어떻게 지낼까?
  •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2.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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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영문학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수학여행 중 장난감 화살을 갖고 놀다가 동급생을 실명하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경상북도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7월 경기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숙소에서 이 학교 6학년 남학생 몇 명이 장난감 화살을 갖고 놀았다. 이 과정에서 열두 살 난 한 학생은 피해가 없도록 장난감 화살 앞부분에 붙인 고무를 제거한 뒤 문구용 칼로 화살 앞부분을 뾰족하게 깎았다. 이 화살로 그는 한 동급생을 겨눴다. 동급생은 베개로 얼굴 부위를 가리며 화살을 피하려고 했지만 잠시 베개를 내린 순간 왼쪽 눈에 화살을 맞고 말았다.

피해 학생은 병원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상처가 워낙 커서 안타깝게도 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의 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사건이 발생한 뒤 회의를 열어 가해 학생의 행동에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전학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가해 학생은 14살 미만의 觸法少年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피해 학생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는 어머니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몇 달 전 법무부에서 밝힌 ‘2016년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무려 205여만 명에 이른다. 5천 2백여만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이 4%에 이르는 수치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무려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국적 비율은 중국이 49.6%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어 베트남이 7.3%로 두 번째, 미국이 6.8%로 세 번째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태국이 4.9%, 필리핀 2.8% 순이다. 지난해 통계청은 ‘2016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를 발표하고 지난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이 7.7%(2만 1709건)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0.3%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신부 중 베트남 출신 비중이 중국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시골길을 지나다 보면 큰길 네거리 모퉁이나 논밭 한가운데 “동남아 여성 있습니다”니 “예쁜 베트남 신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합니다”니, “신부 100% 후불제”니 하는 그야말로 낯 뜨거운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시골 총각에게 동남아 여성을 알선하거나 소개해 주는 업체에서 내건 광고 플래카드다.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동남아 이주민에 대한 우리 인식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국 국무부는 해마다 국가별 인권 보고서와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간한다. 한국은 그 동안 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 등과 함께 1등급을 받아 왔다. 1등급은 인신매매 피해방지법(TVPA)이 규정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다. 일본과 이스라엘 같은 국가들이 2등급을 받은 것을 생각해 보면 여간 가슴 뿌듯하지 않다.

그러나 십여 년 전 미 국무부는 “한국에서 동남아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매매되고 있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한국 거리에 내걸린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는 플래카드 사진을 실었다. 1등급 판정이 부끄러울 정도로 얼굴이 뜨거워지는 사진이 아닐 수 없다. 전보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인권과 관련한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번 다문화 학생의 실명 사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문화 이주민이나 외국인을 차별한다. 이런 차별은 비단 피부색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이주민들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북한에서 탈출한 새터민들도 한국에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제 우리는 배달민족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다문화 이주민들은 그들의 피부나 생활방식이 우리와 조금 ‘다를’ 뿐 여전히 좁게는 우리 국민이요, 넓게는 인간 가족의 구성원이다.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는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을 혼동해 흔히 동의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어휘는 그 의미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부끄럽지 않은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다름’과 ‘틀림’의 미묘한 차이를 터득해야 할 것이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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