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내로남불
  •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
  • 승인 2017.11.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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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이 할 때는 좋고, 남이 할 때는 나쁘다고 보는 이중적 태도를 빗댄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 말을 줄여 ‘내로남불’이라는 사자성어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요즘 이런 행동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고위공직자 등용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지난 5월 인사청문회 때 나온 고위공직자 후보들 중 상당수에게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몇몇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그대로 등용됐다. 마찬가지로 야당은 자신들의 공약집에 나와 있는 정책을 추진해도, 이를 여당이 추진하면 반대한다. 같은 정책이라도 자신이 하면 좋고, 남이 하면 나쁘게 본 것이다. 문자 그대로 ‘내로남불’이다.

최근 내로남불이 다시 문제가 됐다. 중소기업벤처부 장관후보는 과거에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며 고액상속과 증여에 대한 과세강화를 주장했고, 관련 법안마저 발의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딸은 할머니로부터 거액을 상속받았다. 일부 언론은 이것도 내로남불이라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또한 과거 진보 교육감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특목고를 없앤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특목고를 나왔다고 한다. 이것도 내로남불? 그렇다면 대학 서열화를 비판하면서 자식들을 서울대학교에 보내면 이것도 내로남불? 더구나 본인이 서울대학교를 나왔다면 더욱더 내로남불?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 이런 사례들은 내로남불이 아니라, 언행불일치에 가깝지 않을까? 말로는 어떤 것을 비판하지만, 정작 행동으로는 이를 수용하는 것 말이다. 아마도 내로남불과 비교하면, 이런 경우는 불륜을 비판하면서도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논리학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런 식의 자가당착적 행동을 보일지라도 그 사람의 말조차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시 말해 불륜을 비판하는 말이 단지 이 말을 한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가당착적 행동을 하는 사람,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사람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이를 이유로 이 사람의 주장마저 비판할 수는 없다.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특목고에 자식을 보냈으면서도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을 과연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자식을 특목고에 보냈지만, 그 과정과 결과를 보고 이런 제도가 개인과 사회를 위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절감했기에 자식의 기득권 훼손을 무릅쓰고 특목고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식을 특목고에 보냈기 때문에, 더구나 자식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특목고 폐지에 결사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면, 과연 누가 더 나을까? 또한 대부분 자식이 서울대학교에 가길 원하는 상황에서, 유독 자신이나 자식이 서울대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대학서열화를 비판하면 언행불일치가 될까? 아니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대학서열화를 옹호해야 할까? 그럼 서울대학교 못간 사람이 대학서열화를 비판하면 이를 자신이 못간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고액상속과 증여에 대한 과세 강화를 주장하든, 특목고 폐지나 대학서열화 철폐를 주장하든 그 말은 듣지 않고, 그 사람만 탓하는 것은,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무리 더럽다 해도, 달이 더러워지는 것은 아니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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