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구술사 연구로는 최대 규모…아래로부터의 역사 기록 중요성 환기도
단일 구술사 연구로는 최대 규모…아래로부터의 역사 기록 중요성 환기도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7.10.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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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 공동 워크숍 개최
현대한국구술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
현대한국구술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

구술사는 공식 기록이나 문헌자료에 드러나지 않았던 현대사의 다양한 측면들을 경험한 이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기록하는 분야다. 아카이브는 공공기록물 또는 중요한 역사적 문서가 보존된 장소를 뜻한다. 구술사와 아카이브의 결합.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두고 5개 연구단이 10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구술사연구가 9년차를 맞아 그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27일 ‘구술 자료로 보는 한국 현대사: 현대 한국 구술사 연구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자료관 구축 연구단(단장 김원)이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지원하는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 연구팀과 공동 워크숍으로 개최됐으며 구술사 연구를 통한 현대사 접근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각 연구소들의 풍성한 구술사 연구 성과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도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원은 「1960~80년대 정치변동과 군」발표에서 1960년대 이래 정치변동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건들인 5·16군사정변과 윤필용 사건, 12·12사태, 하나회의 형성과 청산구술 내용을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구술 면담 대상을 ‘하나회 핵심 그룹’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육사 11기부터 15기 인물들로 섭외했다고 밝히며 이번 구술사업을 통해 최초로 드러난 사실도 발표했다. 군의 정치개입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1973년 윤필용 사건이었고, 쿠데타 발생의 주된 요인이 군의 인사적체 문제라고 판단해 ‘유신사무관제’를 구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군인을 공무원으로 전직시키는 제도인 ‘유신사무관제도’가 시행되는 한편, 1978년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군에서도 전문화관리제도가 본격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 현대한국구술사연구단에서는 「1970년대 한국 경제성장과 수출맨들의 기억」을 발표했다. 1970년대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수출 실적은 자원 및 자본이 부족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외대 연구단은 한국 경제 고도성장이 국가 지도자와 대기업 엘리트 리더십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 연구에서 벗어나 소위 ‘수출맨’이라 불렸던 이들의 활동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외대 연구단은 1970년대 한국 수술 신장의 양대 축을 담당했던 종합무역상사와 대한무역진흥공사의 실무진들을 직접 만나 ‘0’에서 수출금자탑을 쌓아올린 이들의 구술을 통해 한국 경제 고도성장에 관한 또 다른 측면을 들여다봤다.

민주화를 이끈 종교인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있는 한신대 연구단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교회의 대응」 발표에서 정치민주화, 노동자와 도시빈민들의 인권 및 복지실현 문제에 집중하던 종교인들의 민주화 운동이 1987년 6월 항쟁과 1990년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는 과정을 추적했다. 나현기 한신대 전임연구원(초대교회사학)은 그 과정에서 어떻게 그들의 종교심(내적동력)이 사회적 운동으로 표출됐는지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의 구술을 통해 분석했다. 그는 광주민주항쟁과 1987년 6월 항쟁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인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내면적 고백언어를 파악함으로써 다층적 역사 읽기가 가능해졌다고 평했다.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는 「정당정치구술연구 110년: 기록과 파편들」을 통해서 해방이후부터 최근까지 활동했던 정당정치엘리트 135명과 진행한 1,200여 시간의 구술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명지대 측은 이 연구를 통해 4·19, 유신헌법과 후속 정치입법과정, 6월 항쟁, DJP연합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정치엘리트들의 다층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추후 한국정당정치가 작동하는 미시적 메커니즘 등 다양한 정치적 자본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지막 발표는 윤충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역사사회학)의 「현대한국구술자료관 구축 10년: 성과와 과제」였다. 윤충로 전임연구원은 “현대한국구술자료관이 단일 구술사 사업으로 가장 많은 자료를 축적한 모범적 아카이브의 전형”이라고 평하면서도 “엘리트 중심적인 한국 현대사 기록을 탈피해 ‘아래로부터의 역사’ 구술 자료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해 연구자들의 공감을 샀다.

한국 구술사 연구와 자료수집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민속학 등의 분야에서부터 빠르게 성장해 왔다. 현대한국구술사연구사업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443명의 2,950여 시간에 이르는 구술 자료를 아카이빙했다. 구술자료 수집 연구에는 서울대, 한국외대, 한신대, 명지대 등 4개 대학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아카이브구축연구단까지 모두 5개 연구단이 협업하고 있으며 사업종료시점인 2019년 3월까지 총 500명, 3,500여 시간의 구술자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한국구술자료관의 아카이빙 작업이 유의미한 지점은 단순히 자료를 집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의 집적·집중·서비스 체계를 연동해 진행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카이브 구축과 자료의 대중적 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2012년부터는 자료 중 일부가 온라인으로 민간에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든든한 토양으로 삼은 구술사 연구가 새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2019년 사업종료시점을 연구단의 자생적이고도 재도약하는 두 번째 시작점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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