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문제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문제
  •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 승인 2017.10.30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로칼럼]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

근래 우리사회에 대두되는 문제들 중 한 가지는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그리고 발암생리대와 발암매트리스 등과 같이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의 오염문제다. 가습기에 넣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양계장을 소독하는 피프로닐 그리고 생리대나 매트리스에 첨가하는 화학물질들은 모두 유해미생물에 대한 살균·살충제 또는 방부제로 사용하지만, 인체에도 유독한 오염물질들이다.
 
인체나 가축의 건강을 보호하고 병원균을 살균하는 데 사용하는 화학물질들 중에는 천연 유기물질도 있지만, 근래 유기합성화학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기능의 화합물들이 인위적으로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연계에 유출되는 유기화합물들은 1백만 종이 넘지만, 인공합성 유기물질도 1천 종이 넘는다. 그 중 150여 종은 심각한 유해 물질인데, 다이옥신이나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과 같은 최악의 유독물질도 다수 있다.

그러한 유독성 화학물질들은 산업사회가 되면서 인구가 밀집한 도시생활에서 각종 질병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점점 과다하게 사용되고 남용되고 있다. 자연환경에 오염되는 이 물질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미생물의 분해 작용이 어려워 수십 년 내지 수백 년 동안 정화되지 않고 생태계에 잔존한다. 이 물질들은 생태환경에서 각종 생물들의 생리작용을 파괴하고 생식기능까지 교란시켜 암·수 성비를 바꿔 종국에는 멸종에까지 이르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직한 양심과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정신이 인간관계를 행복하게 만들고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근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인공합성 유독화합물이 인체에 오염되면 세포막에 흡착해 축적되고, 각종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계에 작용하면서 암이나 여러 질병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이 유독성 물질들은 인체 내에서 극미량으로 작용하는 생체호르몬(내분비물질)처럼 여러 가지 생리적 조절기능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내분비교란물질이라 하는데, 일명 ‘환경호르몬’이라고도 한다. 근래의 통계에 의하면, 이들 오염물질에 의한 생식호르몬의 교란으로 남성의 정자수가 감소하고 요도하열증과 같은 비정상 생식기를 가진 남아의 출생률이 높다고 한다.

과거의 예를 보면, 1930년대 말에 DDT가 인공 합성돼 당시 농업뿐 아니라 보건위생 분야에서 획기적인 살충제로 인기가 높았으나, 그 후 심각한 피해상황들이 밝혀짐으로써 1960년대 말에는 세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자동차의 엔진이나 변압기의 과열방지 기능을 가진 폴리클로로바이페닐(PCB) 또한 각종 기계 산업에 필수불가결한 화학물질이었으나, 심각한 오염문제로 1970년대 중반부터 생산이 금지됐다. 그런데 현재에도 각종 농약을 비롯해 위해성 높은 여러 ‘환경호르몬’ 물질들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물질에 의한 건강위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현대생활에서는 질병치료나 식품가공을 위해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 물질들은 인체에 필요한 만큼 적당량이면 약이 될 수 있지만, 규정된 양을 초과하면 부작용이 생기고 질병을 일으킨다. 이 물질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식품 업자나 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건강을 외면한 채 돈을 벌기 위한 욕심으로 과다하게 물질을 식품에 첨가하고 자연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문제는, 비단 의·식·주의 각종 생활용품에 첨가하거나 자연계를 오염시키는 독성 화학물질만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마음의 오염문제다. 돈이면 못할 짓이 없다고 생각하는 황금만능주의와 자기 이익만을 위한 극도의 이기주의는 물질오염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오염문제다. 편견에 사로잡혀 사실을 왜곡해 전파하는 사악한 마음이나, 사적인 목적으로 양심을 버리고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행태야말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사회에서 가장 경계하고 척결해야 하는 오염문제들이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고, 큰 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작은 존재들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직한 양심과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정신이 인간관계를 행복하게 만들고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근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