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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覺醒해야 할 것들
교육부가 覺醒해야 할 것들
  • 논설위원
  • 승인 2003.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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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지난 4월초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과감한 자기혁신’을 단행할 것임을 천명했다. 신뢰회복을 언급하는 것은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인정했다는 것이며, 자기혁신을 하겠다는 것은 환골탈태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에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결의가 그리 엄정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육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인정한다면서, 준열한 자기반성의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당국이 개혁과 변화를 한 두 번 외쳤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도적 방책은 난무하지만 기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관료적 타성이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타성의 가장 완고한 형태는 법과 규정만 좇는 것이다. 양심적이고 용기있는 교수들이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되거나, 사학재단의 부정과 비리에 의해 분규가 발생했을 때 팔장끼고 구경만하는 것은, 무책임한 관료들이 보여주는 조직화된 무능(organized inability)의 대표적 모습이다. 바로 이러한 모습 때문에 교육당국은 부패한 사학과 더러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오해를 사게 된다. 책임있는 사람들의 침묵은 그 자체로서 공범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율성과 방기, ‘우호적 개입’과 간섭을 혼돈하고 있는 것도 교육부가 반성할 일이다.

그간 자율성을 부여해야 할 영역에서는 불필요하게 간섭하면서, 정작 개입이 필요한 곳에서는 자율성을 핑계로 방기하는 오류가 적지 않았다. 자율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자율성을 만끽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는 자구노력이란 미명하에 태만하면서, 비리사학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야말로 교육당국이 불신의 대상이 되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공정성’의 이념을 오독하는 것도 교육부의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존 롤즈가 지적했듯이 공정성은 ‘차등의 원칙’에서 그 본질적 의미가 구현된다. 수준과 규모가 다른 대학간의 경쟁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가져올 따름이다. 차이를 외면한 채 공정한 경쟁력만 강조하는 것은 공정성의 이념을 모독하는 일이다. 공정성은 교육 관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법과 절차에 의해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교육부가 대학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자기혁신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공익성을 결핍한 사학재단이 존재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견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교육당국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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