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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 국가 의제로 다뤄야
직업교육, 국가 의제로 다뤄야
  • 이해선 안동과학대 유아교육과
  • 승인 2017.09.25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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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2017년 입학정원 기준, 전체 대학입학자 가운데 35%의 학생들이 전문대를 선택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부의 대물림뿐만 아니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한국사회에서 전문대는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계층의 자녀들이 대거 입학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고질적인 경쟁체제에서 밀려나서 전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 초기부터 기초학력 부족으로 인해 학업의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문대는 2-3년의 짧은 기간 동안 전공학습과 기초학습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기 위해 안간 힘을 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대에서는 기초학습과 전공교육 외에도 학생지도에도 엄청나게 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초중고 시절 학업에서 실패한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는 학습능력의 부족만은아니다.‘ 공부만 강조하는’ 학교에서 ‘공부’에 실패한 학생들은‘공부’때문에 좌절감을 겪게 되고, 실패의 누적으로 인해 심리적으로도 무력감을 겪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대 교수는 학생들의 상담과 학생지도를 통해 기초생활습관부터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대학은 학생들의 자존감과 성취동기를 높이기 위한 교육적, 치료적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전문대는 짧은 기간 동안 기본생활습관을 고쳐 나가면 기초학습능력을 키우고, 전공학습을 통해 실무능력도 키워야하고, 취업을 위해 상담과 진로지도를 하는 전방위적인 교육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신입생 3명 중 1명 이상이 전문대에 들어와서, 전공능력과 실무기술을 익혀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인력으로 양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대와 직업교육에 대한 정책과 사회적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전문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를 보면, 국가차원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볼 수 있다.

2017년 기준, 일반대학은 11개의 재정지원사업을 전개한 반면, 전문대는 특성화사업과 LINC사업 등 3개 사업에 그쳤다. 전문대 직업교육질을 높이는 데 가장 적합한 일이라고 추진하던 전문대형 ACE사업은 2018년 예산에 반영조차 되지 못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53.7%)이고, 일반대학과 비교하더라도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57.6%) 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에 전혀 그런 사회적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고등교육에 대한 보편적 지원이라면, 일반대학과 차별 없이 비슷한 수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하고, 선별적 지원이라면 사회적 약자인 전문대에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 사회의 다른 부문에서는 적용되는 당연한 원칙이 전문대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차별, 푸대접을 넘어 그야말로‘무'대접에 가깝다. 전문대에 진학하는 35%의 학생들은 대한민국의 투명인간인가?

낮은 학력수준의 입학자, 저조한 정부지원, 사회적 무관심, 재정적 압박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문대는 치열한 교육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취업률에서 나타난다. 최근 5년간 전문대의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70%에 육박하고 있다. 실무와 취업 중심의 교육에 대한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전문대로 유턴하는 숫자도 매년 꾸준히 늘어나, 최근 5년간 6천759명을 기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속적인 직업교육을 통한 산업인력의 확보는 국가적 과제이다.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직업교육기관의 교육비용은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심지어 자유시장경제 체체의 정점에 있는 미국조차도 커뮤니티 칼리지는 거의 등록금을 받지 않거나 매우 저렴하다. 그 이유는 직업교육 계층에 대해서 사회적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직업교육의 공교육화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국가의 책무성의 발현이며, 사회와 산업구조가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과 직업선택을 통해 인구절벽시대와 고령화사회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대안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사교육 팽창으로 인한 학력중심주의와 서열주의를 타파하고, 공부보다는 자신의 적성이 맞는 진로를 찾고, 직업적 역량제고를 통해 청년의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또 국가는 직업교육 트랙을 선택한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경제적 배경 보다는 자신의 적성, 능력과 노력에 의해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버팀목이 해야 한다. 결국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청년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가장 바람직한 길은 국가가 앞장서서 고등직업교육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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