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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복원, 시간 많지 않다 …
韓美공조 다지면서 北과 대화 병행해야”
“남북관계 복원, 시간 많지 않다 …
韓美공조 다지면서 北과 대화 병행해야”
  • 정리·사진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7.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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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_ 38.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관한 긴급 좌담회

김성민: 안녕하십니까. 다들 바쁘신 중에도 불구하고 오늘 특별하게 마련된 좌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에서는 <교수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를 진행해왔습니다. 마침 지난 6일 대통령께서 베를린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연구 전문가들을 모시고 최근의 남북관계, 새정부의 대북정책, 남북관계 환경,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장기적 전망,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지 여쭙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베를린 선언’의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성렬: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출범 자체가 ‘촛불혁명’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민주적 절차를 상당히 중요시 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 역시 지난 두 정부 동안 막혀 있던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답답해하는 것 같아요.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부분들을 철저히 반영하고자하는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금년 5월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리더십의 부재가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한반도의 전쟁위기설이 고조되는 등의 불안감이 있었고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평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을 통해서 탄생했기 때문에 ‘민주적 절차’를 무엇보다 강조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단순히 과거 노무현정부의 정책을 계승한다기보다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변화된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표현이 바로 ‘베를린 선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고유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기조를 설명한 게 ‘베를린 선인’입니다. 명칭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한반도 평화 구상이라는 차원에서 연설을 한 것이죠. 큰 흐름은 김대중 정부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성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계승해서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베를린 구상의 키워드는 평화인 셈입니다. 한반도 정세가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라서 군사적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집권해서, 무엇보다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하고, 오직 ‘평화’라고 하는 것을 첫 번째 대북정책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평화제일주의를 표방한 것이죠. 무엇보다 지금의 정세가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내용들은 대체로 선거 과정에서 이야기 했던 것을 제시하고, 남북관계에 임박한 현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산가족상봉이나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위한 제안,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여 문제, 접촉과 대화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방향들을 제시하고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였다. 의미를 넓혀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한미정상회담, G20정상회의에 참가해 탄핵 이후에 공백 상태에 있던 외교관계를 복원했다고 평가할 수 있고요. 외교적으로는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동맹 강화, 전통적으로 이전 정부, 보수정부가 해 왔던 외교관계를 복원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볼 수 있죠. 남북관계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지해왔던 대북정책을 복원시키겠다는 것을 표명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외교는 다소 보수적으로 가고, 남북관계는 다소 진보적으로 가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기존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복원하는 것이 남북관계나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일단은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전현준: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은 ‘신한반도의 평화비전’입니다.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전쟁가능성이 높은 상황 아닙니까?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6·25전쟁 이후로 가장 전쟁가능성이 높아진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더 나아가서는 평화통일을 이룰 것인가’하는 큰 비전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평화를 깨는 것은 북한이라고 명백히 지적했고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거기에 상응하는 적절한 제재는 어쩔 수 없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그러나 한반도 평화라는 것은 그런 제재만 가지고 되지는 않습니다. 역시 화해협력, 대화와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해협력과 대화는 우리가 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과의 상호 협력 속에서 우리의 주도권이 구사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했고, 중국도 동의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기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문제보다는 현실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보자는 측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긴장 완화, 대화 재개 촉구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시 한반도가 굉장히 엄혹한 상황이지만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 북한은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하고, 우리는 그에 따라서 대화도 하고, 교류도 하겠다, 여기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서도 도와주고 믿어달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봅니다.

김성민: 세 분의 말씀을 정리하면, ‘베를린 선언’, 즉 쾨르버재단의 연설을 비롯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메시지는, 지금 대북 제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대화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죠. 그렇다면, 이제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 남쪽의 주도적 협상권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베를린선언에서 ‘대북 4노(No)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핵과 전쟁 위협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추구’,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과 같은 평화에 방점을 두면서 그 대가로 ‘체제 보장’ 및 ‘신경제지도’와 같은 경제협력 등을 제안했습니다. 고유환 교수께서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평화정착을 강조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한미관계 및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여전히 중요한 문제는 ‘북핵 문제’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면 북핵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면서 남북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요?

고유환: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합의한 것은 인위적인 ‘붕괴’라든가 ‘흡수통일’ 또는 ‘인위적인 통일’ 그리고 ‘적대시 정책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우려를 불식하면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죠. 특히 부시정부 이후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CVID)’ 방식이죠. 이러한 북핵 폐기의 목표에 대해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했고,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합의한 기본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목표는 ‘북핵불능’, 방식에서는 CVID으로 하더라도,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합의를 못하고 있거든요. 우리 정부는 단계적·포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입구론과 출구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선핵포기’에 무게를 둔 CVID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북핵문제 해결에서 수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며, 주체를 어떻게 명시하고 해결해 나가느냐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괄적 협상 안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이행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북한은 최근에 선평화 협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공통점에 관한 합의가 있었지만, 차이점에 대해서는 남겨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은 셈입니다. 한미정상회담과 G20을 보면 한미나 한미일 관계는 상당한 정도로 회복됐다고 평가할 수 있어요. 그러나 중국, 러시아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냉전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신냉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복원된 한미, 한미일 관계를 동원해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단장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남쪽보다 먼저 미국과의 협상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김성민: 과거의 한미일 동맹, 북중러 동맹이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참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조성렬 박사께 여쭙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독일 방북하기 직전에 북한이 ‘ICBM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화해 신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남쪽보다 먼저 미국과의 협상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베를린 선언을 통해서 ‘북한의 안보우려, 경제적 우려 해소’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경제적인 대가만이 아니라 한미군사훈련 축소와 같이 군사적인 인센티브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일 북이 미국과의 협상만 계속 우선시한다면, 남쪽은 이에 대해 어떤 전략으로 응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성렬: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그 동안 지난 정부가 대부분 금지했던 대북 민간접촉을 대부분 승인했습니다. 이산가족상봉도 제안했고요. 그러나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민간접촉을 거부했고, 이산가족상봉 제안에 대해서도 ‘북한 종업원 납치’ 문제를 트집 잡아서 중단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발사한 ICBM급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6차례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은 ‘남북관계를 재개하더라도 이것이 인도적 지원 문제나 인도적 지원처럼 낮은 차원에서 높아지는 것보다는 한반도의 근본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군사문제를 본격적으로 하자’는 메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ICBM급 미사일 발사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춤으로써 미국과의 직접 대화의 가능성,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군사회담을 재개하자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고유환 교수께서 말씀했듯이, 북핵문제를 제기하면서 단계별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입구로서의 동결, 출구로서 비핵화라는 2단계 방법을 제안한 것이죠. 또 포괄적인 접근으로는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안하고, 전면적인 교류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군사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입구로서 동결문제에 앞서 이미 제안했듯이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결에 앞서 북한의 핵 활동의 유예(suspension), 그리고 우리 군사활동의 유예라고 하는, ‘유예의 필요성’에 대한 숙제를 던져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죠. 또 하나는 평화협정과 관련해서도 제안하고 있지만, 2가지 한계에 봉착해 있습니다. 첫째는 그 동안 한국과 미국이 ‘9·19공동성명’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대가로 약속했던 게 바로 ‘평화협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NLL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보수층에서는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한반도평화협정도 ‘9·19공동성명’에서 북핵 폐기에 대한 대가로 약속했던 것인데, 2015년 10월 1일 UN총회 연설에서 북한 외무상은 북핵 협상에 앞서서 하나의 전제 조치로 이를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안하고 있지만 국내외적인 장애요인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신한반도평화비전’을 제시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 내의 보수층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좀 더 구체화된 제안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우리의 낮은 수준의 제안을 일축하면서 과거와 같은 通美封南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신 것처럼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주도 한다는 명확한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서울을 통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동의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한미공조를 확고히 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성민: 앞서 고유한 교수도 입구와 출구 전략을 지적했는데, ‘동결 전에 유예’라고 하는 것은 조성렬 박사께서 강조한 것인가요?

조성렬: 2015년 1월 9일 북에서 미국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일시 중단할 것이니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 미국은 거절했습니다. 금년 3월 6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양회 중간에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이른바 ‘쌍잠정’이라고 해서 ‘한미군사연습’과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의 동시 중지를 제안하기도 했죠. 지난 5월에 문정인 특보도 방미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유예활동과 한미합동 군사훈련 유예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핵 개발 활동은 UN안보리의 협정을 위반한 불법적인 활동이고, 한미군사훈련은 정례적으로 있었던 합법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등가교환’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미사일 활동을 일시 정지, 곧 유예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군사적 대가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런 것이 과연 어떤 것이 있을 것인가? 지금 북한이 제안했던 게 한미 군사훈련 일시 중지인데, 이것 말고 다른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의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민: 문재인 대통령의 쾨르버재단 연설에서도 말미에 비슷한 질문이 있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명확히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조성렬 박사의 고민이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방미 때 큰 쟁점은 아니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공동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결국 국내외적으로 ‘사드’는 문재인 정부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전현준 원장께 여쭙겠습니다.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균형을 고려했을 때 사드 문제의 해법, 어떻게 판단하고 계신지요?

 

▲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북한의 체제 불안감을 덜면서

이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해서 한반도판 헬싱키

프로세스 같은 게 필요합니다.

 

 

 

전현준: 좀 더 솔직하게 들여다본다면 사드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관계의 산물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상적인 문제는 북핵 개발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일정한 진척이 있기 전에는 사드의 해법도 어렵다고 봐야겠죠. 문재인 대통령도 이 점을 시진핑 주석에게 분명히 설명했습니다. 사드 철수의 명분을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중국이 북한에게 압박을 하든 설득을 하든 더 이상 핵개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속에서 우리는 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좌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위협을 중국이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줘야만 사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태도로 봐서는 과연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중단시킬 의사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거죠. 따라서 사드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제가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은 근본적인 문제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안고 있는 체제의 불안감인데요.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대북침략을 제지한다는 명분으로 위험한 행동을 계속 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야기했고, 북한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한반도판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조성렬 박사께서도 지적했듯이 이런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지와 미사일 발사 중지를 맞교환하는 것을 입구론으로 제시하는 것도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동북아판 평화프로세스의 구성이 필요합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 대부분이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한 측면을 설명하고, 피해를 받는 경제인들과 함께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일정한 진전이 있다면 한국이 적극적으로 사드 문제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실은 어느 것이나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

김성민: 혹자는 지금의 한반도 정세가 19세기말의 한반도 상황을 보는 것 같다는 말도 합니다. 한반도 상황이 심각하고, 위기의 시대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이 있어야 할 것인데, 여전히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드와 관련해 남남갈등도 없지 않습니다. 다른 두 분께서도 추가적인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고유환: 대선 과정에서는 사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주문이 있었죠.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전격적으로 배치를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이전 정부가 결정하고, 배치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것이죠.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하지 않은 것은 내부 실무접촉에서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국내적 절차는 지키되 배치된 사드는 철수시키지는 않는다는 결정이 있었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배치가 불가피했던 부분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대선 당시, 차기 정부에서 사드를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을 바둑에 비유하자면 한 수씩 돌을 두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연초에 ICBM 시험발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선언을 하고 미사일고도화와 관련한 일련의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2월에 석탄수입 잠정 중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상당히 강한 카드를 하나 쓴 상황인 것이죠. 그리고 미국은 3월에 사드를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지금 한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입니다. 개성공단도 이미 지난 정권에서 써버렸고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불가피한데, 사드에 대해 지금 중국이 계속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들고 시간을 벌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포괄적인 협정을 마련할 수 있다면 사드 배치를 유예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는 셈법이죠. 그런데 한미동맹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친밀감을 표시했고, 한미동맹도 이상이 없다는 상징적인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성렬: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려면 현재 정치 환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은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지난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최다 득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41%의 득표율에 그쳤습니다. 다시 말해 과반수를 넘지 못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특히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는데, 그때 새로운 정치권력을 그리는 개헌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의견을 물을 것으로 봅니다. 그 이전까지는 현재의 정치 구도가 그대로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책 구도를 내세우기보다는 외교적으로는 안정적으로 가는 것, 지금까지 9년 동안 단절되고 파탄 상태에 있었던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을까. 여기에 사드 문제가 걸려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는 사드 배치에 관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집권 이후에는 마치 사드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뉘앙스를 비쳤습니다. 저는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원래 2023년까지 개발완료하기로 했던 장거리지대공미사일을 2020년까지 조기 완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장거리지대공미사일이 바로 주한미국이 들여놓고자 했던 사드미사일과 같은 시스템입니다. 러시아의 기술을 받아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서조기에 완성하려고 하는 게 기본적인 구상이죠. 또한 남북관계를 회복하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것도 사드 배치의 명분과 연결됩니다. 사드를 배치한 명분이 한반도 위기와 연결됐던 만큼 남북관계를 회복해서 사드 배치의 명분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우선적으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장거리지대공미사일을 언제 완성할 수 있냐, 두 번째는 남북대화를 통해서 한반도 위기를 어느 정도로 낮출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사드의 기술적 특성입니다. 사드는 한 번 들여다 놓으면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C-17대형 수송기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사드 미사일보다 조금 작은 지대공미사일인 패트리어트Ⅲ의 경우 주한미군이 대형수송기를 통해서 미국 본토에서 실어와 한미군사훈련을 하고, 훈련이 끝난 다음에 철수해 간 경험이 있어요. 작년에 세 차례나 그랬거든요. 우리가 지금 환경평가를 하고, 그 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풀리고 긴장이 낮아질 수 있다면, 사드 철회는 아니라고 해도 상시배치가 아닌 ‘수시배치’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논리죠. 상시적인 이동이 아니라 이동식으로 배치한다면 중국에 대한 설득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 해법에서 실패한다면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상시배치로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사드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도 옵션이 있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조기에 단정시킴으로써, 한중관계를 악화시키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현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지는 의문이지만 북미대화가 실현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은 미국에 대한 안보적 불안감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북한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사드 때문에 중국의 경제 보복을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경제 다변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26%에 달하는 대중경제의존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중국의 경제적 압박 카드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북미대화를 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의존도를 좀 축소해 나가지 않는다면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김성민: 북미대화가 활성화되면 우리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전현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은 북미대화, 북미평화협정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그것을 들어줄 리는 없습니다. 평화협정 체결이 2+2가 됐든 어떤 형태가 됐든 우리는 반드시 당사자로 들어가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구체적인 단계에서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북미대화를 막을 필요는 없죠. 오히려 적극적으로 중재할 필요도 있습니다. 

김성민: ‘개성공단’ 가동 재개와 ‘금강산관광’ 재개도 매우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휴전 협정 64주년’이 되는 7월 27일을 맞이해 군사분계선의 적대적 행위 중단’을 선언한다든지, 10월 4일 ‘10·4선언 10주년’ 및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에서 시작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를 제안했습니다.

조성렬: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간을 역으로 설정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남북관계 정상화의 시기는 2018년 2월 9일부터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라고 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또 여기에 북한 고위급 인사가 개막식이나 폐막식에 참가해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간의 남북관계에서는 합의된 사항들이 다 유명무실화 됐습니다. 이런 것들을 복원하는 제도화를 내년 봄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때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게 한미합동군사훈련인데요. 전통적으로 2월 말이 되면 ‘키 리졸브(Key Resolve) 한미군사연습’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2018년 2월 25일에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3월 5일부터는 동계패럴림픽이 열리게 됩니다. 넓게 보면 2월 초부터 3월 중하순까지 ‘동계올림픽’ 기간인 셈이죠. 제가 볼 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시 중단 또는 축소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동계올림픽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년 말에 얼리는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조정이 결정돼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한미연례안보회의 이전에 어느 정도 남북 간 대화가 진전돼야 합니다. 그 시점이 10월 4일 ‘10·4선언 10주년’, 그리고 추석입니다. 10월 4일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려면 그 이전에 적십자회담이나 남북체육회담이 진행돼야 합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습니다. 8월 말이 되면 항상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열립니다. 과거를 보면 2월말에서 3월초에 키리졸브 훈련이 있으면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가 다시 대화가 시작되고, 그러다가 8월 하순 경에 을지프리덤 가디언 훈련이 있으면 또 한 달 이상 남북대화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시점을 본다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이전에 어느 정도 남북관계 대화가 본궤도에 올라야만 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든지 중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유엔에서 제재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좋은 시간이 다 지나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남북대화가 9월에 시작된다면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정을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쾨르버재단에서 신한반도평화구상을 제시한 것이라고 봅니다. 7월 27일까지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북한이 요구했던 확성기방송 중단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남북관계를 어디서부터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2018년 동계올림픽을 놓고 계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선언도 빠른 감이 있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는 여소야대 국면이고, 미국을 비롯한 유엔의 국제제재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의 틀을 깨고 개성공단을 무리하게 가동하기란 어렵습니다. 개성 공단 재개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남북관계를 복원한 이후에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남북 관계 프로세스가 원만하게 진행돼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개성공단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죠.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개성 공단을 재개한다고 해도 기술적인 문제, 가동에 따른 법적인 문제, 재가동시에 어떤 형태로 리모델링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사업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지만, 역시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다만 워낙 중요한 문제이므로 내년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개성공단 현황 파악, 재개를 위한 기술적 문제 검토를 위한 기술진 파견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이 접촉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성민: 개성공단은 재개하기도 쉽지 않지만 재개한다고 해도 시설 복원을 비롯한 비용을 포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조성렬: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경우에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개성공간을 재가동한 사례가 있죠. 그때에도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서, 개성공단은 정치적 문제와 무관하게 가동한다고 합의했는데, 이런 합의를 박근혜 정부가 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재개하게 되면 청구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계 설비의 망실이나 손실에 따른 비용도 우리 정부의 유책일 수 있거든요. 이런 점에서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한편으로는 개성공단과 같은 공단 방식이 과연 제4차 산업혁명시기에 적합한 방식인가에 대한 논의, 개성공단을 국제공단으로 운영하는 문제 등을 놓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논의도 시작돼야 할 것입니다.

고유환: 대통령 공약에는 개성공단 재개와, 비핵화 협상을 시작할 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비핵화 협상의 포괄적 패키지가 만들어 지면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이것을 분리해서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개성공단이 남북 사이에 진행된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켜켜이 쌓였는데, 그걸 떼어내서 남북관계로 다루기가 쉽지 않게 됐습니다.

김성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이후에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 격론도 있었죠. 군사행동까지 포함한 미국의 초강경 입장에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배치 반대 및 이른바 ‘쌍중단’, 즉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했습니다. 동북아 정세 전체를 고려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전현준: ‘쌍중단’이 잘 진행된다면야 좋겠죠. 문제는 이것을 누가 할 것인가 입니다. 중국도 해야 하고, 미국도 해야 하고, 우리도 노력하고, 북한도 노력해야 합니다. 대화를 ‘해야 한다’고만 이야기 하지, 대화를 ‘하겠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국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철학이 없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비공식 접촉도 있어야 하고요. 김대중 정부의 접근 방식을 참고할 수 있을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 때를 상기하면 남북 사이에는 대화를 위한 라인이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남북관계 라인을 통해 접촉도 했고, 김정일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를 통해 분위기도 조성했고, 경제협력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특사파견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페리프로세스가 나오면서 분위기도 좋았거든요. 압박정책만으로는 안 되고 대화도 필요하다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죠. 북한에서도 경제협력의 필요성과 남한의 경제 지원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남북관계 미래를 생각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포용력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김정은에 대해서 ‘합리적인 독재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성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진행에 있어서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국내외적 정치 환경을 고려했을 때,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해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돌파구를 만들어가야 할까요.

고유환: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보수정부 9년 동안에 거의 단절된 상황입니다. 관계를 복원하고 우리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려면 기본적으로 지렛대가 필요한데, 모든 것을 다 써버린 상황입니다. 주도적 역할이라는 부분에서도 미국이나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여건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고 있지만, 북핵이라는 큰 틀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협상을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어는 동북아의 새로운 움직임, G2 사이의 패권 경쟁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추구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난제입니다. 일단 베를린 선언에 대해서 북한이 어떻게 호응하느냐에 따라서 남북관계 변화의 계기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우려하는 ‘정권과 체제’에 대해서 대북적대시정책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앞으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제안했던 몇 가지는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같은 것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문제죠. 대북확성기 방송, 대북전단살포 같은 상호비방중상 중지라는 차원에서 요구했던 것입니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군사당국간의 실무회담을 통해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지금은 끊어진 핫라인들을 조속히 연결해서 복구하고, 초보적인 수준에서 군사적 신뢰 조치를 취하면서 접촉과 대화를 찾아나가야 합니다. 북핵문제 해결이나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여건을 어느정도 마련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큰 틀에 남북관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주도적인 역할을 행사한다고 했을 때,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 두 가지 사이에 어떤 연계고리를 찾아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김성민: 남북 사이에 지렛대도 없고, 남북 당사자 간의 문제도 아닌 절대 패권 경쟁 사이에서 남북관계가 설정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세 분의 공통된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세 분께 공통의 질문을 드리면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이 있었고, ‘통일준비위원회’도 있었습니다.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평화로운 남북관계 및 진정한 통일 준비 과정을 위한 민·관·학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최종 상태인 통일, 항구적

평화만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으로서의 적극적 평화를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조성렬: ‘통일 대박론’은 최종 목표를 이야기하면서도 과정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는 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강력한 대북 억제와 통일 대박만 놓고 볼 때,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고, 북한도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씀하신 ‘평화로운 한반도’는 어떻게 보면 우리의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통일도 평화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합니다. 3단계 평화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첫 번째는 소극적 평화입니다. 대북억제력을 통해 한반도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적극적 평화로서, 평화 만들기입니다. 지난 보수정부에서 소홀히 했던, 남북 간의 대화, 교류협력 그리고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 통제,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만들어 낸다면, 이를 적극적 평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본다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의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르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는 바로 ‘항구적 평화’입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본다면 항구적 평화는 바로 통일입니다. 최종 상태인 통일, 항구적 평화만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으로서의 적극적 평화를 논의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통일준비위원회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 때 통일준비위원회가 새로운 정부에서 유지될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지만 결국 폐지됐습니다. 그 기능을 어딘가에서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민간 주도의 논의도 필요하고, 정부 차원에서 본다면 민주평통이 그 동안에 못했던 통일준비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평통의 역할을 단순하게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선전하는 창구가 아니라 정말로 민관학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4대 원칙 ‘평화’, ‘책임’, ‘협력’, ‘민주’, 특히 민주적 정당성을 얻으면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현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관학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중요합니다. 무엇을 가지고 할 것인가도 중요하고요. 이를 테면 반북교육, 반공교육이 돼서는 안 됩니다. 제대로 된 통일교육이 필요합니다. 북한 체제의 현실을 알려주는 것과 함께 북한의 행태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민관이 협력을 해서 제대로 된 교육 방법, 교육내용을 개발해야 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국민 일각에는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습니다. 상당수가 통일을 싫어합니다.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결과입니다. 북한은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죠. 그런 교육을 받으면 누가 같이 살려고 하겠습니까. 북한의 강약점, 장단점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친북적인 교육이 아닌 통일친화적인 교육을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민관학 협력은 형식적인 것이 아닌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실질적인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일상에서 긍정적인 전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생활공동체’ 개념을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고유환: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일과 관련해서 민생통일, 경제통일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결국은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구상 속에 남과 북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해서, 사람과 물자가 소통하는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 구상을 갖고 있는 것이죠. 한반도 분단 70년을 넘어서면서 분단체제에서 오는 여러 가지 고통을 많이 경험해왔습니다. 이제는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사회문화공동체를 통해서 남북한 주민을 아우르는 생활공동체를 형성해서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복원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긍정적인 전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생활공동체’ 개념을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에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김성민: 평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으로부터 분단이 낳은 여러 문제를 직시하고, 행복한 통일을 지향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지난 1년여 간 <교수신문>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기획한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 연재가 40회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인문학, 법학, 사회과학, 이공계열, 예체능 계열 등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연구자들이 가진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대한 연구 성과와 입장 및 전망을 포괄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획연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물을 통해 바라 본 범 통일연구의 확장성과 잠재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실제로 북한연구나 통일연구는 사회과학 위주로 진행됐는데, 학문적 범위를 넓혀서 분과학문들의 다양한 연구, 분단 극복을 위한 다양한 분과학문들의 융·복합적 연구가 가진 가능성, 그리고 현실적 한계 지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성렬: 북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정책학에서 출발했던 것 같습니다. 북한 체제 자체에 대한 연구가 목적이기보다는 대북정책, 통일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출발이었던 거죠. 그러나 이제 분단 70년을 지났습니다. 이제는 북한 체제 자체를 연구하는 것으로 필요성이 확대됐다고 봅니다. 정책학이라고 할 때 논의할 수 있는 정치학이나 경제학을 넘어서 인문학이나 예체능 등으로 ‘북한’ 연구가 확대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난 9년 동안은 그 자체가 단절돼 있었습니다. 북한 그 자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회복이 된다면 좀 더 필드 분야의 연구가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북한 주민의 삶과 현장에 대한 접근을 통해 좀 더 생생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현준: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걸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북한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 건국대의 연구 활동을 다양화 한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부탁드립니다. 르네상스가 있었던 중요한 원인은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북한연구’에 재정적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우선은 재정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연구 성과가 직업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그쳐서는 안 됩니다. 연구자들이 전문적인 자리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 문제는 결국은 남북관계와 연결됩니다. 폭넓은 남북관계 개선 속에서 연구 환경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합니다.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연구환경 개선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를 기대해봅니다. 

고유환: 두 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통일 분야, 융복합 문제에 기여한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북한 연구가 북한 연구자들의 전유가 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시대로 접어들은 것 같습니다. 건국대의 노력을 지지하고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저는 앞서서도 한반도 미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생활공동체라는 관점을 이야기했는데요, 이런 관점에서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성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통일은 사람이 중심인 통일이 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통일, 미래에 제기될 문제를 미리 가져와서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포스트 통일담론, 그 중심은 역시 사람 중심의 통일, 생활공동체의 담론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 있을 때마다 의견을 여쭙고 의논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사진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김성민 교수는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소통·치유·통합’이라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미래 통합한국학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 핵문제의 해법과 평화체제 구축』, 『북한학 입문』(공저), 『북한정치의 이해』(공저) 등을 썼고, 북한 문제에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은 북한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은 책에는 『김정일 리더십 연구』, 『김정일 정권의 권력 엘리트 연구』 등이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제안보론과 북한군사론 등을 연구해 왔으며, 저서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전망』등이 있다.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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