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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완성
촛불의 완성
  •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승인 2017.05.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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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정용길 논설위원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혁명의 3막이 열리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1막이었다면,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룩한 것이 2막이었다. 이제 광장의 에너지와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짜는 것이 촛불혁명의 3막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촛불혁명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마스터플랜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먼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국제공조가 가장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압박과 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반발하는 김정은 정권의 대응으로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불안한 국면이다. 최근에 미국과 북한 양국에서 대화가능성을 비치고 있고, 문 대통령도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불안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피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단논리를 뛰어넘는 상상력과 용기가 중요하다.

둘째, 이번에 치러진 대선은 시기적으로 보면 장미대선이고 역사적 의미로 보면 촛불대선이었다 할 수 있다. 즉 광장에 모인 1천700만 시민들의 바람과 희망을 담아내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였던 각종 적폐와 부조리를 청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대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 국민대통합을 말하는 것은 허구이며, 기득권 체제를 연장하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 과거의 잘못은 청산돼야 하며, 개혁돼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최우선 국정가치를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가 ‘정의’를 꼽았고, 14%가 ‘화합’이라고 답했다. 이를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검찰과 언론, 그리고 재벌에 대한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민주정부 3기에 해당하는 문재인 정부는 우리 사회의 격차와 불평등을 제거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신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천박한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불평등이 심화됐고, 시장 경쟁에서 낙오한 사회적 약자들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공존과 배려는 사라지고 생존을 위한 경쟁과 승리만이 지배적 가치가 됐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은 조국을 ‘헬 조선’이라 경멸하면서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런 추악한 모습의 시장경제를 만드는 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정책을 통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혁명의 1막과 2막을 완성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시민혁명이었고 명예혁명이었다. 이제 전개되고 있는 촛불혁명의 3막은 더욱 어렵고 힘든 길이다. 촛불혁명의 1막과 2막은 몇 개월 동안에 이뤄질 수 있었지만 3막은 시간을 기약할 수 없는 지난한 싸움의 길이다. 언론과 재벌, 정치권 등 보수세력의 집요한 방해가 있을 것이며, 개혁의 피로에 짜증을 내는 일부 국민들의 목소리도 크게 들릴 수 있다. 험난한 형극의 길에서 오직 역사를 바라보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에게 부여한 역사적 소명이고 과제다.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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