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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 박대근 성균관대 박사후연구원·나노바이오융합기술연
  • 승인 2017.05.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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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박대근 성균관대 박사후연구원·나노바이오융합기술연구소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길게 느껴졌던 나의 박사학위과정은, 수많은 난관이 굽이치는 파도 속에서 자그마한 성취를 구명조끼 삼아 표류하던 사이에 어느 샌가 목적지에 다다르게 됐고, 지나온 여정으로부터 잔잔한 여독이 쌓였던 탓일까, 다음 목적지를 사전 탐색해 볼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 채로 졸업과 동시에 슬럼프가 찾아왔던 그 때가 생각난다. 지도교수님을 따라 새로 연구실을 꾸며가며 고참 역할을 할 때부터, 보다 더 괜찮은 연구자이자 모범이 되는 선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부담을 항상 가지고 있던 터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압박이 스스로를 좀먹기 시작했고, 박사학위를 받았던 그 해부터는 마침내 나의 빈한했던 자신감마저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시기적절하게도 교수님이 권해주신 연구재단의 개인연구과제 신청은 다소 위축돼 있던 나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고, 곧장 나는 밤잠을 설쳐가며 나만의 첫 연구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길지 않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고민과 상의 끝에 완성된 제안서는 나에게 유쾌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내 생애 첫 연구과제의 책임자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예전의 열정과 자신감을 꽤 많이 되찾게 됐다.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먼저 이 자리를 거쳐 간 선배들과 자신의 연구가 바쁜 와중에도 가끔씩 동료를 보살펴 주는 좋은 동기와 후배들의 열정으로부터 얻게 된 깨달음이 많은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 시간을 찬찬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천한 재주를 가진 내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꿈을 간직하고 사는 이유는 스승님을 비롯한 동료와 가족들의 많은 관심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들과 주고받은 말 몇 마디 속의 칭찬, 때로는 시린 질책과 걱정 모두가 나를 성장 시켰다. 그렇게 앞으로도 나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양분삼아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런 그분들이 지켜보고 또 기대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간의 나의 여정을 스스로 ‘표류’ 정도로 평가절하 해버린 것은 어쩌면 그분들에 대한 기만일 수 있겠다.

모든 박사학위는 대학이 가지는 학문적 권위로 수여되는 것이니, 크게는 학교 좁게는 스승님과 연구실 동료들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의 책임감과 욕심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자신을 상처 입히고, 겨우  한발 내딛는 걸음마저 조심스러워지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힘들어 하게 되는 순간도 언젠가 찾아 올 수 있다. 그러한 성장통을 겪고 있을지도 모를 후배들에게, 언젠가 지하철역 어느 한 켠에서 가슴으로 읽었던 도종환 시인의 시구 하나를 빌려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우리에게는 비바람에 꽃이 젖고 흔들릴 때 굳건히 뿌리를 잡아주는 대지처럼 힘든 연구 활동에 잠시 몸과 마음이 흔들려 주저앉아도 다시 일어서서 달릴 수 있게 손 뻗어 도와줄 동료가 있다. 힘든 시기를 나와 내 든든한 동료들이 굳세게 해쳐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게 되는 하루다.

 
 

박대근 성균관대 박사후연구원·나노바이오융합기술연구소

성균관대에서 분석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해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고성능 센서와 관련한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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