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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서 시작하고 선택으로 끝맺다
질문에서 시작하고 선택으로 끝맺다
  • 김수아 한양대 박사·의과학연구소
  • 승인 2017.04.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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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수아 한양대 박사·의과학연구소

2005년, 한양대에 연구원으로 첫 시작을 할 때가 생각난다. 졸업을 앞두고 생물학을 전공한 나는 타과에 비해 전공분야의 전문성에 어느 정도 자부심이 있었던 학생이었다. 학부과정 때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유치하지만 하얀 실험가운만 입고 있어도 마냥 좋았고, 처음으로 흰쥐(RAT)를 해부하는 시간에는 내가 마치 의사선생님이 된 것처럼 진지하게 임했던 시절…. 그때부터 순수한 초보 과학자로서의 입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 선택.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그땐 몰랐다. ‘연구’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시간적인 노력과 집중이 필요한지를. 아마 미리 알았더라면 그 당시에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지도교수님을 만나고 학부 때와는 차원이 다른 제대로 된 실험이라는 것을 시작한 후 지금은 지겹도록 보는 데이터들이지만 처음 내가 실험해서 얻은 결과를 보며 ‘내가 정말 실험한 게 맞아?’ ‘나는 왜 안나오지?’ ‘다음에는 어떤 것을 더 해야 해?’라며 숱한 질문들로 보냈던 시간들이 축적됐다.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을 보며 실험준비를 하는 순간에도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실험했지? 항체는 왜 이렇게 여기저기 회사가 많은 거야? 우리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프로토콜로 어떻게 셋팅하면 될까? 결과는 나왔는데 어떻게 분석해야해? 대학원 생활은 숨이 막히도록 계속되는 질문들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두 번째 선택.
석사, 박사 과정을 끝내며 대학원생으로서 갖춰야 할 지식(?), 연구자의 태도(?) 등을 배웠다면 ‘이제는?’ ‘지금부터는?’ 또 다른 질문들로 내 머릿속은 복잡하다.

Post.Doc과정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제는 학생이 아니라는 지도교수님의 한마디에 가슴이 덜컹했으며, 국가에서 나에게 연구비라는 것을 줄 수 있으니 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해보고 도전해 보라는 말씀에 PCR을 30cycle이나 증폭시킨 것처럼 질문들이 배가 되어져 버렸다.

앞으로의 선택.
박사후연구원으로서 1년 동안 내가 제시한 계획서에 도달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실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주에 써야할 실험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들을 장착하기 위해 논문을 들여다보며 오늘도 노트북 앞에서 하루를 마무리 하게 되겠지? 연구원이라는 단어, 그 의미는 나에게 질문에서 시작한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수많은 질문들과 싸울 나와 비슷한 연구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김수아 한양대 박사·의과학연구소

한양대에서 신장생리학을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약물에 의한 저나트륨혈증의 신장 내 메커니즘 연구에 관한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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